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SBS <고쇼>에는 최근 개봉한 영화 <미쓰고> 주요 배우들이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뽐냈습니다.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고쇼> 진행자 고현정 주연 작품이기 때문에 지나친 영화 홍보로 치우치지 않을까 우려도 됐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예능을 통해서 막강 입담을 뽐낸 성동일의 19금 아슬아슬 토크와 숨겨진 매력 본능을 마음껏 뽑아내던 유해진, 탄탄한 식스팩을 공개하며 과거 육사 지원에 얽힌 슬픈 고백담(?)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던 이문식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시청한 <고쇼>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출연진 모두 최근 고현정과 함께 영화를 찍은 인연이 깊은 배우들이기 때문에 어느새 토크의 주제는 자연스레 고현정이 되어버렸습니다. 평소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길 좋아한다는 성동일은 고현정과 함께했던 일화를 풀어놓으며, 그간 자신이 가졌던 편견을 산산조각 부쉈던 그녀를 다시 봤다며 고현정을 칭찬하기 시작합니다.

함께 촬영을 하기 전 성동일이 생각한 고현정은 딱딱하고 건방진 톱스타였나 봅니다. 하긴 성동일뿐만 아니라 고현정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대중이 보기에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출신에 모래시계로 최고 톱스타로 등극한 지 얼마 채 안 돼 대한민국 유수의 재벌과 결혼. 안타까운 이혼 이후에도 재기에 성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놓은 여배우잖아요. 그리고 2010년 <SBS 연기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언급한 다소 교만하고 건방져 보인다고 오해를 살 만한 수상 소감이 본의 아니게 거리감을 주는 데 한몫하기도 했구요.

그렇게 촬영 때문에 고현정을 직접 알기 전 성동일은 여배우 고현정에게 그렇게 호의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나 함께 <미쓰고>를 촬영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고현정은 그동안 성동일이 알고 있던 스타 고현정과는 영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방송활동을 할 때에도 큰 실수를 해본 적이 없다는 고현정은 대중이 보기에도 완벽주의였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과 더 큰 괴리감을 주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고현정의 연기는 참 좋아하면서도 그 외의 고현정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도도한 여배우로 보였나 봅니다.

그러나 그간 <고쇼>에서 자신이 힘겹게 구축한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을 완벽히 벗고 맨얼굴로 대중 앞에 다가선 고현정은 웃을 때 너무 크게 웃어 카메라에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의외로 털털하고 허당스러운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녀 또한 여배우이기 이전에 잘 웃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보통의 40대 여성이죠.

대신 그녀는 지금의 자리를 구축하기 이전에 남들은 생각할 수 없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장에도 누구보다 먼저 오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는 고현정입니다. 함께 진행을 맡고 있는 정형돈 또한 거들 정도로 <고쇼> 녹화가 토요일인데 금요일 밤에 녹화장 근처에 와서 잘 정도로 의지를 보일 정도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배우 고현정이 왜 빨리 스타덤에 오르고,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재기에 성공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대목은 다름 아닌 <미쓰고> 부상 중 생긴 에피소드였습니다. 성동일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고현정이 병원 신 촬영 중 손에 부상을 입었는데 응급조치만 하고 새벽까지 꾹 참고 촬영에 매진,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성형외과를 찾아가 18바늘을 꿰맸다고 하더군요. 다른 배우들이라면 당장 촬영을 중단시키고 병원에 갔을 텐데 고현정은 자신의 아픔을 꾹 참고 남은 분량을 소화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다친 상황에서도 끝까지 스태프와 주위 배우들을 배려하는 고현정의 모습에 그간 고현정을 좋게 보지 않았던 성동일도 그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정말 독하게 사는구나"를 절실히 느꼈다고 합니다.

성동일의 말처럼 결코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고현정은 직접 그녀를 만나보지 않고 "그녀는 이럴 것이다." 판단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던 그 이상으로 '독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주연 배우, 진행자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고현정. 동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철저히 노력하면서 살아온 그녀이기 때문에 그녀를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거만하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대가를) 요구하고 싶다고 외칠 수 있었던 듯합니다.

함께 <고쇼>에 출연한 배우, MC들의 잇따른 우회적인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던 고현정은 웃음을 섞어 자신을 좋게 봐주는 동료들이 너무 고마워서 결국 눈물까지 흘렀습니다. 그간 <고쇼>를 통해 솔직함으로 시청자들과 다가가고자 한 고현정이었지만 자신의 숨겨진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익숙지 않았나 봅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큰 슬픔을 가슴에 묻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크게 웃고 18바늘이나 꿰맬 정도의 아픔을 꾹 참고 연기에 몰두하는 고현정. 그렇게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정말 '독하게' 살아온 그녀이기 때문에 깊은 아픔을 이겨내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고현정이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역시 '미실' 고현정은 하루 아침에 운으로 이뤄진 신기루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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