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고 해서 자기 자식이 마냥 예쁘기만 할까? 한달간 다른 엄마와 산 아이는 과연 행복했을까?

예비 엄마와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들을 비롯해 '양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EBS <다큐프라임> '엄마가 달라졌어요' 시리즈(5월 5일~7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에 반기를 들었다.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녀 양육'을 집중 조명한 이 프로그램은 3가지 이유에서 '완전 소중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초보엄마아카데미'…엄마 개인의 '자아' 조명

첫 번째는 단순 양육기술을 기계적으로 알려주기 보다 양육을 전담하는 엄마의 '자아'를 조명했다는 점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은 이를 통해 '엄마'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

▲ EBS '다큐프라임 - 엄마가 달라졌어요' 1편 '초보엄마 아카데미'에서 지은이와 놀이를 하고 있는 지은이 엄마
제1편 '초보엄마 아카데미'(5월 5일 방송)는 공개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지은이 엄마, 진우 엄마와 함께한 100여 일간의 과정을 담았다. '활달한 아이' '주도적인 아이' 지은이 때문에 하루종일 피곤한 지은이 엄마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 진우 엄마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현장지도(Shadow Coaching), 미술치료, 춤 테라피 등을 통해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배운다.

과연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엄마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아를 제대로 정립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늘 밝고 명랑했던 지은이 엄마는 미술치료클리닉에서 감춰진 속내를 드러난다. 지은이 엄마는 클리닉에서 지은이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노래 부르고 뛰노는 '발바리'로 표현했다. 남편의 실직과 생활고, 아픈 몸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지은이 엄마에게 딸 지은이는 마냥 귀엽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자신의 딸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지만 때때로 지은이 엄마는 지은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만 같다. 지은이 엄마는 상담 도중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어떨 때는 지은이를 솜이불로 뒤집어놓고 때릴 때도 있어요. 스스로가 제어가…안 되요"

남들에게 차마 말 못했던 비밀을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으며 지은 엄마는 흐느껴 운다. 아무리 짐짓 젠체하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내면에는 '아이'가 살게 마련이다. 아이가 마냥 예쁘지 않은 엄마의 어두운 그늘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 이따금씩 지은이가 보이는 과격한 행동의 이유다.

'말없는 엄마'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 엄마'인 진우 엄마는 어떨까. 진우엄마 역시 하루에도 열두번씩 땅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엔 육아가 힘들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으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부부사이의 소통 문제'와 '어린 시절에 대한 어두운 기억' 때문.

말수가 없는 편인 진우엄마는 하루종일 아이를 키우는 데 진이 빠져 저녁에 남편이 돌아와도 환영할 기력이 없다. 가족이 유일하게 모두 모이는 저녁식사 시간은 침묵으로 가득하다.

또 어릴 때 격려나 따뜻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없는 진우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난감하다. 진우를 대할 때마다 과거의 어두운 기억들로 인해 가슴이 복받치는 것이다. 회복되지 않은 상처를 가슴 속에 담고 있는 한 엄마는 아이 키우는 게 버거울 수밖에 없다.

'초보엄마 아카데미'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 내부에 잠재된 상처들을 달래주는 여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엄마는 이러한 상처들을 직시하고 심리치료요법을 받으며 아이와 진정으로 교감하기에 이른다.

엄마들, 스스로의 양육방법을 되돌아 보라

두 번째는 엄마가 '자신의 행복'이 아닌 '아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것.

▲ EBS '다큐프라임 - 엄마가 달라졌어요' 2편 '엄마 바꾸기'에서 지우 엄마는 한달 동안 지우의 친구 '우인이의 엄마'가 됐다.
제2편 '엄마 바꾸기'(5월 6일 방송)에서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인 지우와 우인이의 엄마는 한달 동안 각자 집을 바꿔 상대방 자녀의 엄마 역할을 맡았다. 한 달 동안, 아침 10시에 출근해 여섯 시까지 매일같이 상대방 집을 방문해서 공부도 봐주고 요리도 하고 재미있는 놀이도 하면서 '엄마 바꾸기'를 시도한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두 아이들 모두 한달 간의 기간이 끝났음에도 "엄마를 아예 바꾸자"며 바뀐 엄마에게 매달린다.

