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의 PPL은 예전과 달리 은근슬쩍 끼워넣는 것이 아니다. 일정 분량의 간접광고가 허용되기 때문에 사극이 아닌 이상 PPL은 드라마를 즐기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유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연희를 중심으로 한 PPL의 흔적은 자주 목격되고 있다. 그런데 PPL은 아니겠지만 PPL로 의심케 할 정도의 상황이 유령에서 여러 번 연출되고 있다. 바로 소녀시대에 대한 편애이다.

예전 곽도원이 소지섭과 차를 타고 가던 중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의 트윙클을 안무까지 곁들여 열창하던 모습을 보였을 때만 해도 미친소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겠거니 했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작가의 소녀시대 사랑이 남다르다는 의심(?)을 갖게 하고 있다.

사이버 수사대 전원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소지섭이 임지규의 컴퓨터를 열었을 때 거기에는 꼼꼼한 형사의 모습만 보였다. 그러나 메일을 열자 거기에는 곽도원과 함께 갔다는 소녀시대 콘서트 예매 답신이 보였다. 곽도원은 남의 시선 개의치 않는 미친소라 얼마든지 소녀시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수 있다지만 임지규는 몰래 감춰왔던 것을 들키고 만 것이다. 이런 것을 강제로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아이돌 팬임을 숨기는 일)해제 당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16회에서는 사이버 수사대의 조촐한 회식에서 곽도원이 다시 태티서의 트윙클을 불러댔다. 아무리 그냥 넘기려 해도 소녀시대 편애가 두드러진다. 이렇게 소녀시대를 편애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곽도원이 한밤의 연애를 통해서 소녀시대 태연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처럼 배우의 취향에 작가가 적극 협조한 경우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당히 친절한 작가다.

다음으로는 작가의 취향이다. 곽도원과 달리 아직 김은희 작가가 소녀시대를 그토록 지극히 소녀시대를 아낀다는 정보는 없다. 그렇다면 작가의 취향이 아닌 다른 이유에 대해서 추측해볼 수도 있다. 바로 이연희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 아닐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초기 연기력 논란 이후 이연희의 대사 분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것이 이연희 개인에게는 불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드라마 전개에는 그 편이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캐스팅한 작가로서는 여주인공에 대한 미안함마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연기력 논란 이후 이연희는 유령의 육상부가 되어 한여름 날씨에 줄곧 달리는 장면을 찍고 있다. 볼 때마다 이연희는 웬만하면 달린다. 이 달리기가 대사 대신에 여형사의 적극성을 대변해주고 있어 좋은 선택이었지만 역시나 달리는 이연희 입장에서는 조용히 대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고달파졌다.

이래저래 작가로서는 이연희에 대해 미안한 감이 없을 수 없는데, 그렇다고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이연희 소속사의 대표 아이돌인 소녀시대를 자주 등장시켜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가 됐든 추측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유령은 작가나 배우 곽도원이 소녀시대를 편애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소녀시대를 홍보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심각한 전개 중에 순간적으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반전효과가 있어 나쁘지 않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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