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9.8.22 목 14:19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나루세의 不老句
내 머릿속의 올림픽(8) - 88 올림픽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을 일궈낸 짜릿한 뒤집기[블로그와]나루세의 不老句
나루세 | 승인 2012.07.26 09:33

대회 초반부터 이변이 속출한 88 서울 올림픽은 어느덧 대회 5일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 선수단에도 서서히 금빛 승전보가 전해질 시기가 되었다. 당시 올림픽 최고의 효자종목은 레슬링이었다. 당시 레슬링 협회장을 맡았던 이건희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김원기와 유인탁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결실을 맺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도 레슬링은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이 기대되고 있었다.

9월 21일 저녁 상무 체육관에서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74kg 결승이 펼쳐졌다. 대한민국의 김영남과 소련의 투를리하노프가 금메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김영남은 먼저 선제 1점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김영남은 공격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를리하노프에게 달려들었다. 먼저 1점을 얻은 투를리하노프는 당연히 수비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심은 2라운드 58초에 투를리하노프에게 2번째 패시브(일명 '빠데루'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레슬링에서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수비적인 자세로 일관할 경우 주심의 재량에 의해 상대방에게 공격기회를 부여하는 것. 패시브를 받은 선수는 상대방이 공격 자세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움직여서는 안 된다.)를 선언한다.

1라운드에서 이미 패시브 기회를 받았던 김영남은 아쉽게도 점수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한 바 있었다. 투를리하노프는 역시 예상대로 바닥에 밀착하여 좀처럼 김영남이 기술을 걸 틈을 주지 않고 있었다. 이 순간 허리공격을 시도할 것처럼 보이던 김영남은 자세를 급전환하여 투를리하노프의 목을 감아서 공격에 들어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에 투를리하노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고, 김영남의 기술이 들어가는 대로 투를리하노프는 무방비 상태로 돌아간다. 목 감아 돌리기 기술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주심은 2점을 선언하였고, 마침내 역전에 성공하였다.

이미 상대의 밀착수비를 예상한 코칭스태프와 김영남이 짜놓은 필살기가 통한 것이다. 이후 아슬아슬한 대접전이 계속되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1분의 시간이 왜 그리 길어보이던지 중계를 지켜보던 필자도 가족들과 함께 애간장을 태우며 지켜봤다. 경기 종료 46초를 남기고 김영남은 패시브 벌칙을 받게 된다. 마지막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김영남은 노련하게 상대방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고 버티는 데 성공한다. 20초를 남기고 나서부터 김영남은 승리를 확신한 듯 서서히 기쁨의 제스처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경기가 종료되고 김영남은 마치 어린애 마냥 링 주변을 펄쩍펄쩍 뛰면서 금메달의 감격을 표현한다.

   
▲ 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4kg급 금메달리스트 김영남 ⓒ연합뉴스
1984년 LA올림픽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렀던 순간, 친구 김원기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김영남은 이후 4년의 시간 동안 은퇴를 고민하면서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아내의 억척스런 내조와 코치의 설득으로 마음을 다잡고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묵묵히 준비하였다. 결국 30세의 노장 김영남은 자신의 평생 숙원을 이룰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친구 김원기도 84 LA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달했는데, 4년 뒤에는 친구 김영남이 김원기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하였다.

어려운 시련을 이겨낸 노장 김영남의 금빛 투혼은 감동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본격적인 금빛사냥이 시작되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는 늙지 않습니다(不老).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들(句), 언제나 끄집어내도 풋풋한 추억들(不老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나루세  yhjmania@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보내주신 후원금은 더 나은 기사로 보답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9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