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 과정과 그 의미를 해석하는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나눠지고 있다.

오늘(6일)자 조중동은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등과 관련한 '인터넷 괴담'을 거론하며 "인터넷이 잘못된 여론을 호도해 터무니없는 괴담들이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도심집회'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젊은층의 주된 소통 수단인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중동, 인터넷 괴담 소개하며 친절히(?) 해명

▲ 조선일보 5월 6일자 3면
먼저 조선일보는 6일자 3면 <불분명한 연구소 이름으로 낭설 퍼트려>에서 "인터넷 사이트 '미친소 닷넷'에는 인터넷에 돌고 있는 각종 '광우병 괴담'이 모여있다"며 "이 사이트 운영진들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적으로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은 "지난 2주일 동안 인터넷을 휩쓸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괴담의 공통점은 마치 전문가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과학적 접근이 아닌 인식공격으로 치닫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한국에서 생산된 육포, 알약, 캡슐 등만 써도 광우병으로 죽을 수 있다는 소문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면서 "이 루머들은 역으로 과연 그동안 미국에서 수입돼 들여오던 수많은 알약, 화장품, 식품은 광우병에 안전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중앙일보 5월 6일자 3면.

중앙일보도 6일자 3면 <"일왕에 상반신 굽혔다"→'MB 독도 포기' 증거로 바뀌어>를 통해 "인터넷 괴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우병을 시작으로 '독도 포기' '수돗물 값 폭등' '의료비 급등' 등 괴소문들이 확산되고 있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 '퍼나르기'와 서명 운동을 거쳐 사실인 양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중앙은 "인터넷이 '정보 소통에 기반한 합리적인 토론' 대신 '감성에 의존하는 다수의 횡포'에 물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언급한 뒤 "괴담의 대상은 정부가 개혁이나 도입을 주장한 정책이 많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괴담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6일자 1면과 3면, 4면과 5면에서 대대적으로 '인터넷 괴담'을 보도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인터넷"의 역기능을 강조했다.

▲ 동아일보 5월6일자 1면.
동아일보는 이날 1면 <고삐없는 '인터넷 괴담'>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내용이 확산되면서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면서 "최근 나도는 이른바 인터넷 5대 괴담은 대부분 누리꾼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새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내용이어서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3면 <허무맹랑한 낭설, UCC-블로그 타고 번지며 '정설' 둔갑>을 통해 인터넷 달구는 5대 괴담인 △인터넷 종량제 괴담 △독도 포기 괴담 △광우병 괴담 △정도전 예언 괴담 △수돗물 사업 및 건강보험 민영화 괴담 내용을 소개하며 유포 상황 및 정부 측 해명, 사실관계를 정리하기도 했다.

동아는 '광우병 괴담' 등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는 시민의 불안심리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의도성 있는 것으로 진단했고 "괴담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대중에게 '뭔가 믿고 싶은 것이 필요하다'는 심리를 자극해 더 빠르게 퍼져나가고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에 동조하는 대중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자신이 '오피니언 리더'가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미 쇠고기 반대 집회' 참여한 1만 여명 모두 인터넷 괴담 희생자?

조중동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2일과 3일 서울 청계광장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1만 여명은 모두 '인터넷 괴담'의 희생자가 된다. 보수신문들의 '인터넷 괴담' 보도는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무시한 채 여론을 호도하고 그저 잘못된 괴담이 돌고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보수신문들은 인터넷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지, 그 근본적 이유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보도를 생략한 채 '미국산 쇠고기 관련 논란'을 인터넷 괴담으로만 치부했다.

이처럼 보수신문들이 '괴담' 확산을 지적하며 인터넷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한 것과는 달리 한겨레는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참여의 긍정적 측면을 보도했다.

▲ 한겨레 5월6일자 5면.
한겨레는 6일자 5면 <'일상의 권리찾기' 인터넷 모임이 주도>에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2002년 효순, 미선 추모집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언급하며 인터넷을 통한 여론 확산 현상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들 집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도심집회'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며 젊은 층의 주된 소통 수단인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한 점과도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촛불집회 역시 많은 학생과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끈 주된 매개체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겨레는 또한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일상적인 밥상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며 시민단체가 아닌 인터넷 카페 등 누리꾼들이 촛불집회를 주도한다는 점이 이전 집회와 달라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집회의 경우 '안티 이명박' '미친소닷넷'등 몇몇 인터넷 카페들이 행사 일정을 공지하며 집회를 이끌고 있고 '아리랑', '오필승코리아' 노래 등으로 즐겁고 밝은 집회 분위기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의 발언을 통해 "이번 촛불집회는 자신들의 안전, 건강 문제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못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단순하면서도 파급력이 크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 "10대, 자극적 표현에 열광"…한국 "누적된 불만 분출"

한편 인터넷을 통해, 또는 직접 집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10대와 20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신문마다 달랐다.

먼저 중앙일보는 <광우병 위험→광우병으로 죽었다/자극적 표현에 열광하는 10~20대>에서 중국 사회에 형성된 맹목적 애국주의를 확산시킨 핵심 매체가 인터넷임을 언급한 뒤 한국사회도 예외가 아니며 "주목받기 위해 새롭고 강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인터넷 주류' 10~20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사회학자들의 해석을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교수의 발언을 통해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그들은 '광우병 위험 요인이 있다'는 식의 평범한 표현에는 견디지 못하고 '울산에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드라마틱하고 강한 표현에 열광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은 "남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강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는 사이버 세계에서 실제로 큰 관심을 끌며 여기에 희열은 느낀 루머생산자는 더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한국일보 5월6일자 5면.
이와는 달리 한국일보는 5면 <먹거리 불안·교육정책 불만 정치 이슈로 분출> 에서 "10대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적극 참가한 것은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 '문제'가 되면 자신들이 첫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10대들의 입에서 '이명박 탄핵' 구호가 나온 이유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10대들이 경쟁과 서열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들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계기로 분출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또한 "'경제살리기' 공약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정경제' 상황도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문제는 생활정치에 눈뜬 10대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주려는 기성 세대들의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원용진 교수(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의 발언을 빌어 "10대들이 적극적이고 건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건강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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