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맥주광고 출연 문제와 교생실습을 둘러싼 논란에 마음고생을 겪은 ‘피겨여제’ 김연아가 자신의 진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초 은퇴 후 프로로 전향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쟁 무대로의 복귀, 특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대규모 아이스쇼인 `아티스트리 온 아이스' 출연을 하루 앞둔 지난16일 김연아는 상하이쉐라톤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학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16일 중국 상하이쉐라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진로와 17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이스쇼인 `아티스트리 온 아이스' 참가에 대해 설명했다. (상하이=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김연아는 "진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혔다. 여름 전에 확정된 진로에 대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그 동안 주위 분들과 향후 일정을 상의하면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긴 했다. 하지만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은퇴를 하지는 않되 진로 고민을 위해 시즌 경기 출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2011-2012 시즌을 ‘스킵’했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출전을 할지 결정이 안된 상태에서 목표를 얘기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소치에 출전하게 된다면 시간은 충분하다"고 출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경기와 공연은 마음가짐이나 긴장도가 다르다"며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에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아의 이번 입장 발표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던 내용과는 뉘앙스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김연아는 작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1 모스크바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복합적이었어요. 시합을 준비하면서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끝난 데 대한 홀가분함이 있었죠. 또 시상대에 섰을 때 '이제 다시는 이 자리에 설 수 없겠지' 하는 감회로 울컥했어요."라고 술회했다.

이에 대해 기자가 '공식대회 출전은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으로 끝이라는 뜻인데?'라고 묻자 김연아는 "다신…,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었지요."라고 답했다.

이어 김연아는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저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기다리며 쭉 훈련해왔어요. 그걸 마쳤는데 또 4년을 기다리라고…. 여자 싱글 피겨 종목에서 올림픽 2연패는 카타리나 비트(독일) 선수가 유일해요. 이 종목의 전성기는 18살~20대 초반이에요. 그 나이를 지나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요."라는 말로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에서 ‘출전하게 된다면 시간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입장의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고 진로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끝났음을 김연아 스스로 밝힌 만큼 최소한 다가오는 2012-2013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복귀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김연아가 주요 국제대회에 복귀한다면 당장 2012-2013 시즌부터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할 수 있다.

국제빙상연맹(ISU)이 지난 달 22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12-2013 시즌 그랑프리 출전 선수 명단에는 김연아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ISU 규정상 김연아가 출전의사를 밝힐 경우에는 얼마든지 그랑프리 시리즈 주최국의 초청을 통해 출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김연아가 경쟁 무대 복귀를 선언한다면 그 배경은 밴크버 동계올림픽 이후 변화된 상황이 고려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1년여의 휴식이었지만 그동안 김연아와 관련된 비판 가운데는 현역 선수가 경쟁무대에서 뛰지 않고 광고 출연 등 과외활동에만 집중한다는 부분이 컸고,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국제대회 출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미 스케이터로서 이룰 수 있는 업적을 모두 이룬 만큼 김연아에게 다시 ‘1등’을 기대하고 요구하기보다는 그가 경쟁 무대에서 아름다운 무대를 펼쳐주는 것 자체에 팬들은 만족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널리 형성된 만큼, 김연아 스스로 경쟁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낸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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