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하데스가 되어 하데스가 아님을 증명해낸 김우현. 1999년의 비밀 속에 숨겨졌던 과거의 기억들이 본격적인 '유령'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거대한 부를 통해 절대 권력을 자처하는 조현민이 김우현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다짐하며 드러나기 시작한 비밀의 진실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소지섭과 손현주 유령이 된 추적자들의 분노

디도스에 이은 대한전력 마비를 일으킨 홍콩의 해커집단인 '대형'팀에 맞서 홀로 고군분투한 김우현은 이로 인해 스스로 하데스임을 밝히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공격을 막기 위해 우현이 사용한 방식이 바로 하데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는 점에서 그를 추격하던 권혁주에게는 호재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추적해서 얻어낸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김우현이 박기영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권혁주에게, 대한전력 모니터에 가득했던 하데스의 시그니쳐는 강력한 증거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만이 진리라고 맹신하는 투박하고 과격한 권혁주가 김우현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단순합니다. 조작으로 드러난 신효정 살인사건 동영상에 박기영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조사보다는 자신이 본 것에 대한 맹신이 만들어낸 아집은 곧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적이 제거하고 싶은 일 순위 김우현을 알아서 공격하는 권혁주의 모습은 밉상으로 전락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강직하고 무식하기까지 한 권혁주가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 김우현의 비밀을 영구적으로 묻어두는 존재가 된다는 점입니다.

권혁주가 알고 싶고 잡고 싶은 것은 진실이지 김우현이나 박기영은 아닙니다. 그가 오직 알고 싶고 잡고 싶은 존재는 억울하게 죽은 신효정의 진범을 잡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박기영이 아닌 조현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연스러우니 말입니다.

모든 증거들은 김우현을 하데스로 지목하고 간부회의를 통해 그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되는 자리에서는 그는 모두가 알고 싶어 했던 진실을 꺼내듭니다. 하데스의 노트북에 담겨있는 비밀번호와 하드 디스크를 막은 비밀번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며 왜 그런 동일한 번호를 공유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김우현과 박기영이 경찰대학 동기이고 그들의 목적과 목표는 동일했습니다. 경찰대학 룸메이트로 함께 하며 1997년 발족된 후에 사이버 수사대가 되는 '컴퓨터 범죄 수사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존재들이었습니다. 밀레니엄 버그와 체르노빌 바이러스를 하드 디스크 비밀번호로 공유한 이유는 그들의 기억이 바로 그 1999년에 멈춰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우현의 턱밑까지 와서 목을 옥죄는 권혁주를 상대로 이미 완벽하게 구축된 논리는 허물어질 수 없는 단단함이었습니다. 김우현의 과거와 박기영의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의명분을 앞세운 김우현의 전략은 권혁주의 저돌적인 공격을 간단하게 막아내며 역공까지 가하는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불법이지만 살인자를 찾기 위해 하데스 노트북을 사용했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까 하데스 바이러스를 썼다"

대의명분을 위해 불법을 자행할 수밖에 없었고, 또다시 동일한 상황이 다가온다면 자신은 거침없이 그렇게 하겠다는 우현의 다짐은 곧 유명한 해커 하데스였던 박기영의 정의감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경찰대학을 나와서 스스로 만들어내고 구축했던 그 정의감은 바로 이런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김우현과 권혁주가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적대적 관계로 다가오지만 그들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존재일 뿐입니다. 이런 그들이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조현민은 강력한 존재감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디도스 공격이나 대한전력 공격의 숨은 주범은 바로 조현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조현민의 비밀을 담은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신효정을 살해한 주범 역시 조현민이었다는 사실은 김우현과 권혁주가 어느 시점 함께 그를 잡기 위해 손을 잡게 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세강그룹의 후계자인 조현민은 1999년 숨진 아버지에 대한 복수만이 가득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행하는 그가 노리는 마지막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죽음과 김우현의 아버지인 김석준은 무슨 관계인지가 궁금하게 다가옵니다.

세강그룹 정치비자금 관련된 문건을 자신이 만든 바이러스를 실험하기 위해 장난처럼 시도한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커다란 파장으로 박기영을 옥죌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거대 재벌과 권력과의 은밀한 거래. 그리고 이를 침묵으로 보호하는 검경 세력들의 모습은 박기영에게는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고 곧 그는 스스로 정의를 지키는 하데스가 되었습니다.

세강그룹을 비호하기 위해 스스로 비자금 수사지침까지 만들었던 김석준은 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어야 했고, 조현민의 아버지는 죽어야만 했는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현과 기영이 한꺼번에 죽음 앞에 노출되었듯 유사한 상황에서 벌어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운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확실한 물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언론에서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진실. 그래서 스스로 해커가 되어 비리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던 박기영과 달리, 조현민과 함께 거대한 음모의 틀 속에 갇혀버렸었던 김우현의 운명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김우현을 향해 집요하게 다가오는 권혁주의 집착과 조현민의 분노는 '유령'을 더욱 '유령'답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비밀들은 속속 다가오고 드러나는 실체가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을 지는 보이지 않는 '유령'을 잡으려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추적자'의 손현주가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거대한 권력에 복수를 하듯, 위대한 해커 박기영은 김우현이 되어 숨겨진 거대한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려 합니다.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권력의 꼭짓점에 재벌이 존재하고 있고, 그 돈 권력이 모든 권력을 집어삼킨 괴물이라는 점에서 '추적자'와 '유령'은 다른 듯 같은 드라마임은 분명합니다. 이미 유령이 되어버린 김우현이 된 박기영과 스스로 유령을 자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백홍석은 유사하니 말입니다.

시경캡으로 등장한 구연주 기자. 그녀의 등장은 곧 조현민에게 김우현이 김우현이 아닌, 박기영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얽히고설킨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완벽하게 드러내고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하는 거대 권력 조현민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갈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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