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니어 세계선수권, 사대륙 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세계선수권, 동계올림픽 모두 우승한 피겨 여자싱글 최초 그랜드슬래머. 3년 동안 세계신기록 11번 경신, 쇼트 프리 토탈 모두 세계기록보유자. 100년의 피겨 역사상 유일한 올 포디움 달성. 1990년에 태어나 현재 만으로 22세인 김연아 선수가 세운 공식적인 기록입니다.

제대로 된 빙상 연습장도 없는 나라에서 김연아 같은 걸출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자 기적입니다. 게다가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 강국에서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기록을 경신하며 스포츠의 꽃인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불과 20세 남짓한 나이에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이룬 셈이죠.

그래서 지난 7월 2일 오후에 열린 김연아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모든 아마추어 운동선수가 갈망한다는 올림픽 금도 맛봤고 지금까지 쌓아놓은 기록만으로도 피겨계의 전설로 불리는 김연아가 2년 뒤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왕좌를 재탈환해야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현역 생활을 연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뿐만 아니라 평소 김연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은 김연아가 박태환이나 다른 운동선수처럼 운동에만 전념하기보다 CF촬영, 갈라쇼 등 대외 활동에 치중한다면서, 김연아는 반드시 은퇴할 거라고 주장하며 김연아의 행보를 비판하기에 바쁜 뉘앙스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모 교수는 체육교육과 학생으로서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교생실습에 나간 김연아를 보고 '쇼'라 비판하여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단 학교교육을 뒷전으로 놓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인 양성, 교사가 아닌 더 큰 꿈을 목표로 한다는 운동선수가 학교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할 건데 왜 사범대에 들어가 교생 실습을 하고 있나는 물음을 논외로 치더라도, 김연아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은 그녀가 선수 생활을 중단할 것이라는 주장에 더 큰 설득력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 김연아는 "현역 선수 연장"을 선포하며 그녀가 은퇴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김연아가 어떤 결정을 하든 응원하겠다는 분들이 대다수지만, 한편으로는 김연아가 은퇴를 선언하길 바라는 분들도 있었던 듯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늘 주장하는 대로 배부른 김연아가 운동은 안하고 실컷 놀다가 자연스레 선수생활을 중단한다고 애써 김연아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그들의 논리가 맞아 떨어질 테니까요.

그러나 김연아는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 안티들은 물론,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를 꿋꿋이 지지해준 팬들도 다시 볼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가진 철의 여인이었습니다.

이미 정상을 맛본 선수가 다시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 고된 훈련과 대회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감수하고 다시 스케이트 신발 끈을 맨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때까진 청소년 시절 그녀의 유일한 목표였던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연습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나, 그 유일 목표까지 달성한 지금은 선수로서 김연아가 이루고 싶은 것은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그래서 김연아도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난생 처음 휴식기를 가지며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날들의 진로를 모색하며 편안히 쉬고 싶어 했습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그 어느 누구보다 쉴 틈 없이 달리기만 한 김연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피겨 스케이팅 대중화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 훈련비 마련을 위해 CF를 촬영하고, 학교 졸업을 위해 교생실습에 나가는 김연아의 휴식을 곱게 봐주지 않았습니다. 벌써 그분들의 머릿속의 김연아는 이미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허나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운동천재'를 넘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았던 20대 초반 김연아는 자신의 수명을 '스케이트만 잘 타던 김연아'로 마감하기보다 훗날 'IOC 선수위원'과 더 나아가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안겨주기 위해 다시 한 번 스케이트 신발끈을 질끈 매기로 했다는 굳은 결심을 발표합니다.

김연아 스스로도 밝혔듯이 벤쿠버 올림픽 이후 자신의 성적과 차후 행보에 많은 관심과 기대가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선수 생활을 포기하면 후회될 것 같다며 당당하게 포부를 밝히는 김연아는 이미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입니다. 이제 김연아는 혼자만의 목표가 아닌 후배들을 위해 올림픽 티켓을 2장 이상 획득하는 것에 목표을 두고 있는 운동선수 그 이상입니다.

이제 김연아는 단순히 성적과 일신을 위해 피겨 스케이팅을 타는 평범한 운동선수가 아닙니다. 여전히 제대로 된 빙상장도 없이 주춤거리는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김연아. 그녀에게 올림픽 2연패나 그 외의 기록 경신은 더 이상 무의미해보일 정도였습니다.

김연아가 현역 연장 결정을 발표하면서 밝힌 포부 그대로 결과에 대한 집착보다도 그녀 스스로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즐겁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였음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김연아는 재도전을 선언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전설이자 대한민국 국보소녀입니다. 다시 한 번 김연아의 뜻 깊고 위대한 도전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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