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송에서든 SNS에서든 자신의 의사를 마음껏 펼치는 것은 장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표현의 자유 때문에 타인이 원치 않은 사실이 알려져 피해를 보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SBS <강심장>에서 지난 19일, 26일 연이어 엄청난 양의 폭로 발언을 쏟아낸 배우 김부선의 자유로운 언행, 그 자체는 인정합니다. 남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그녀만의 개성이니까요. 어떤 때는 남의 이목 신경 쓰지 않고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김부선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2주 연속 계속된 김부선의 토크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딸은 물론이고 그녀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선배들도 김부선에 의해 자극적인 폭로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지난주 배우 정경호의 아버지이자 유명 드라마 PD 정을영과 배우 박정수의 동거 사실을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송을 통해 만천하에 알렸던 김부선은 이번 주에는 딸 이미소 양의 과거 전국 등수와 위장전입 사실까지 알려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26일 <강심장>에서 딸 미소 양과 친언니와 얽힌 에피소드를 털어놓은 김부선은 "친언니는 자기 딸이 영화배우를 하고 싶다고 하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언니 딸은 못 생겨서 영화배우 하고 싶어도 못한다 말해준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대화도 언니와 조카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을 언짢게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김부선의 지독하게 자유롭고, 너무나도 솔직한 토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딸 미소 양이 배우가 된다 했을 때 언니의 반응은 어땠나"는 MC 신동엽의 질문에 김부선은 "미소가 전국 꼴등이기 때문에"라고 답하며 스튜디오와 객석을 당황케 합니다. 그래도 전국 꼴등은 거짓말 아니냐는 붐의 재차 질문에 김부선은 자기 딸 꼴등 맞다면서 심지어 강남 학교로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까지 언급하는 등 끝도 없는 폭로를 이어갑니다. 그러면서 만약 자기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면 벌써 떨어졌다면서 억지웃음까지 유도합니다.

방송에서 솔직한 모습은 좋지만 국회의원, 장․차관 후보도 낙마시킨다는 위장전입이 결코 자랑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방송에서 튀고 싶었는지, 아님 이번 기회에 단단히 고해성사라도 할 마음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김부선의 폭로 대행진은 당사자 딸 미소 양은 물론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낯까지 부끄럽게 합니다.

주위 사람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김부선 덕분에 시청자들은 정을영PD-박정수 관계, 미소 양의 전국 등수와 위장전입 등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부선 덕택에 알게 된 많은 사실들은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흡족함보다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씁쓸함만 남겼습니다. 오히려 김부선 때문에 본의 아니게 굳이 알리고 싶은 비밀이 알려져 피해를 본 그들이 받을 상처가 더 걱정될 정도입니다.

엄마를 따라 배우를 지망하는 딸 미소 양의 전국 등수, 위장 전입 등 모든 사실을 속속들이 대중에게 일려 바친 엄마 김부선은 방송 말미에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통해 "미소야, 세상에 엄마만큼 편하고 좋은 게 어딨냐”면서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강심장> 특유의 자극적인 편집을 감안해도 딸 이미지 관리는 안중에도 없이 방송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 엄마만큼 불편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자신의 등수와 위장전입까지 만천하에 알려버리는 엄마를 위해 힘들게 일해서 번 돈까지 안겨주는 효녀 미소 양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만약 이번 <강심장>에서 펼쳐진 김부선 토크만 놓고 보자면 못다 부린 어리광을 받아주는 쪽은 엄마 김부선이 아니라 딸 미소양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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