매사에 꼼꼼한 엄마로부터 사사건건 통제를 당했던 지우. 피아노가 조금 더러워져도 "괜찮아, 웬만해선 안 망가져"라고 말하는 털털한 우인이 엄마와 있으면 지우는 마음이 편해진다. 이는 우인이 역시 마찬가지. 평소땐 부엌에 얼씬거리지도 않더니 지우엄마와는 꼼꼼하게 장을 보고 요리도 곧잘 한다. 평소 엄마가 못해주던 것들을 바뀐 엄마가 채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신'한 이유다.

아이들의 반응에 극도로 우울해진 엄마들은 자신의 양육방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고, 부족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엄마들이 무심코 해왔던 행동들은 아이가 아닌 '내가 하기 편한 행동'이자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던 것. 이후 이들 엄마는 상대편 엄마의 장점을 배우며 유연해진다.

'엄마 바꾸기' 프로그래 말미에서 정신과 전문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에게는 관찰하는 자아라는 게 있다. 관찰하는 자아는 익숙했던 곳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낯선환경이나 새로운 곳에 갔을 때 다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익숙했던 버릇과 습관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우와 우인이 엄마는 '엄마 바꾸기' 실험을 통해 자신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됐다. 내가 지금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서, 내가 익숙해서 편해서 하는 것은 없었을 지 생각해봐야 한다. 엄마들에겐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영어공부? 해외에 갈 필요 없다!

세 번째는 자식의 영어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가 도처에서 탄생하고 있는 이 시대에 집에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획기적(?) 영어교육방법을 제시했다는 것.

제3편 '엄마표 영어연수기'(5월 7일 방송)는 해외연수나 조기교육에 눈 돌리 않고 집에서 착실하게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있는, 일명 '엄마표 영어연수법'을 실천하는 엄마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원어민 강사, 학습지 교사도 없이 집에서 아이 혼자 뭘 하겠냐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집에서 하는 '나홀로 영어연수'를 통해 영어로 술술 말하고, 듣고, 읽고, 쓰게 됐다. 게다가 스스로 영어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학과목에서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게 됐다.

▲ 제3편 '엄마표 영어 연수기'에 출연한 아이들이 영어 비디오를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엄마표 영어연수'의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다 못해 '겨우 이것?'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바로 하루 한편씩 아이가 좋아하는 비디오를 1년 이상 듣게 하는 것.

이렇게 하면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영화 속 대사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비디오 보기와 더불어 1시간 오디오 북 듣기도 하게 한다. 다음 단계는 읽기와 쓰기. 자기도 모르게 영어를 줄줄 말하고 듣던 아이들은 이때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하기도 한다.

해외에 유학가고 하루종일 학원으로 '뺑뺑' 돌리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이 방법을 왜 많은 이들은 하지 않는 걸까. 이유 역시 단순하다. 주변의 호들갑에 휘둘리지 않는 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

하지만 엄마들의 과감한 결단 뒤에는 '달콤한 행복'이 기다린다. '엄마표 영어연수'를 위해 학습지와 학원을 모조리 그만둔 엄마들은 자녀 학습태도의 능동적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단기적으로 성적이 떨어져도 상관없다. 엄마는 그런 자녀를 그냥 믿고 기다려주면 된다. 본인이 상황 악화를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할 때까지.

이는 영어만 아니라 교육 전반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공부량, 교재, 방법 등을 스스로 정하게 해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해나가게 하는 것. 이는 효과 측면에서도 '만점'이다. 진리는 이토록 단순하건만 왜 우리 시대의 수많은 엄마와 자녀들은 휘둘리고 있는 걸까. 호들갑 떠는 이 사회에서 자기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그만큼 만만치 않기 때문일까.

양육에서 '엄마'만 강조한 것은 문제

'엄마가 달라졌어요' 시리즈서 단 하나 아쉬운 것은 프로그램에 온통 '엄마'가 넘쳐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 양육으로 고생하고, 영어비디오를 보게 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은 '아빠'가 아닌 '엄마'다. 아빠는 '엄마가 양육이 힘들때 옆에서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존재'로 그려질 뿐이다.

작금의 현실이 그렇다 해도 아이 양육 부분을 온통 '엄마'에게만 돌리는 것은 "엄마가 열심히 노력해서 애를 잘 키워야 한다"는 현재의 고정관념을 더욱 공고화하는 것은 아닐까. '완전 소중한' 이 프로그램을 즐겁게 보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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