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괴담' '휴대전화 문자 괴담'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광우병 괴담'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됐다는 것이 정설이다...(중략)정부가 협상과정에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또 광우병 괴담이 불거진 뒤 정부의 대응이 좀 더 신속하고 깔끔했더라면 이처럼 불안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동아일보 5월 8일자 6면 <PD수첩 방영 일주일 지나서야 반론보도 신청>)

동아일보, 해도해도 가관이다. 아니 애처롭다. 지지율이 20%대로 급격하게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이 7일 급기야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기존의 태도를 뒤집은 '진화'에 나선 마당인데 오늘(8일)자 지면까지 여전히 '광우병 괴담'에 신속·깔끔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질책하며 '꼿꼿한' 척이다.

국민 건강 위협보다 미국과의 마찰이 더 걱정되나?

▲ 동아일보 5월 8일자 6면
'인터넷 괴담' '광우병 괴담'에 끝내 굴복하고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불가피한 '수입 중단'까지 선언한 현 정부에 느끼는 배신감이 자리잡고 있을테지만 그 괘씸함을 대놓고 드러내진 못하고 애둘러 '뒷북' 충고만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4월 18일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안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변경하지 않는한 수입을 중단할 수는 없게 돼 있다"는 점만 언급할 뿐 "현행 국제법 체계와 각종 국제 협약을 활용하면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다루지 않았다.

물론 수입 중단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겠지만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데 무엇이 더 불가피하겠는가. "어떤 대가를 감수하고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7일 청문회 발언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와중에도 동아일보는 자신들의 '치적'을 강조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광우병 괴담'을 괴담으로 치부하지 못하고 끝내 항복한 정부에게 '우리는 할만큼 다 했다'는 쐐기를 박고 싶었던 것일까.

"광우병 괴담의 파장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론화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언론이었다. 동아일보가 이달 1일 '미국 쇠고기 괴담에 소비자 불안'이란 제목으로 첫 보도를 하고 다음날인 2일 주요 신문도 기사나 사설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자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아 5월 8일자 6면 <PD수첩 방영 일주일 지나서야 반론보도 신청>)

동아, "우리 '미 쇠고기 괴담' 보도 덕분에 정부 뒤늦게 사태 심각성 깨달아" 자화자찬

8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는 심경이 잘 드러나있다. '괴담'에 굴복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당장 따라가자니 자존심이 허락치 않은 모양이다. 일단 동아는 "광우병 논란이 증폭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취임 두달 만에 20%대 후반으로 지지도가 추락한 것을 '광우병 선동세력'이나 과거 정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정부 책임에 무게를 싣는다. 하지만 결론은 '삼천포'로 빠진다. 대통령의 지지도 급락의 최대 원인을 '인사 실패'로 돌려버린 것이다. '인사 실패'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주권을 포기한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불붙은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를 끝까지 '무시'하려드는 것은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 동아일보 5월 8일자 사설
애써 '인사실패'로 화살을 돌리려는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에게 국정쇄신책과 인사쇄신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한다.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적인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지도 회복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청계 광장에 모여든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부하는 '좌파' 내지 '조직적 저항'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관련한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이 시급한 마당에 인사쇄신이 (물론 해야하긴 하지만) 지금 이 국면에서 핵심은 아니다.

차라리 "광우병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 조치면 충분하다"고 선을 그으며 "광우병 논란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고 흐름에 편승하는 조선일보가 약다. 이러니 동아일보는 우직하고 우둔하단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경향, "조중동에 '보수' 칭호 부끄럽다" 쓴소리

대책없는 우둔함, 원칙없는 말바꾸기, 가볍고 약은 꾀엔 언젠가 스스로 넘어지기 마련이다. 경향신문은 8일자 사설에서 이런 조중동을 향해 '보수'의 칭호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친일청산을 반미·용공으로 몰아붙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중한 연대의 가치를 색깔론으로 매도하는 천박한 몰역사성"이 부끄럽고 "수년 전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광우병 우려'를 강조하다 지금 이 순간 '반미·반정부 괴담'으로 치부하는 후안무치"가 또 그렇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5월 8일자 사설
"불과 1년 전의 '사실'이 지금 '괴담'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그 불가피한 사연을 털어놓아야 언론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본다. 자신들이 뱉었던 말을 잊어버리고 뒤집는 '후안무치'를 어찌 '보수'라 일컬을 수 있겠는가."

"민족과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심, 희생 따위"를 포괄하는 것이 '보수'라고 할 때, 지금 조중동의 태도는 "가당치 않는 '보수 월계관'을 씌워준" 꼴이라고 경향신문은 꼬집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언론'을 자처하며 '광우병 괴담'에 열을 올리는 조중동! 미국산 쇠고기가 그렇게 좋다면 이참에 '국제수역사무국(OIE) 홍보지'나 '백악관 브리핑'을 선언하던가 청계광장에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시식 퍼포먼스라도 직접 해야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믿어주지 않을까. "식탁을 안전하게 지켜달라"는 기본적인 국민적 요구와 연대를 '광우병 괴담' '좌파·반미 색깔론' '정권교체에 따른 반발'로 결부시키는 조중동에게 청계천 촛불집회에 모인 국민들은 "미친소, 너나 먹으라"고 화답했다. 이제 '보수' 언론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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