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이 15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주자 3인의 대리인인 안효대 의원과 권택기 신지호 전 의원과 경선룰 조율을 위해 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날짜를 확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 등 비박계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비박계 대권주자들은 국민참여경선의 전면적인 실시를 요구하며 박근혜 전 위원장을 공격해왔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번 결정이 이들의 이러한 요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란은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에게 까다로운 종류의 것이었다. 비박계 대권주자들의 경우 친이계로 뭉쳐있을 때부터 이어져온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항쟁을 이어가며 2012년 대선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충성으로 뭉친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힘을 키우고 근거지를 확보해 놓아야 압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당을 완전히 장악당한 상태에서 현행 룰대로 경선을 했을 경우 비박계 대권주자들이 선전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어차피 당 내 조직 대결이 경쟁의 주된 내용이 되면 어느 지역위원장이 누굴 지지했는지 까지 전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굳이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반대를 표명할 당 내 인사는 사실상 전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위원장과 원수진 듯 하던 인사들도 친박계에 백기투항하고 있는 판에 누가 괜히 나서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 하겠는가?

하지만 박근혜 전 위원장이 국민참여경선에 대한 반대만을 고집하고 있는 다는 것에 친박계 인사들도 답답해했을 것이다. 야권이 전면적인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고 후보단일화 등의 이벤트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 뻔한데 사실상 박근혜 추대나 다름없는 일정을 밀어붙였다가는 본게임에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언론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이미지를 ‘고집불통’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들이 우려할만한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박근혜 전 위원장 본인이 결심하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이고, 2007년 이명박 당시 후보와의 경선에서 룰 변경에 동의해줬다가 패배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참여경선의 전면적 실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절충안을 만들고 제시하는 것인데 박근혜 전 위원장은 그것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전당대회 일정만 확정한 것이고 경선 룰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될 만한 국면이 오지 않는 이상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국민참여경선 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친박계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일단 현행 룰대로 진행되는 경선에 최대한 많은 주자들이 참가하는 것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은 현재의 경선 룰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경선이 이대로 진행되더라도 경선을 보이콧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태희 전 실장이나 김태호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어느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경선에 참여해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는 것이 다음 행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금의 이변이라도 만들어 내면 ‘차차기 대권주자’의 입지를 다지는 수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등의 비박계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계산과 각 개인들의 사정이 겹쳐 각기 다른 시나리오가 그려질 가능성에 대해 추측해 볼 수 있게 한다.

김문수 지사의 경우 국민참여경선이 실시되지 않을 경우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탈당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사실상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손을 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이 그것은 어려운 선택지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2014년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고 여기에서 당선되면 2017년에 차기를 도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경선에서 임태희, 김태호 등이 부각되면 사실상 3선 도지사로 정치경력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그림이든 이번 경선에 나가는 것을 플랜A로 상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김문수의 처지다.

친박계가 ‘김문수 분리대응 전술’을 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문수 지사 측이 경선 불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친박계가 ‘김문수 와는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상황에서 비박계 후보단일화론 등을 슬쩍 흘렸던 정황 등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은 2008년의 공천 학살 때문에 ‘확실하게 찍힌’ 처지이기도 하거니와 나이가 많아 차차기에 대한 전망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워낙 여러 계산에 얽매이지 않고 발언하고 행동해온 것과 같이 탈당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탈당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생각해봤을 때 박근혜 위원장 입장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아마도 김문수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고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 하는 것일 게다. 반대로 최악의 그림은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탈당을 해 제3지대에서 창당을 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것이다. 친박계 모 의원이 비박계 대권주자 중 1인을 겨냥해 ‘만 표를 얻는 한이 있더라도 박근혜 표를 쪼개겠다’는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권발 제3지대 창당의 참혹한 결과는 이미 ‘국민생각’이 보여준 바 있기 때문에 이런 ‘최악의 그림’이 현실화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저 쉽게 생각한다면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이 모두 불출마하고 전당대회가 사실상의 박근혜 추대식이 되는 경우가 가장 유력해 보이지만, 정치에서 누군가 잃는 것을 감수했다는 것은 또 회복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는가? 이번 논란을 통해 박근혜 전 위원장은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이것을 회복하는 길은 모두에게 행복한 상황을 본인의 결단을 통해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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