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TV 피디저널리즘에 대한 권력의 통제, 검열은 역사가 매우 길다. 방법도 다양하다. 방송금지 법원 가처분 신청이 그 하나이고, 또한 명예훼손 검찰 고발이 또 다른 하나다. 둘 다 사후, 사전적 검열의 측면에서 효력이 의외로 크다. 저널리스트의 작업 의지를 위축시키고, 대중과의 교통 능력 및 교제 가능성을 떨어뜨리며, 내부의 관료적 통제 혹은 자기 검열을 부추긴다.

▲ MBC < PD수첩> 홈페이지.
< PD수첩>이 겪은 명예훼손 고발의 역사를 보자. 멀리 갈 것도 없다. 2005년에만 황우석 사태와 관련하여 '바른역사추진위원회'라는 데서 당시 최문순 사장과 더불어 최승호, 한학수 PD가 고발을 당했다. "연구원들에게 황우석 교수가 검찰에 구속된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황 교수 연구결과가 허위인 것처럼 프로그램을 만들어 황 교수의 업무를 6개월 이상 지연시켰으며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간단하고 명료하다. 검찰에서 기소조차 하지 않았으며, 세 사람은 아무런 문제없이 무혐의로 처리되었다. 그게 험악한 '여론'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는 법 상식이다.

대중이 고마워하는 프로그램을 권력은 왜 이토록 미워하는가

2년 후 2007년 4월에 다시 < PD수첩>은 최고의 독립 프리랜서로 꼽히는 김영미 PD의 '피랍 100일, 동원호 선원들의 절규'를 내보내다. 엄청난 반향과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외교부의 미온적 대책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들끓었다.

외교부는 MBC에 공문을 보내, '일개 프리랜서'의 '검증되지 않은 취재 내용을 보도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프리랜서 PD의 취재라는 보호막 아래 실제로는 정부의 협상 노력에 대한 부당하고 애곡된 사실을 개진하면서, 마치 정부가 위기에 처한 우리 국민들을 방치하는 듯한 인식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시청자들을 오도하고, 피랍 선원 석방을 위해 노력해 온 정부와 관계자들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신청을 했다.

이에 중재위가 반론보도 수용의 이른바 '직권조정'을 내놓았으며, MBC는 취재 당시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다가 방송 뒤 반론보도를 요청한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다시 외교부가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냈고, 결국 '결심'에 따라 일정한 반론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합리적 조정으로 논란은 해소되었다.

▲ 5월9일자 서울신문 2면.
< PD수첩>이 또 다시 '명예훼손'의 공세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일개 부처가 아닌 청와대가 나섰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미 쇠고기의 위험성을 심층 방영한 MBC < PD수첩>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성립 가능이 있다고 판단해 민형사상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분히 검토를 했고, 가능성은 80~90%"라는 청와대 언론1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구체적인 주장을 전해주고 있다.

당사자인 박정하 국장은 "당초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인다. "중간 중간에 잘못된 화면을 쓰기도 하는 등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게끔 방영했다"는 것이며, "사안 자체가 워낙 국론 분열의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고, 사안의 경중을 따져 볼 때 과거 정권에서 법적 대응을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자유언론에 '명예'를 내세운 통제 행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명의 주체가 될 것이고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도 하지만, 서울신문은 오는 13일의 추가 방송 이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소위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소개하고 있다.

