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의 미 쇠고기 청문회날, 온라인에서는 같은 주제로 청와대 주최의 '블로그 청문회'가 열렸다. 청와대는 다음, 네이버, 파란 등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청와대 블로그 '푸른팔작지붕아래'를 통해 7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全(전)질문 全(전)답변'을 내걸고 '댓글 만문만답(萬問萬答)! 블로그 청문회!'를 진행했다.

다음 블로그에만 7일 오후 6시 기준으로 3300여건이 넘는 댓글 질문이 달렸고 네티즌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청와대 답변은 농림부 공식자료를 인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날의 열띤 '온라인 쇠고기 청문회'에 관한 언론 보도 중 '푸른지붕'(청와대측 아이디)의 참패 원인을 분석한 전자신문 8일자 기사가 눈에 띈다.

▲ 청와대 블로그 '푸른팔작지붕아래-대통령과 함께 쓰는 정치이야기'
전자신문 "네티즌의 도배글 등에 당한 '푸른지붕'"

전자신문은 8일자 3면 <기자수첩-쇠고기 수입 블로그 청문회>을 통해 "결론은 '푸른지붕'의 참패였다. 익명 뒤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의 순발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실시간 도배글, 주제와 관계없는 글로 김빼기를 하는 네티즌에게 혼쭐이 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터넷에 익명으로 숨은 네티즌은 국가 원수인 대통령과 청와대 위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명박 정부를 욕하는 도배글이 이어졌다"면서 "'푸른지붕'은 네티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오후 6시 댓글은 3000개를 넘었다. 아마추어 '푸른지붕'의 모든 댓글에 답변한다는 소박한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막말하는 네티즌을 몰라 본 청와대의 순진함(?)'이 참패 원인이라는 분석으로 읽힌다.

▲ 전자신문 5월 8일자 3면
전자신문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관계자 중 누군가인 익명의 '푸른지붕'이 다수의 익명 네티즌들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블로그 답변자 '푸른지붕'은 '아마추어'이고 질문한 국민 대다수는 '네티즌'이라 통칭되는 '프로'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는 '프로답게(?) 순발력있는 도배글과 주제와 무관한 글로 김빼기를 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기사의 인터넷판 제목은 '푸른지붕 vs 프로네티즌의 쇠고기 논쟁'이다.

세계일보·서울신문 등 '진지하고 날카로운 네티즌 vs. 청와대의 원론적 답변'

이와 관련 세계일보는 8일자 6면 <"그렇게 질 좋으면 대통령부터...">에서 청와대의 쇠고기 블로그 청문회의 후끈한 열기를 다루면서 '미국 의견을 무조건 수락한 네티즌들의 졸속협상에 대한 맹추궁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에서 세계일보는 "오히려 상당수 네티즌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웬만한 의원보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면서 "이에 대해 청와대는 '소고기 수입 후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캠페인을 통해 안전을 입증하겠습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렀다"며 전자신문과는 사뭇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 세계일보 5월 8일자 6면
서울신문도 8일자 6면 <靑(청), 美(미)쇠고기 '블로그 청문회'> 기사를 통해 네티즌은 대체로 진지한 관심을 보였으나 일부 네티즌들은 감정적 불만을 퍼부었다면서 한 네티즌의 말을 인용해 "명쾌한 답을 기대했는데 답변자가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번 블로그 청문회에 대한 전자신문의 청와대 ('푸른지붕') 참패원인 분석에는 다른 매체에서 제기된 △청와대의 준비 부족이나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 대변 등 '안이한 태도'에 대한 지적은 없다. 이런 식의 일회성 행사로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키울 수 밖에 없다'는 비판도 안 보인다.

인터넷상 의사표현을 '괴담'으로 간주하며, 촛불문화제의 배후 세력을 찾겠다는 정부쪽 행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이나 준비 부족의 블로그 청문회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네티즌을 탓하면서 청와대 편을 드는 언론에게 한 블로거(데굴대굴)의 청문회 감상기 <청와대의 '블로그 청문회'를 보며> 중의 한 대목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결국...당장 얻을 수 있는 답은 오직 현재 공개되어 있는 형식적인 답에 불과하다라는 내용이군요.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촛불시위에 가서 직접 보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거치는지 모르겠습니다. PS.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단순히 보여주기 행정이 아닌 계속적인 운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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