청와대가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언론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에서는 청와대 소송에 반대하는 서명 인원이 9일 오후 현재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MBC노조 "'잡아서 족치라'는 이명박 정부…지금이 5공화국인가"

▲ MBC < PD수첩> 홈페이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는 9일 성명에서 청와대의 소송 방침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얼마 전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지시하더니 결국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5공화국에서 빈번하게 자행되던 언론탄압의 악령이 또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협상내용 중에 어떤 부분을 조금 소홀히 다루었는지 돋보기를 들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런 부분이 있으면 재논의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감히 누가 우리를 비판하느냐? 잡아서 족쳐라'라는 권위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며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 PD수첩>에 대한 소송 협박과 반대 의견을 말하는 국민들에 대한 처벌방침을 즉각 중단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광우병 발병국가의 쇠고기 수입결정으로 국가적 불안을 조성하고 국민의 명예를 실추한 정부에 대해 전 국민의 이름으로 반정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소송 내는 순간 언론탄압 정권으로 규정될 것"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언론단체가 나서기도 전에 이미 네티즌들이 < PD수첩>을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자신들을 언론탄압 정권으로 규정시키고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어주는 악수를 둬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 홈페이지.
9일 오후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청와대의 < PD수첩> 민·형사 소송 반대' 청원(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45160)에는 2만 9천 명이 넘게 서명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대한민국국민전부가 피디수첩의 방패막이 될 것"(ID 썸싱) "MBC 우리가 지킵시다"(ID 의보민영반대) 등 MBC와 < PD수첩>을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처장은 "정말 자신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비판적 프로그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는 더한 반발만 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연대 등 13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PD수첩' 후속편은 쟁점 정리에 초점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김영호)도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청와대의 이번 'PD수첩' 고소·고발 방침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향후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청와대의 긴급 조치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청와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굴욕협상 정부'에 이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 마저 위협하는 '언론탄압 정부'의 불명예까지 달지 않기를 바란다"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소송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연대와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공동대표 김영호·권미혁·최상재)은 오는 13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 PD수첩> 소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MBC < PD수첩>은 오는 13일 밤 '미국산 쇠고기' 후속편을 예정대로 방송한다. MBC 시사교양국 정호식 국장은 "지난달 29일 첫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과 이제까지 제기된 쟁점을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MBC본부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
청와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고발한 <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 협박

정말 괴이한 정부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제기한 시민들의 의견과 방송뉴스, 프로그램을 ‘괴담’으로 치부하더니 검찰총장, 경찰까지 나서서 주동자를 적발, 처벌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결국 <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청와대가 나섰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조성하고 정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라고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얼마 전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지시하더니 결국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5공화국에서 빈번하게 자행되던 언론탄압의 악령이 또다시 살아난 것이다. 쇠고기 공안 정국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과 관련하여 소홀하게 다루어진 몇 몇 지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광우병 발병 국가라는 점, 미국 소 도축장의 실태와 검역 문제, 우리 정부의 기준 없이 변화하는 졸속 협상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언론의 역할이고 존립근거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러한 언론의 걱정과 비판에 대해 일단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쇠고기, 즉 먹거리는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관련된 아주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협상내용 중에 어떤 부분을 조금 소홀히 다루었는지 돋보기를 들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런 부분이 있으면 재논의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 모두 이런 태도를 정부에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감히 누가 우리를 비판하느냐? 잡아서 족쳐라’라는 권위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며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다. 너무 무섭고 두려운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모든 국가 정책에 ‘옳소’하는 박수부대를 원하는가? 반대의견을 말하는 국민과 언론이 좌파이고 반미주의자라고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입에 쓴 약을 삼키지 못하는 정부는 절대 국민과 함께 갈 수 없다. 국민과 함께 갈 수 없는 정부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정권을 이양하고 청와대를 떠나야 할 것이다. 늘 박수만 쳐대는 그런 국민도 그런 언론도 이제 대한민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연일 촛불시위를 하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그 촛불시위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참가하고 있다. 소값 폭락을 비관한 축산업자 2명이 이미 목숨을 버렸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가 두렵다. 두려우면 국민들은 그 두려움 때문에 용기를 얻는다. 자신들만이 절대선이라는 오기로 버티고 여론을 왜곡하는 정부에 대항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5%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말하는 언론과 국민을 처벌하겠다는 공안 정국을 선포한 정부에 대해 우리도 단호히 대처하겠다. 언론에서 제기한 지점에 대해 그리고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 PD수첩>에 대한 소송 협박과 반대 의견을 말하는 국민들에 대한 처벌방침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광우병 발병국가의 쇠고기 수입결정으로 국가적 불안을 조성하고 국민의 명예를 실추한 정부에 대해 전 국민의 이름으로 반정권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08년 5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