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의 노사가 지난해부터 '정수장학회로부터의 독립'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해온 가운데, 부산일보 사측이 이정호 편집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수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이정호 편집국장은 편집국장직에서 물러나게 됐으며 정수장학회 문제로 인해 지난해부터 발생했던 노조위원장 해고, 사상 초유의 신문발행 중단 등 부산일보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 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부산일보 사측은 지난해 11월 부산일보 노조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촉구 기사가 부산일보 지면에 실린 책임을 물어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으나 이정호 편집국장이 계속 업무를 수행하자 올 초 '직무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그러나, 2월 법원은 대기발령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부산일보 사측은 법원이 문제삼은 단협상의 징계위원회 대신 포상징계규정을 적용해 4월 18일 또 다시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으나 이 국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자 같은달 30일 '직무수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12일 부산일보 노사에 따르면, 11일 법원은 부산일보 사측이 이정호 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편집국장 직무수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비조합원인 편집국장의 경우, 단협에 따른 징계위원회가 아니라 국실장과 임원으로만 구성되는 포상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내린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정호 편집국장은 편집국장직에서 물러나 내달 24일로 예정된 '대기처분 무효소송'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조선 부산일보 총무국장은 "편집국장이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현저한 부적격 사유가 생긴다면 노조 측에 새 후보 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다"며 "노조 측에 새 국장 후보 추천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법원 결정에 대해 12일 성명을 내어 "재판부의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혼란이 우려된다"며 "사측은 포상징계규정을 무기로 간부사원 길들이기에 들어가고, 편집권 장악기도도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영진의 잘못을 간부사원이라고 해서 지적하고 거부할 권리가 없는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언론이 무슨 염치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사측이 후임 국장 추천을 요청하더라도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응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의 경영, 편집권에 대해 간섭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작년부터 투쟁하고 있는데 이번 결정을 계기로 회사 측이 정면으로 우리에게 다시 도전해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산일보 사태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호진 위원장은 "노조가 추천을 거부하더라도 회사측은 '국장 자리를 계속 공석으로 비워둘 순 없다'며 국장직을 대행할 수 있는 회사쪽 사람을 내세워 편집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라며 "(법원 결정으로 인해) 부산일보 지면에서 정수장학회를 비롯해 박근혜 의원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오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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