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처진달팽이(유재석, 이적)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발매한 신곡 '방구석 날라리'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2NE1, 티아라, 씨스타 등 쟁쟁한 걸그룹들과 막상막하 경쟁 구도를 벌이며 상위권에서 선전하고 있는 '처진달팽이'는 작년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발표한 '압구정 날라리','말하는 대로' 이후 대박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MC와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싱어송라이터의 만남. 어딘가 낯설어 보이는 이들의 운명적 결합을 이끌어준 것은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란 공통 분모였습니다. 당시 최고 화제작이었던 <나는 가수다>에 나갈 수 있는 실력에 지금도 수도 없이 몰려드는 <나는 가수다2> 러브콜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무한도전>이란 순수 예능을 택한 이적은 유재석과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졌던 가수 이적과 180도 다른 명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파격 변신을 시도합니다.

그의 오랜 트레이드마크였던 지적이고도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벗어던지고 노래 제목 그대로 유재석과 함께 '날라리'가 되어버린 이적의 행보는 그야말로 '대히트'였습니다. <나는 가수다> 대신 <무한도전> 가요제를 택한 이적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 못지않은 가수 인생 최고의 모험에 도전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들을 연결해준 <무한도전>을 200여 일 가까이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는 안타까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2012년 7월. <무한도전>이 만들어준 '처진 달팽이'는 2011년 <무한도전>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그때처럼 '신나고 유쾌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인기 가수(?)는 유재석뿐만 아닙니다. '처진 달팽이'가 신곡을 내기 전에 작년 <무한도전> 조정특집에서 활동한 절친 데프콘과 함께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팀을 구성하여 가수로서 변신을 꽤한(?) 정형돈 역시 음악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웬만한 아이돌 가수 부럽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며 절찬리에 활동 중입니다. '형돈이와 대준이', '처진 달팽이'의 연속 성공. 이 정도면 <무한도전>이 단순 예능 프로그램인지, 아님 가수를 키워내는 전문 기획사인지 혼동이 될 정도입니다.

애초 박명수, 길, 하하처럼 꾸준히 투잡을 해온 것이 아니라 전문 희극인에 가까운 유재석과 정형돈이 음악 활동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 장르만 선보이기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대한민국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친 <무한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전입니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활동에 벗어나 가요제, 패션모델 도전, 조정, 봅슬레이 등 각종 영역에 도전한 <무한도전>은 그 누구보다도 먼저 과감한 '크로스오버'를 선보입니다.

때문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모든 분야에 골고루 일정 정도 능력을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특히나 <무한도전>이 2년 주기로 심혈을 기울여 개최하는 '가요제'를 통해 유재석, 정형돈을 비롯한 모든 <무한도전> 멤버들은 오랜 시간 기획사에 의해 전문적으로 트레이닝 받은 아이돌 못지않은 실력을 다지게 됩니다. 거기에다가 오랜 세월 방송계에 활동하면서 쌓아온 연륜과 아이돌에 비해 보다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절대적인 <무한도전> 브랜드가 플러스되면서 당대 최고 아이돌과 경쟁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정상급 가수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현재 파업 중에도 방송 중인 <나는 가수다2>. <나는 가수다2>에서 발표하는 리메이크 음원보다 <무한도전> 장기 결방이란 최악의 상황에서도 웬만한 인기 아이돌 가수를 올킬하는 '처진 달팽이',' 형돈이와 대준이'의 선전은 오랜 시간 시청자들과 함께하지 않아도 건재한 <무한도전>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물론 '형돈이와 대준이', '처진 달팽이'의 히트는 <무한도전>과 별개로 정형돈과 데프콘, 그리고 이적과 유재석의 농익은 음악 감성과 개개인의 인기가 만든 쾌거입니다. 그러나 이제 <무한도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이 되어버린 유재석과 정형돈. 그리고 <무한도전>을 통해 더욱 끈끈해진 데프콘과 이적의 결합으로 빚어낸 성공은 만나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절친 <무한도전>을 더욱 그립게 합니다.

오늘로서 <무한도전>은 23주 결방을 맞이합니다. 계속되는 <무한도전> 흔들기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지만, 지금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6명은 <무한도전> 정상화를 원하고 있고 특히나 <무한도전> 주시청자로 알려진 20대들의 <무한도전>을 향한 지지도는 80%를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이렇게 청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무한도전>이 배출한 최고 뮤지션팀 '형돈이와 대준이', '처진 달팽이'의 2연타 성공에도 정작 그들을 만들어낸 <무한도전>은 무려 23주나 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 오늘은 방구석에서,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를 듣는 날라리가 되어 <무한도전> 정상화나 기원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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