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마감을 불과 4시간 앞둔 시간, 강동윤(김상중 분) 처제 서지원(고준희 분)의 속보로 강동윤 살해 교사 현장 포착 동영상이 만천하에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개했습니다. 평소 음식이나 사물로 세상사를 비유하며 삶을 훤히 꿰뚫어보는 서회장(박근형 분)은 이제서야 사람들이 평균으로 얼추 황소값을 맞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혜라(장신영 분)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강동윤의 당선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신혜라 말대로 국민들은 정치인에 언론에 그리고 기업인에 속고 살아왔습니다. 아니 속는 줄 알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애써 속아주는 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습니다. 법과 정의의 파수꾼, 서민의 대변인인 줄 알았던 강동윤의 검은 속내를 알고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투표소로 달려갑니다. 투표 마감은 6시였지만, 전국 투표소 곳곳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줄이 이어 8시가 되서야 가까스로 마감됩니다. 그들은 결국 대한민국의 진정한 지도자감을 가려냅니다. 말로만 서민의 대변인 재벌 사위를 몰아내고 재벌과의 식사자리에도 자기 밥값 낼 줄 아는 비교적 괜찮아 보이는 정치인을 당선시킨 것입니다.

당선 유력을 넘어 확실시되던 강동윤은 하루아침에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되는 범죄자 신분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한 강동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줄곧 강동윤을 추적한 백홍석(손현주 분)도 제 발로 경찰서에 들어갑니다. 그것도 강동윤의 대통령 낙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말이죠. 한때 돈 때문에 백홍석을 잠깐 배신한 적이 있는 황 반장(강신일 분)은 강동윤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들어가자 권유하지만 백홍석은 단호합니다.

백홍석이 제 발로 사지로 들어가고자 한 것은 강동윤과 강동윤 부인 서지수(김성령 분)의 애인 PK준에 의해 두 번 죽은 딸 수정이의 명예 회복을 위함입니다. 아빠를 위해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모아 면도기를 선물로 준 착한 딸은 악마들에게 두 번 죽임을 당한 것도 모자라, 원조교제녀, 마약 상습범 등 불량 청소년으로 억울한 누명을 썼습니다.

어린 시절 수정이가 아끼던 인형 얼굴에 묻은 흙을 닦아주던 다정다감한 아빠는 이제 딸의 얼굴에 묻어버린 슬프고도 잔인한 흙을 닦아주기 위해 수정이를 세 번 죽인 그 인간들을 법정에 세우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신도 제 발로 경찰서에 찾아갑니다. 억울하게 저 세상으로 떠난 딸 수정이를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감행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사적인 복수를 위해 신성한 법정 안에서 죄를 저질렀고 그 죗값을 달게 치러야 딸을 죽인 그들도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까요.

백홍석을 변호하기 위해 스스로 검사복까지 벗은 최정우(류승수 분)는 어떻게든 백홍석의 형량을 감하기 위해 백홍석이 PK준을 저격할 당시 심신미약상태였다고 변론합니다. 하지만 백홍석은 자신을 위한 최정수의 배려도 정중히 거절합니다. 최정우의 말이 끝나마자마자 백홍석은 당시 자신은 심신미약은커녕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고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그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PK준에게 총을 쐈다면 이 세상과 법은 아무 문제없는데 백홍석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지극히 정상인 백홍석은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나 기업인이나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서민이나 모두 법 앞에서 평등한 나라라고 하지만, 이 세상의 법조계는 최정우 빼곤 죄다 강동윤 혹은 PK준뿐이었고,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리는 언론 또한 PK준 입장만을 대변하기 급급합니다.

남의 것 탐하지 않고 땀 흘린 만큼 벌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던 경찰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이 저지른 죄가 궁금할 뿐입니다. 죄를 지었는데 그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으려고 저지른 소용돌이에 딸과 아내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백홍석은 자신은 자신이 지은 죄를 달게 받겠다고 진술합니다.

그는 오직 수정이의 억울한 누명만은 벗겨 주고 싶습니다. 수정이는 아무 죄 없이 억울하게 밟혀버린 피다 만 가련한 꽃이니까요. 딸아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가진 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만든 테두리에서 벗어나 추적자를 자청한 전직 경찰은 제 발로 범죄자 신분이 되어 다시 법정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감하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끝까지 딸의 명예만큼은 되돌려달라고 호소합니다. 그것은 능력껏 정정당당하게 이룬 돈과 지위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 평범한 아버지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기적적으로 강동윤이 아닌 조동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일개 호민관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원로원 황제 서회장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을 자기 발밑에 굴복시키기 위해 한오그룹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를 이용, 갖은 협박을 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힘을 보여준 국민들이 계속 깨어있는 한 모두가 법정에서 평등한 하나의 대한민국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진작에 만인에게 공평한 재판이었다면, 백홍석 딸이 원조교제녀로 몰리지 않았을 것이고, 경찰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신성한 법정 안에서 총을 난사하는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아이보다 잔인하게 아이를 죽인 사람들의 권위를 우선으로 여겼던 그 법정에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서게 된 아버지 백홍석은, 이 나라의 법을 존중하고 추락할 대로 추락한 이 나라 법의 권위가 다시 세워지길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대신,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하면서도 딸의 명예 회복만을 간절히 원하던 이 시대의 아버지, 손현주 눈에 가득 고인 한 맺힌 눈물은 그렇게 수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또다시 울리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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