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 다큐 수십편을 종편에 판매한 데 이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까지 '헐값'에 판매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 측은 "돈만 되면 영혼도 팔겠다는 것인가"라며 "명백한 해사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적절한 가격을 받고 판매했다"며 "KBS 프로그램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시청자들이 KBS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맞섰다.

▲ 2008년 KBS 2TV에서 방송됐던 <엄마가 뿔났다>

13일 KBS 새 노조는 성명을 내어 "우리 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사측은 JTBC, MBN, TV조선 등 종편에 무려 89편의 다큐멘터리와 교양물을 팔았다"며 "종편에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KBS스페셜> <환경스페셜> <수요기획> 등을 통해 방송됐던 공영방송 KBS의 역작들"이라고 밝혔다.

새 노조는 이어, "최근 사측이 2008년 방송됐던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까지 JTBC에 판매하려고 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종편이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협상이 수렴되고 있다는 믿기지 않은 얘기까지 들린다"며 "JTBC가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김수현 드라마를 사전에 미리 띄우기 위해 이미 방영했던 드라마를 편성하려는 계획에 KBS가 철저하게 협조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마가 뿔났다>의 경우, KBS가 원하는 가격의 약 3분의 1 수준에서 종편과 협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노조는 "방송산업을 완전히 망치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독이 되는 종편은 탄생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다. 공영방송의 가치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종편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헌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KBS 콘텐츠를 종편에 퍼다나르는 것은 명백한 해사행위이고, 터무니없는 가격에 넘기는 것은 배임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민영방송인 SBS와 파업 중인 MBC도 종편에 프로그램을 파는 짓은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KBS가 이미 재방, 삼방을 통해 충분히 방송했고 당분간 다시 방송할 기회가 없는 다큐와 드라마에 대해서 종편에 적절한 가격을 받고 판매한 것일 뿐이다. KBS의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수신료로 제작되는데 KBS에만 가둬놓고 종편에 절대 팔지 않는 것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KBS 프로그램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시청자들이 KBS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배재성 실장은 "종편을 도와주기 위해 너무 싼 가격으로 판다면 지적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가격을 받고 판매했다. 해외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비싼 가격"이라며 "기본적으로 경쟁관계인데 우리가 왜 종편을 돕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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