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롭기만 한 '유령'은 마지막 4회를 통해 유령잡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여전히 다양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의 엄기준 조력자인 최정우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13년 전 사건에 조현민 아버지의 반대편에 섰던 모든 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은 당혹스럽습니다. 과연 조현민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경찰청 조력자 신경수 수사국장, 마지막 반전을 위한 미끼였다?

조현민의 복수는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복수에서 끝나지 않고 더욱 큰 욕망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13년 전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던 아버지에 대한 복수만이 아니라 그동안 커졌던 괴물 본능은 그가 거대한 재벌 회장이 되면서 탐욕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세이프텍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조현민의 야욕은 경찰청에까지 침투하며 모든 권력을 손에 쥐는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걸리는 마지막 걸림돌은 바로 김우현이었습니다. 그를 제거하지 않고는 결국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조현민과 김우현(즉 박기영)의 대결은 '유령'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일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김우현에 의해 조현민은 최악의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전략은 김우현에 의해 깨지고 오히려 역습으로 해커 팀이 급습을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했던 방식으로 자신을 무너트리며 반격하는 김우현과 사이버 수사 2팀으로 인해 해커 팀의 본거지가 드러나게 되며 조직원 둘이 그들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담사명과 같은 홍콩 출신인 이들을 제외하고는 핵심적인 존재들인 강응진과 담사명을 잡아내지 못한 그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증거도 모두 날려버리고 핵심인물들은 모두 빠져나간 상황에서 이들을 조사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이란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염재희를 구속했지만 붙잡힌 그를 죽일 정도로 냉혹하면서도 잔인한 조현민을 무너트리기 위해서 이 둘은 너무 약하기만 합니다. 그들을 조사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정도라는 점은 불만족스럽습니다.

혐의를 찾기 힘든 그들이 경찰청을 나서게 되고 약속된 것처럼 이들의 뒤를 쫓는 수사2팀은 의외의 성과들을 얻게 됩니다. 김우현은 자신이 궁금해 하던 '패텀 0308'을 사용하는 현장을 급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사용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듣게 됩니다. 또 다른 혐의자를 뒤쫓던 권혁주와 유강미는 그가 사이버 수사국장인 전재욱을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헬스장에서 보고를 듣는 듯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둘의 표정에서 난망함은 전재욱이 조현민의 조력자라는 확신으로 굳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사2팀이 만난 진실은 진실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우선 김우현이 발견한 '팬텀 0308'은 그를 확인하기 위한 단순한 미끼였습니다. 조현민이 박기영과 주고받았던 메일은 당연하게도 둘만이 아는 비밀이었습니다. 하지만 신효정이 죽은 이후 이 아이디를 추적하는 일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의문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기영을 죽이라고 보낸 김우현. 그리고 그 둘을 모두 믿지 못해 염재희를 통해 공장을 폭발하게 만들었던 조현민. 그렇게 자신과 연결되었던 존재가 사라졌다고 확신했지만 살아난 김우현이 진신을 캐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미끼를 덥석 문 김우현으로 인해 조현민은 그가 죽었다던 박기영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됩니다. 김우현과 조현민 모두와 연결되어 있던 박기영과 조우한 이 기묘한 장면에서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것은 서로의 모든 패를 쥐고 마지막 전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권혁주와 유강미가 전재욱이 내부 조력자로 확신하는 과정도 아쉬웠습니다. 그들이 내부 조력자로 전재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너무 쉽게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혐의를 두고 있는 인물과 해커 팀의 조직원이 만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믿기에는 함정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조현민이 보여 온 범죄 방식을 보면 분명한 패턴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살인과 함께 그가 보여준 잔인함 속에 드러난 냉철하고 섬세함을 반복 학습으로 모두 알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 쉽게 조현민의 수법에 당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보여준 후 이를 통해 반전을 가져가기 위한 복선일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권혁주와 박기영 등 수사2팀이 회식 자리를 가지는 과정에서 기영이 혁주에게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는 말과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미친소의 발언은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욱 함께 일하고 있는 변상우와 이태균이 이 상황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복선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은 수사2팀을 농락하며 자신들이 그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변상우와 이태균을 통해 그들의 실체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엄기준의 경찰청에서의 마지막 조력자일 수 있는 신경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유 역시 설명이 가능할 듯합니다.

4회를 남긴 상황에서 신경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그만큼 그의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그가 전면에 나서서 활동을 하는 두 가지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신경수가 노골적으로 조현민의 편에 서서 사이버 수사2팀을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직 4회 분량이 남은 상황에서 박기영과 조현민이 서로를 모두 드러내고 직접 대결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숨긴 채 대결할 이유를 잃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대결 구도는 상당히 노골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동안 숨겨지고 찾아내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흥미로움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에게는 드러난 진실이지만 극중에서는 서로 그 정체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유령'의 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매력을 버린 채 둘이 서로 마주보며 전쟁을 예고하는 것은 남겨진 4회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석연치는 않습니다. 둘이 전면전을 해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들로 이들을 채워낼 수 있을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모호함을 깨트리기 위한 방법으로 경찰청 조력자인 신경수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경수와 전재욱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을 위한 준비로 사용된다는 것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김우현에게 항상 잘해왔던 신경수가 왜 13년 전 사건의 복수를 하는 조현민과 손을 잡았는지는 중요합니다.

김우현의 아버지인 김석준과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고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느냐에 따라 극의 완성도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신경수 수사국장의 존재감은 막판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이와 함께 조력자로 의심받는 전재욱이라는 인물 역시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조현민마저 두렵게 하고 알고 싶은 인물로 떠오른 그는 어떤 존재인지가 드러나면 신경수와 함께 마지막 패를 꺼내들기 직전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민이 여러 상황들을 통해 김우현이 박기영이라고 확신하듯, 기영이 만든 '트루스토리'의 최승연 기자도 김우현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중요한 캐릭터로 성장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최승연이 마지막을 위한 카드로 준비되었다면 이제 활약을 펼쳐야만 하는 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패턴을 보면 일주일을 남기고 마무리된 극의 말미에 등장한 내용은 다음 회 반전을 위한 미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부 조력자인 신경수 카드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가 조력자인 것은 분명하고 갑자기 커밍아웃하듯, 서로의 정체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유령'은 모종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조현민과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돈도 명예도 포기할 줄 아는 박기영의 싸움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인 '싸인'에서 주인공 스스로 죽음을 통해 사인을 보냈듯 이번에도 '유령'을 잡기 위해 마지막 반전으로 스스로 유령을 선택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전면전을 선포한 '유령'이 과연 실체를 드러낸 후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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