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놀러와> 게스트는 하필이면 지난 17일 MBC에서 첫 방영한 <무한걸스> 출연진이었습니다. 순간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새로 출범하는 예능이 홍보 차 해당 방송국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 만약DP <무한걸스>가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세바퀴>에 출연했으면 으레 있는 홍보 출연이겠거니 했을 거예요.
하지만 유재석이 진행하는 <놀러와>는 상황이 달라요. <무한걸스>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일요일 황금 시간대 지상파로 진출하자마자 '<무한도전> 베스트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무한도전> 따라하기에 급급한 프로그램이잖아요.
<유재석>은 <놀러와> 이전에 8년 가까이 <무한도전>과 함께하고 있는 방송인입니다. 이미 <무한도전> 애청자에게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요. 유재석 본인도 현재 <무한도전>이 MBC 파업 여파로 20주 결방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출연진과 비밀리에 아이디어 회의를 할 정도로 <무한도전>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구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재석과 <무한걸스> 송은이는 절친한 친구입니다. 일단 절친 송은이가 맡고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이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상파에 진출했다면 친구로서 축하해줘야 할 일이죠. 하지만 현재 <무한걸스>는 유재석이 마냥 축하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20주 결방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무한도전> 대신 <무한도전> 따라하는 <무한걸스>로 '땜빵'해보겠다는 얄팍한 사측의 속셈, 그리고 결방 중인 <무한도전>이 보고 싶고 <무한도전> 시청자들의 가시 박힌 소리를 잘 알고 있다고 말은 하는데, '더 좋은 콘텐츠'를 운운하며 <무한걸스> 방영의 정당성을 운운하는 송은이.
그런데 MBC 예능국과 <놀러와>는 참 짓궂게도 유재석에게 <무한걸스> 홍보를 부탁합니다. 18일 <놀러와>에서 유재석은 새로 시작하는 <무한걸스> 출연진 그리고 오래된 친구 송은이와 김숙, 함께 KBS <해피투게더>를 진행하고 있는 신봉선 앞에서 애써 웃고 있었지만 결코 웃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유재석과 오랜 시간 <놀러와>를 진행하며 찰떡 호흡을 과시하는 김원희도 상황이 그랬던 만큼 심기가 불편해보일 정도였습니다. 또한 예전에 <무한걸스2>에 출연했다가 하차한 적이 있는 고정 게스트 김나영도 그날따라 수척해보였습니다.
송은이도 분위기를 의식한 듯 "<무한걸스>는 힐링이 필요 없는 아이들." "안녕하게 잘 있으니 <놀러와>를 즐겨보고 있다." 등으로 <놀러와> 경쟁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재치 있게 <놀러와>를 띄워주고자 하는 듯 했습니다.
진행하는 유재석도,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김나영도, <무한걸스> 출연진도, 시청자들도 모두 다 가시방석이었던 <놀러와>. 무엇보다도 18일 방송분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호스트 속도 모른 채 버젓이 놀러와 놓고, 자기네들끼리 누구 한 사람을 몰아가기 놀이에 바쁜 손님까지 환대해야하는 유재석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유재석, 그리고 지금까지 <무한도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시청자 모두에게 상처만 되었던 방송.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는 월요일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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