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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빛과 그림자, 연장의 나쁜 예[블로그와]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2.06.20 10:23

   
 
18일 방영된 MBC <빛과 그림자> 59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사는 다름 아닌 "그게 말이 되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법 어음과 사기 혐의로 구속된 장철환(전광렬 분)이 '또' 살아 나왔으니까요.

어떻게든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정 대통령(염동헌 분)은 IOC 위원과 친분이 두터운 장철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장철환을 사면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시대 상황인 만큼 철환은 보란듯이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구요.

그의 사면 소식은 강기태(안재욱 분)은 물론, 한때 장철환과 손을 잡았던 차수혁(이필모 분)까지 분노하게 만듭니다. 오죽하면 철환의 사면 소식을 듣는 사람마다 죄다 "그게 말이 되나" 대사만 무한 반복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소리로 "그게 말이 되나"를 외치고픈 사람은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 아닐까 싶네요. 장철환을 비롯, 곤경에 처했던 모든 주, 조연이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것은 기본, 강기태와 장철환이 서로 복수하다가 끝나는 레퍼토리는 다음 회 내용까지 예상될 정도로 식상함을 불러일으킵니다.

<빛과 그림자>도 한때 폭풍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인기를 모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SBS <천일의 약속>, KBS <브레인>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동시간대 하위권이라는 방영 초반의 부진을 딛고, 최근까지 무려 20%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선점하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70,80년대 다소 암울했던 시대 상황을 적당히 반영하고 전광렬, 안재욱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선전이었죠.

허나 지금 <빛과 그림자>는 장철환 역을 맡고 있는 전광렬의 가증스럽고도 섬뜩하기까지 한 악역 연기를 제외하곤 모두 다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입니다. 장철환은 갖은 위기에도 매회 살아남고, 강기태는 매번 장철환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리고 강기태에게는 드라마인 점을 감안해도 비이상적으로 끊임없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강기태가 운영하는 '빛나라 기획'의 대표 가수 혜빈(나르샤 분)이 조태수(김뢰하 분)의 아이를 임신하여 '빛나라 기획'을 발칵 뒤집어 준 것은 애교 수준입니다. 강기태가 일편단심 사랑했던 정혜(남상미 분)가 장철환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생긴 하반신 마비 위기는 분명 슬퍼해야 할 장면은 맞는데, 이미 에베레스트 정상을 찍고 히말라야 산맥을 순환하는 <빛과 그림자>가 빚어낸 억지스러운 상황설정으로만 보여 당혹스럽습니다.

   
 
잘나가던 <빛과 그림자>가 갑자기 산을 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연장' 때문입니다. 현재 MBC 노조가 파업 중이다보니 인력 부족으로 <빛과 그림자> 차기작 준비가 늦어지게 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빛과 그림자>는 예정됐던 50회에서 14회를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연장 확정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드라마 '연장'을 반대했던 안재욱의 '소신'은 윗선의 일방적인 지시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요즘 <빛과 그림자>는 고무줄 늘이듯 모든 스토리를 '질질' 끌고 갑니다. 때문에 강기태와 이정혜의 이뤄질듯 말 듯하는 사랑은 계속 말도 안 되는 무리수로 '불발'로 끝나 강기태의 복수심만 키우고, 장철환은 매번 살아남아 강기태를 지구 끝까지 찾아가 괴롭힐 태세입니다.

한때 강기태와 장철환의 엎치락뒤치락 '복수'가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가 된 적도 있지만 자꾸 반복되는 '복수'에 시청자들도 지겹기만 합니다. 지나친 '복수' 설정에 전광렬의 명품 악역 연기에 대한 감흥마저 반감될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강기태와 장철환의 지겨운 대립은 여전히 끝낼 줄 모르는 분위기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연장에 돌입한 것은 비단 <빛과 그림자>뿐만이 아닙니다. <허준>, <대장금> 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가 모두 연장됐었고, 지나친 늘리기 전개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빛과 그림자>가 처한 상태는 굉장히 심각해 보입니다. 매회 똑같아 이제는 무의미해 보일 정도의 장면만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차라리 연장 없이 예정대로 깔끔하게 끝났다면 괜찮은 드라마로 남았을 텐데, 진짜 MBC의 불사조 한 분 때문에 연장의 나쁜 예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로 추락한 <빛과 그림자>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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