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 사태에 대한 KBS의 보도 태도가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될 당시와 비교할 때 현저히 다르다는 지적이 KBS 내부에서 제기됐다.

KBS 새 노조는 13일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서 11일 구속된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보도태도가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 구속에 대한 보도와 비교할 때 형평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노건평씨가 구속될 당시인 2008년 12월 4일 KBS는 톱부터 연속으로 8꼭지를 내보내는 등 대대적인 보도에 나섰으나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던 지난 11일에는 단 2꼭지에 그쳤다.

▲ 노건평씨가 구속됐던 2008년 12월 4일 KBS <뉴스9>의 보도 캡처.

2008년 12월 4일, KBS <뉴스9>은 노건평씨 구속과 관련해 <검찰, 노건평씨 ‘알선수재’ 혐의 구속>, <검찰 “노건평씨, 사실상 로비 주도 판단”>, <노건평씨, 말 많고 탈 많았던 ‘5년 행적’>, <봉하마을 ‘큰 충격’…盧 전 대통령 ‘착잡’>, <盧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탄력 받나? >, <[심층취재] ‘대통령 친인척 비리’ 근절대책은?>, <박연차 회장 “비자금 조성·전달한 적 없다”> 등을 톱부터 연달아 내보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상왕'이라 불리며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된 지난 11일에는 3번째 꼭지 <‘상왕’ 이상득 구속…“국회 안에서 돈 받아”>, 4번째 꼭지 <민주, 대통령 사과 요구…이 대통령 ‘침묵’>만을 내보내며 상대적으로 단출한 보도를 선보였다.

▲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됐던 2012년 7월 11일 KBS <뉴스9>의 보도 캡처.

검찰 소환부터 구속까지의 기간을 놓고 봤을 때도, 노건평씨의 경우 2008년 12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동안 관련 기사가 총 19꼭지 보도됐으며 대부분 톱 기사로 다루는 등 비중을 두고 다뤘으나,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3일부터 11일까지 9일에 걸쳐 11꼭지 다뤄졌으며, 그나마도 톱뉴스에서 비껴가는 등 비중면에서도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KBS <뉴스9>는 노건평씨 관련 수백억 뭉칫돈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5월 18일 6번째 리포트 <수백억 뭉칫돈 발견>에서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거래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앵커 멘트를 하며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까지 부각시켰으나 사흘 뒤 이 의혹이 검찰을 통해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음에도 후속 보도를 일절 하지 않았다.

새 노조는 공방위에서 '(수백억 뭉칫돈 의혹과 관련해) 기자가 처음에 보내온 원고에는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는 앵커 멘트가 없는데 왜 그 부분을 자의적으로 포함시킨 것인지' '이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는데 왜 후속보도는 하지 않았는지' '왜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보도행태가 이토록 다른지' 등을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이화섭 KBS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KBS 사측은 "(아무런) 의도는 없었다"며 노건평씨 수백억 뭉칫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계속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룰 만한 부분이 있으면 후속 보도를 하겠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방위에 참석한 최경영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지난 5년간 MB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보인 악의적인 행태가 그대로 KBS 뉴스에 투영됐다"며 "충분히 지적할 만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만 응대해 공방위가 파행으로 종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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