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을 목표로 장장 180분간 진행된 8일 밤 MBC <100분토론>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편에서는 미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청자 전화연결에서 본인을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주부라고 밝힌 시청자 이선영씨는 "얼마 전 일부 한인단체장들이 미국 소고기는 우리도 먹고 있고 안전한 것이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 5월8일 MBC <100분토론>.
이씨는 "미국에서 먹는 소는 대다수가 24개월 미만 소이고 한국에서는 그 이상의 소가 들어가는 것인데 미국에서 먹는 소가 안전하니까 한국으로 수입되는 소도 안전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솔직히 여기서는 24개월 미만 소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육골분 사료가 아닌 풀만 먹인 소를 먹으려고 방향을 바꿔가고 있는데 계속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 정부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이태호 국장 '농약 불안하면 유기농채소 먹으면 되고'

이에 대해 토론자로 출연한 외교통상부 이태호 다자통상국장은 "농약 친 채소가 불안하면 유기농 채소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며 광우병 쇠고기를 농약 친 채소에 비유해 빈축을 샀다.

▲ 이태호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그는 "한국에서도 농약 친 채소보다 유기농 채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불안하면 나름대로 소비자들이 강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불안하긴 하지만 농약 친 채소를 먹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면서 "개인의 소비성향, 안전도에 대한 민감도 등과 관련된 것이고 일반적 추세로 봐서는 별탈없이 먹고 있으니 한인단체장들도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애틀랜터 거주 이선영씨 "24개월 미만소도 불안한데…"

그러나 이에 대해 이선영씨는 "하지만 한국은 30개월 이상 소에 대해 전면적 수입을 허용하지 않았느냐"면서 "미국에서는 24개월 미만 소조차 불안해하고 있는데 그것을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하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금과옥조처럼 말씀하시는데 OIE에서는 육회수공정(AMR, Advanced Meat Recovery)을 거친 소고기에 대해서는 금지공고를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것조차 수입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육회수공정에서는 뼈에 남아있는 고기조각을 회전벨트 등을 이용해 갈아내기 때문에 뼛조각이 들어갈 위험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인하대 정인교 교수 '풀 먹인 소 좋으면 질긴 고기 먹으면 되고'

논쟁이 이어지자 <100분토론>은 이씨와의 전화연결을 유지한 상태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 인하대학교 정인교 교수
협상 옹호측 패널로 출연한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저도 미국에서 살아봤지만 보통은 그레인 패더(곡식 사료를 먹인 소)가 고급육이다. 그래스 패더(풀만 먹인 소)를 선호하는 것을 광우병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미에서는 그레인 패더보다는 그래스 패더를 오히려 더 선호하더라"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이태호 국장과 마찬가지로, 미국 일부 소비자들이 풀만 먹인 소를 찾는 것을 '취향'의 문제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씨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육골분 단백질을 먹인 소는 부드럽지만 풀만 먹인 소고기는 더 질긴 경향이 있다"며 "저 같은 경우에도 당연히 부드러운 고기가 좋고 광우병 위험을 몰랐다면 질긴 고기를 먹지 않고 육골분 사료로 키운 고기를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측 패널, 이선영씨에게 역질문 '빈축'

비판적 입장으로 출연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측 출연자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그는 "정부는 공식 기자회견에 LA 전 한인회장까지 불러서 발언하게 해놓고는 한 주부가 발언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물어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선 토론에서 이선영씨의 지적에 대해 정부측 패널들은 답변보다는 오히려 역으로 질문을 던져 사회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 뒤로도 육회수공정, 선진회수육, 기계적회수육 등 전문용어와 구체적인 위생조건 등을 놓고 양측간 공방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100분토론>에는 정부측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 외교통상부 이태호 다자통상국장,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팀장, 인하대 정인교 교수가 출연했고 반대편에는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박상표 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출연해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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