정부와 정권이 명예훼손을 사유로, 언론중재위원회 반론보도 신청 차원을 뛰어 넘어, 바로 '허위사실' 유포죄로 MBC 혹은 < PD수첩> 혹은 PD들을 검찰에 고소·고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수단체가 촛불문화제를 반정부 '불법집회'로 검찰에 고발하고, '코리아타임즈'의 한 기자가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청와대 출입이 금지되는 등의 정황, 그리고 언론과 표현·집회의 자유가 '괴담'과 '유언비어', '좌파 불순세력'이라는 난폭한 말들에 의해 상처 입는 상황에서 결코 심상치 않은 일이다. 상식적 언론과 비판적 언론인, 심층·탐사적 피디저널리즘,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언론매체에 대한 총체적 봉쇄령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언론자유에 대한 '법'을 내세운 검열 조치이며, 자유언론에 대한 '명예'를 내세운 통제 행위다. 10대 소녀들에게 이른바 '유언비어 유포' 죄 처벌의 협박을 하면서, < PD수첩>의 저널리스트들에게 소위 '허위사실 유포'의 재갈을 물리려고 하고 있다. '괴담'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논리를 내세워 상식적인 교통과 공개적인 토론을 차단코자 하는 권력이 진실 발견과 진실 발언이라는 최소한의 방송 저널리즘 기초 양식마저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권력의 승산 있는 시비일까? 형법 제 307조 1항은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2항에서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 4월29일 방영된 MBC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편.
그렇다면 < PD수첩>은 광우병과 관련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청와대와 정부 내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던가? 법 전문가가 아니고, 법 자문을 받을 형편도 아니다. 그래도 촛불 시위에 나서는 영민한 10대, 현명한 소녀, 그리고 다수의 공분하는 대중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뒤지면 나름의 근거 있는 자료와 논거를 긁어낼 수 있다.

언론자유에 '법'을 내세운 검열 조치

이에 기초하고 앞서 언급한 < PD수첩> 관련 사례에 비춰보자면, 다음과 같이 나름의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리되거나, 법원에 가도 기각되거나, 이러한 결과가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쪽에서 으름장만 놓고 그치거나 기껏해야 언론중재위원회로 갈 공산이 80~90%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헌법재판소 1999.06.24, 97헌마265, 판례집 제11권 1집, 768-801'이 근거의 일례다. 중요하기 때문에, 결정 요지를 길게 옮겨 본다.

"신문보도의 명예훼손적 표현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의 여부에 따라 헌법적 심사기준에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은 민주제의 토대인 여론형성과 공개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제재로 인하여 그러한 사안의 게재를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신속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시간과 싸우는 신문보도에 오류를 수반하는 표현은, 사상과 의견에 대한 아무런 제한 없는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고 이러한 표현도 자유토론과 진실확인에 필요한 것이므로 함께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위라는 것을 알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진위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 PD수첩>이 과연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 보도했을까?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악의적으로 보도했을까? 지난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이 '진위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인가? 결정 요지를 좀더 읽어보자.

"첫째, 명예훼손적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입증이 없어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오인하고 행위를 한 경우,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명예훼손죄는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형법 제310조 소정의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라는 요건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셋째, 형법 제309조 소정의 '비방할 목적'은 그 폭을 좁히는 제한된 해석이 필요하다. 법관은 엄격한 증거로써 입증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행위자의 비방 목적을 인정하여야 한다."

이쯤 읽어보면 이 땅의 법원의 판결은 참 상식적이다. 이 보편적 법 상식에 기초하자면, < PD수첩>의 행위 또한 민주제의 토대인 여론형성과 공개토론의 행위로서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자유토론과 진실확인에 필요한 것이므로 필히 사회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허위보도', '명예훼손'과 같은 시비로서 저널리즘, 언론자유, 사회토론의 민주적 과정을 침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정 '언론 프랜들리'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언론자유와 자유언론을 존중하겠다던 당선 초기와 인수위 당시의 초심을 망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 PD수첩>에서 이 번 보다 훨씬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 있다. 청와대가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그래서 < PD수첩>을 고소, 고발했던가? 그런 기억이 없다.

당시 데스크의 말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 PD수첩> PD들과 공개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토론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왔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 PD수첩>은 여전히 정부를 비판하기 바쁘고 일관되게 국가권력을 견제하기 분주하다.

그런데 왜 정권은 이토록 다른 대응의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 PD수첩>은 권력의 실패와 거짓을 용감하게 고발함으로써 참된 저널리즘이 된다. 그러나 < PD수첩>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정권, 정부, 국가권력이 할 수 없다. 시민과 시청자의 몫이다. 그런데 대중이 고마워하는 프로그램을 권력은 왜 이토록 미워하는가?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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