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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미소로 완성된 불량형사 백홍석의 아빠일기[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2.07.18 09:37

추적자가 끝났다. 내내 울기만 했던 손현주가 웃었다. 5년 간 최고 권력을 예약했던 강동윤은 8년형을 받았고, 서회장이 물려준 사탕을 삼키려다 뱉은 신혜라의 변심으로 서지수도 결국 체포됐다. 그리고 법정은 수정의 아버지 백홍석에게 검사의 기소내용을 모두 인정했고, 15년의 형량을 선고했다. 국민감정은 그런 법정을 향해 탄식과 야유를 보냈지만 백홍석은 웃었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가는 동안 오직 한 사람 백홍석에게는 죽은 수정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행복한 표정의 수정이 백홍석에게 다가와 아빠에게 고맙다며, 아빠는 무죄라는 말을 했다. 판사의 판결보다 백홍석에게는 수정이의 미소가 훨씬 중요하다. 처음부터 아버지의 이름으로 시작했고, 결국 딸의 누명과 오명을 모두 벗겨주었기에 수정이의 티 없는 웃음은 법정의 기적보다 훨씬 값지고 행복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적자는 두 달 간의 여정을 마쳤다. 추적자가 끝나면서 MBC노조는 170일의 기나긴 파업의 장정 역시 마쳤다. 추적자는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 유일하게 파업이 없었던 SBS의 변명 정도는 돼 주었다. 어쩌면 파업 이상의 효과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추적자는 한국 언론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정치적 진실에 대해서 과감하고도 거침없는 발언을 계속했었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적보다 그 뒤의 더 실질적이고 거대한 권력을 드러냈다는 점은 어떤 드라마도 하지 못한 도전이자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추적자가 거둔 업적은 그뿐만이 아니다. 추적자는 회당 수천만 원의 출연료를 챙겨가는 거품 스타들 없이 성공했다. 그러면서 단 한 명의 연기력 논란자도 없었으며, 누구나 주연과도 같은 몰입과 열정의 연기를 보였다. 특히 박근형이 보여준 범접하지 못할 연기내공은 당연한 충격이자 즐거움이었다. 박근형의 연기내공으로 수많은 명대사가 만들어졌고, 급기야 “욕봐라”라는 유행어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국민아빠로 등극한 손현주의 진솔하고도 절실한 부정은 때로 답답하고 암울하기도 했지만 결국 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고, 비록 불량형사가 되고 말았지만 최고 모범아빠의 일기를 완성했다. 손현주와 대립각을 세웠던 김상중의 품위 넘치는 연기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우려할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다. 둘이 만나는 신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주보고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갈등과 긴장을 완성했다. 놀라운 연기자들이다.

또한 어린 연기자들이 감히 도전하지 못할 연기력과 미모를 자랑한 김성령, 짧은 출연이었지만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든 수정엄마 김도연, 여형사 전문으로 등극한 조형사 박효주, 형사를 사랑한 조폭 용식이의 조재윤, 친언니와 형부를 고발해야 하는 재벌딸의 내적 갈등을 보인 서지원의 고준희 그리고 거짓말처럼 백홍석의 편에 아니 진실의 편에 서서 자신의 지위를 던진 최 검사 류승수 등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연기자들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다.

그리고 추적자는 단 한 번의 키스신 없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멜로와 러브라인 없이는 죽어도 안 돼! 라는 편견을 깬 점은 또 하나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후반부에 최 검사와 서지원의 게릴리성 애정선이 살짝 드러나고, 강력계 조 형사와 전과7범 조폭 용식이의 일 년 후를 기약하는 장면 정도가 전부다. 추적자는 연애 그 이상의 것들로 연애를 이겨냈다.  

   
 
마지막으로 추적자가 이룬 업적은 박경수라는 작가를 발굴해냈다는 점이다. 쪽대본 하의 극악한 환경 속에서도 작가는 흐트러짐 없는 구성과 전개를 보였고, 그 와중에도 현실을 관통하는 은유와 풍자를 담은 명대사들을 쏟아냈다. 그만큼 이 드라마를 위한 공부와 사색이 대단히 깊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의 장르적 완성보다 주제의 계몽적 결말을 택한 인간적인 고뇌도 아름다웠다.

이렇듯 추적자는 좋은 작가와 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보게 했다. 무겁고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매우 유익하고 개운한 결론을 시청자 손에 쥐어주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토록 무겁고 또 무서웠던 경험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추적자를 만든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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