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예능과는 달리 영화는 관객이 직접 돈을 내고 소비하는 문화 행위입니다. 때문에 배우 선택에 있어서 드라마는 스타성과 외모가 중시되는 반면, 영화는 커다란 스크린을 장악하는 존재감과 연기력이 필수입니다. 그렇기에 드라마 시장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톱스타들이 정작 충무로에 넘어가면 TV에서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드라마에서 제 역량을 펼치지 못하던 배우들이 영화에선 빛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빛나는 배우들의 경우 재발견이 늦춰줬을 뿐, 대중에게 인식되기 전부터 연극 무대 등에 수도 없이 올라가 내공을 쌓으며 연기력을 닦은 고수들입니다. 때문에 현재 충무로에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들은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박해일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오랫동안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주연 못지않은 악역으로 사랑받았던 윤제문이 <나는 공무원이다>를 통해 첫 주연을 맡기도 했습니다. 윤제문 역시 오래 전부터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온 베테랑임을 감안했을 때, 그의 주연 데뷔는 앞서 충무로 최고 스타들이 걸었던 길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행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5백만불의 사나이> 박진영의 주연 발탁은 좀 의외입니다. 19년 동안 대한민국 인기 가수를 지켜온 명성과 유명 아이돌 제작자라는 어드벤티지 하나로 충무로에 진출한 박진영은,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조성하, 조희봉 등 이미 충무로, 드라마에서 검증을 마친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원톱을 차지하는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박진영은 가요계 혹은 연예계에서는 충무로에서 최고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최민식, 김윤석 등과 같은 급으로 인정받는 대스타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수 혹은 제작자로서 박진영일 뿐이지, 배우 박진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초보입니다.

물론 지금은 경험이 일천한 아이돌들이 유명세를 앞세워 드라마 혹은 영화 주연을 맡는 일이 허다한 시대입니다. 박진영의 소속사 아이돌 미쓰에이 수지 또한 아무 연기 경력 없이 JYP가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단박에 주연을 꿰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타성과 화제도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한 드라마 시장과는 달리, 유료로 즐기는 문화상품인 영화는 인기와 외모만으로 쉽게 진입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물론 박진영이 주연을 맡은 <5백만불의 사나이>는 아예 가능성이 없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7급 공무원>, 드라마 <추노>를 히트시킨 제작자 겸 각본가 천성일이 다시 한 번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은 <5백만불의 사나이>는 그 자체로는 꽤나 매력적인 아이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충무로 전체가 사활을 걸고 대량 물량 공세도 마다하지 않는 <도둑들>, 그리고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연가시> 등 대작들의 봇물 속에서 신인 배우 박진영을 앞세운 <5백만불의 사나이>는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에 <5백만불의 사나이>가 대작들이 홍수를 이룬 지금 시기가 아니라 좀 더 한산한 시기에 개봉을 택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드라마, 예능과는 달리 관객이 직접 돈을 내고 봐야하는 영화 시장에서 '박진영'은 믿고 보는 신뢰도 있는 배우가 아니라 돈 주고 보기엔 불안한 신인배우일 뿐입니다. 스타 박진영은 어디까지나 가수 혹은 아이돌 제작자로서 빛날 뿐이지 배우로선 앚기 기본적인 연기력도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수 박진영의 인기와 배우 박진영의 인기를 잠시 '착각'한 듯한 <5백만불의 사나이>는 결국 첫 주 7만여 관객만 스크린에 불러들이는 데 그치고 맙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영화 주연에 도전한 박진영 입장에서는 흥행은 실패하더라도 작품성이나 연기력을 인정받으면 계속해서 충무로 측의 러브콜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현재 <5백만불의 사나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도 저도 아닌 '안타까움'을 줍니다.

'박진영'의 스타 파워를 기대했으나, 결국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도둑들>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배우군단에 무너져버린 <5백만불의 사나이>. 역시 주연 배우는 인지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연기'와 '내공'이 기본이라는 깨달음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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