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벌어졌던 연쇄 살인의 범인은 경쟁에 내몰린 같은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친구가 아닌 오직 철저한 경쟁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사회가 만든 범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오직 실적에만 눈이 먼 교육에서 인성은 무의미한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변하지 않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 섬뜩하다

그동안 특별한 존재감이 부여되지 않았던 유강미를 위한 에피소드였던 학교괴담은 마지막 순간까지 섬뜩함을 남겼습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실적 지상주의에 휩싸인 대한민국 학교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번 에피소드는 유강미라는 존재에 깊이를 더해준 것만이 아니라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전설의 답안지'와 관련된 루머들이 상존하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건이 교묘하게 교차하며,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있던 강미가 사건을 풀어가며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강미라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녀에게 그럴 듯한 의미를 담아내야만 했는데 그동안은 그저 대사로 오가는 예쁘기만 한 존재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였습니다.

강미가 다니던 학교에서 과거와 유사한 자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 사건에서 경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강미의 회상 장면들은 중요했습니다. 과거 김우현이 그녀의 삶을 구해주었듯 현재 시점 미술실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녀를 구해준 존재가 김우현의 모습을 한 박기영이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이미지이지만 둘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미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거의 김우현과 현재의 박기영 사이에서 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후 이야기 전개를 흥미롭게 만들어 줄 테니 말입니다.

해킹당한 컴퓨터를 조사해도 답을 찾기가 힘들던 김우현은 학내에 CCTV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건이 발생하던 시점 학내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사를 시작합니다. 학교 곳곳을 촬영한 이 테이프가 곧 CCTV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 안에서 찾은 범인은 충격이었습니다. 두 명의 아이를 죽인 후에도 다시 살인을 시도한 이 범인의 정체는 같은 학년 친구였으니 말입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 중 한 명이었던 미영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가난한 가정에서 장학금이 아니면 힘들었다는 점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던 것이지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같은 조건의 친구 지수의 명의를 도용해 메일 계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범죄를 저지른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함정 수사를 통해 강미가 지수 역할을 하며 범인 검거에 성공했지만 자신은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당당해 하는 모습은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죽으라고 한 적이 없다며 증거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나 취조실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자해하며 미친 척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린 학생의 천진난만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무조건적인 경쟁만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에서 이런 괴물은 그저 드라마에서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철저하게 승자독식만이 전부라고 교육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인물들이 양산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틈도 이유도 부여되지 않은 그들이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는 이미 충분히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범인인 미영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학을 하고 스스로 미쳐버리는 상황도 당황스러웠지만 더욱 충격적인 모습은 대단한 일들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학급이었습니다. 교문 밖에서는 기자들이 공교육의 문제를 다루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도, 교실 안에서는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다며 공부만 강요하는 모습은 정말 섬뜩한 장면이었습니다.

사회 전반이 정상적인 길을 걷지 않는다면 그 많은 구호는 모두 무의미한 것들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떠들어대도 결국 사회에서 승자가 되는 길은 오직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만이 전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실을 지독하고 잔인하게 보여준 학교 괴담은 그래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다 친숙한 관계가 된 우현이 된 기영과 강미는 둘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데 좀 더 원활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김우현을 잡고 싶어 하는 권혁주는 조금씩 그를 옥죄기 시작하고 진범이 누구인지 궁금한 우현이 된 기영은 자신에게 접근한 구연주 기자의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통해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죽은 김우현에게는 블랙박스가 아니어도 찾아갈 수 있었던 리조트에 접어들며, 입구에서부터 자신을 알아보는 경비원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던 김우현은 사건 장소에서 조현민과 조우합니다. 김우현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박기영에게는 생경한 이 장소는 바로 팬텀의 파일 속에서 죽은 남자의 장면이 담긴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더욱 이는 곧 신효정의 죽음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리조트 15호실은 조현민의 모든 악행이 시작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 리조트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던 권혁주는 불법 도청을 통해 조현민의 행동대장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순간적으로 놓치기는 했지만 리조트로 향하는 길에서 권혁주가 선택한 길은 당연히 그 곳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조현민과 알아야만 하지만 모르고 있는 김우현이 된 박기영. 신효정의 살인범이 박기영이라 확신한 권혁주. 이들이 모두 같은 장소에서 조우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절대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지는 않겠지만 서로 쫓고 쫓기는 먹이사슬 같은 관계가 확립된 이들의 추격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박기영은 김우현은 알고 있었던 범인 조현민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권혁주는 김우현과 조현민의 관계에 확신을 가지며 범인 찾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복잡한 추격전은 더욱 흥미롭게 이어질 듯합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한영석이 1년 전 죽은 남상원 대표를 추적하고 해명 리조트 15호 실의 원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인주시 세강 타운 하우스 주변에서 해킹당한 라디오에서 '세강 그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흘러나온 장면은 조현민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예고했습니다. 세강 증권이 아닌 세강 그룹이라는 점은 조현민의 작은 아버지가 복수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복수와 복수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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