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뒤늦게 모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서 화제가 된 MBC <세바퀴> 23일 방영분은 '진짜 저 사람이 방송에서 당당하게 저런 말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보는 이들을 황당하게 합니다.

백번 양보하여 남자와 여자가 보는 몸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세바퀴>에 나와서 여성 연예인 몸매에 대해 통통하다느니, 고도 비만이라고 평가하는 몇몇 남성 연예인들의 대화 수준은 상당히 심각해보였습니다. 솔직한 심경을 표현하자면 일단 본인들의 몸매를 거울로 보고 남의 몸매에 대해 평가했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았습니다.

역지사지로 몇 년 전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180cm를 넘지 못하는 남자는 루저"라고 했다가 몰매 맞은 한 철없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성들의 반응이 현재 이혁재 등 몇몇 남성 연예인의 몸매 품평회로 적지 않게 상처받은 여자들의 마음과 비슷했겠구나 생각도 들더군요.

사실 <세바퀴>는 여성 몸매 평가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이번 한 번이 아닙니다. 2009년 6월에는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예성이 출연하여 각각 "너무 뚱뚱한 분들은 좀 게으른 사람", "저는 살찐 여자를 많이 싫어한다. 자기 관리를 너무 못하는 것 같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3년 전 여성 몸매 평가로 물의를 빚은 <세바퀴>는 이제 대놓고 여성 연예인 몸매 품평회를 개최해 몇몇 시청자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물론 소수 일부 남성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은 '남성과 여성이 몸매를 보는 관점이 달라 생긴 오해', '남성이 부르는 통통의 의미는 글래머라는 긍정의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자 친구가 통통하다고 하면 기분이 안 좋다"가 버젓이 자막처리된 <세바퀴> 방송분에서 언급되는 통통은 '긍정과 칭찬'의 뜻보다 비하 혹은 폄하로 보일 뿐입니다.

네티즌들을 더욱더 황당하게 하는 것은 -그 역시 인신공격이 될 수도 있으나 - 함께 <세바퀴>에 출연한 이경애를 보고 대놓고 '고도비만'이라고 상처 준 사람이 다름 아닌 이혁재라는 것이죠. 과거 물의 행적으로 여전히 곱지 않게 보이는 그가 남자 기준으로도 상당히 '퉁퉁한' 몸으로 이경애의 몸매에 대해서 평가를 하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조형기는 "여자 친구가 통통하다고 하면 기분이 안 좋다"면서 불붙은 마당에 기름을 왕창 부운 격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게 합니다.

원래 <세바퀴>는 여성 몸매 품평회 개최뿐만 아니라 여성 아이돌의 노골적인 섹시 퍼포먼스와 남성의 근육질 몸매에 감탄하는 여성 패널들의 호들갑이 주를 이룬 예능이긴 합니다. '몸매'에 과잉 집착하는 <세바퀴>를 보고 있자면 아무리 주말 심야 시간대라 해도 15세 등급에 지상파에 방영되는 프로그램 맞나 싶을 정도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세바퀴>는 여러 시청자들의 비판에도 자성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는커녕, 아예 대놓고 '여성 연예인 몸매 품평회'로 그 여성 연예인과 관련 없는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심기까지 불편하게 하는 '놀랄만한 명장면'을 선사합니다.

MBC 노조 장기 파업에 그나마 <세바퀴>를 유지했던 PD들은 방송 현장을 비우고 CP와 외주 인력이 그럭저럭 <세바퀴>를 운영해가는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상파 예능에서 공개적으로 여성 연예인 몸매 품평회는 좀 아니잖아요. 본인들은 비하 의도 없이 이야기했다 하더라도 수많은 이들의 오해와 분노를 사는 몸매, 키 언급은 이제 방송에서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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