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는 뮤지컬 <라카지> 특집으로 현재 절찬리에 공연 중인 <라카지>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대놓고 '홍보 특집' 이었죠.

요즘 <라디오스타> 외에도 각종 토크쇼에서 홍보를 빙자한 속보이는 출연으로 몇몇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여타 게스트 띄워주기, 찬양에 급급한 타 토크쇼에 비해 아예 대놓고 '홍보' 한다하고 게스트들을 물어뜯는 <라디오스타> 만의 독특한 홍보 방식은 홍보용 토크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시청자들을 깔깔 웃게 합니다.

사실 이번 <라카지> 특집은 웃음을 기대할 만한 사람이 개그맨 출신 정성화 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출연한 남경주는 뮤지컬 전설로 불리는 대스타이지만 한없이 진지한 분이고, 아이돌치고 예능이 조금 되는 편인 2AM의 창민은 '또창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라디오스타> 단골 게스트이고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로 새롭게 떠오르는 마스크 이민호는 예능 초보답게 <라카지> 특집 1회가 끝날 때쯤이야 겨우 말문이 터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라디오스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코드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없이 진지하고 근엄할 줄 알았던 남경주가 기꺼이 망가져주자 게스트. 특히 가장 세보이는(?) 사람을 공격해야 존재감이 살아나는 DJ들도 더욱 흥을 내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하이에나 소굴에서 유일하게 점잖고 순한 이미지를 유지했던 김국진의 연이은 독설은 김구라의 공백으로 어딘가 모르게 허기를 느끼는 <라디오스타> 시청자에게는 한없이 반가운 변신입니다.

요즘 슬슬 인기를 얻고 있는 이민호, 아이돌 창민, 뮤지컬계 엄청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정성화가 출연하였지만, 뭐니 해도 <라디오스타-라카지 특집>의 메인은 단연 남경주입니다. 뮤지컬을 넘어 대중 문화계 전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이다보니, 잘 알려져 있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남경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의 산 증인이자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 경력이 무려 30년 가까이 되는 베테랑도 무대에 오르기 전 무려 2달 이상 연습에 돌입하고, 현재 뮤지컬계 독보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도 지독한 연습 벌레로 불릴 정도로 뮤지컬이라는 무대는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닙니다. 또한 미국 브로드웨이만큼 뮤지컬 시장이 크지 않다보니 아이돌이 아니라 단역배우에서 시작해서 주연급 배우로 격상하기까지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게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입니다.

반면 아이돌들은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올리는 보통의 배우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비중 있는 역할로 쉽게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는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출발합니다. 현재 드라마를 넘어 뮤지컬에서도 아이돌 주연급 캐스팅이 활발한 것은 바로 '티켓 파워' 때문입니다. 실제 한류 아이돌이 출연한 공연에 많은 국내, 해외 팬들의 관람이 줄을 잇고 자연스레 공연 활성화에 기여하다보니, 너도나도 아이돌 섭외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뮤지컬 역시 공연 수익을 무시할 수 없으니, 티켓 판매, 공연 매진에 유리한 인기 아이돌을 내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시장의 논리입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쉽게 기존 뮤지컬계에서 A급으로 평가되는 명배우들보다 높은 개런티를 받고 단박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인기 아이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제대로 '밥값'을 하면 좋을 텐데 문제는 그렇지 않은 무늬만 뮤지컬 주연인 아이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개중에는 <모차르트>,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등을 통해 스타성, 실력 모두 인정받은 JYJ의 김준수, 한류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개런티를 받고 특유의 성실성을 앞세워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굳힌 슈퍼주니어 규현, 선배들의 지적을 겸허히 듣고 바로 단점을 고치는 겸손한 창민같이 훌륭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날 자세가 된 아이돌 배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아이돌 캐스팅과 몇몇 아이돌의 불성실한 공연 때문에 정작 뮤지컬 자체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아이돌 뮤지컬 배우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더더욱 하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제 뮤지컬은 물론 드라마, 영화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남경주 말대로 아이돌이기 때문에 '무조건 못할 것이다'는 편견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남경주가 지적했던 것처럼 "바쁜 스케줄로 연습에 몇 번 못나가 불안하다."는 등 인터뷰를 일삼으며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주연 자리만 꿰차는 몇몇 아이돌들의 불성실한 자세는 기존 뮤지컬 배우들의 박탈감만 부추기고, 뮤지컬을 잘 모르는 대중들이 뮤지컬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등 되레 뮤지컬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입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뀐 와중에도 남다른 끼를 넘어버린 치열한 무대 열정으로 정상을 지켜온 남경주니까 나올 수 있었던 아이돌 후배들을 향한 일침. 물론 요즘은 아이돌을 준비하면서 가수 준비는 물론 별도로 연기 수업을 받기 때문에 개중에는 뮤지컬 배우 못지않게 기본기가 탄탄한 아이돌도 더러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 경험도 많지 초보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높은 개런티와 주연 자리를 꿰찼으면서 정작 연습을 게을리 하고,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해당 아이돌을 향한 거센 비판은 물론, 한국 뮤지컬 전반적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이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단순 인기만으로 드라마, 영화 주연을 노리는 아이돌과 어느 순간 인기 아이돌 연기 교습소로 전락해버린 드라마, 영화 시장도 마찬가지로 귀담아 들어야할 강력한 쓴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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