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관련 5월 3일자 주요신문 1면 보도에 대한 논평 -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어제(2일) 청계광장에는 시민 1만여 명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집회 이후 최대 규모로 이뤄진 것으로 성난 민심의 폭발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이 8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방송 탓'을 하며 긴급담화문을 통해 “광우병 위험이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편 3일 주요 신문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기사를 1면에 실었다. 한겨레와 경향이 촛불집회 사진과 함께 시민들의 우려 목소리를 실은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부각해서 실었다.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1면 톱기사로 <‘이명박정부 불신' 1만여명 ‘성난 촛불'>, <성난 ‘광우병 민심' 번져간다>를 싣고, 2일 촛불집회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을 함께 실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정부 “미국 쇠고기 안전”>, <정부 “미쇠고기 괴담 근거없어”>를 통해 “광우병을 유발하는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담화문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이들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논리로 접근해 불안 키워선 안돼”라는 발언을 중간제목으로 뽑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사설 <반미 반이로 몰고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을 싣고 전날 조선, 중앙일보의 ‘방송 탓하기'를 쫓아가기도 했다. 사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미 감정을 증폭시킨 ‘효순 미선 양 촛불시위'처럼 번지는 양상”이라며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광우병 괴담'의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라고 ‘방송 탓'을 했다. 또 “미국 얘기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흠집을 찾아내 부풀리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며 국민들의 분노를 특정 세력의 정치적 선동 때문인 양 왜곡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수입 쇠고기, 미 국내용과 같다”>를 통해 2일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한 긴급 담화문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1면 하단에 <“미 쇠고기 반대” 1만명 촛불집회>라는 제목으로 짧게 처리했다.

네티즌들이 ‘대통령 탄핵' 서명을 벌이고, 1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를 벌일 만큼 분노한 데에는 국민 건강을 팽개치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정부의 근본적인 잘못 때문이다. 미국 소에 대한 광우병 우려가 엄연히 존재하고, 미국의 도축, 검역 시스템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홍보에 열을 올려봐야 국민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정부와 보수신문들이 이런 근본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정치논리', ‘혹세무민' 운운하며 방송을 탓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분노가 더 커지는 것이다. 어제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정부 뿐 아니라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온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분노를 터뜨렸다. 그런데도 오늘 보수신문들은 또 다시 정부의 입장을 부각하면서 ‘1만 명 촛불집회'로 표출된 시민들의 분노를 축소보도 했다.

보수언론들이 끝까지 정부의 잘못을 두둔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반미세력의 선동'이나 ‘일부 방송의 혹세무민' 탓으로 돌린다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보수신문에 대한 심판에 나서게 될 것이다.

2008년 5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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