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과 국제 해커조직과의 전쟁도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소지섭을 쫓는 곽도원의 오기와 집념도 그 이상의 재미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미친소처럼 물불 안 가리고 자기 심증을 밀어붙였지만 수갑을 채우는 것까지가 미친소가 누릴 수 있는 쾌감이었다. 소지섭은 미리 모든 대비를 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톰과 제리가 따로 없다.

소지섭이 해커들의 2차공격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기 신분이 의심받게 될 하데스 고유의 악성코드를 사용했다.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기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의 가치 충돌이 일어날 때이다. 비록 해커였지만 박기영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사람이기에 일단 전력회사의 위험을 구해냈다.

그러나 모든 위험을 제거하고 모두들 방어성공에 자축할 때에 모든 모니터에 일 년 전에 사라졌던 하데스의 이니셜이 떠버리고 말았다. 그 얘긴 즉 소지섭 본인이 하데스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 자리에서 곽도원은 소지섭에게 수갑을 채웠고, 경찰청 내부의 증거도 소지섭이 하데스라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돌아갔다.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나 싶었지만 이미 소지섭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경찰대학 동기였던 김우현과 박기영이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했다고 해명했고, 하데스의 불법 코드를 사용한 것도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납득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소지섭의 하데스 논쟁을 종결시킨 장본인이 등장한다. 국가 대란을 막아낸 소지섭을 표창하겠다고 경찰청장이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하데스를 확실히 잡았다고 나름 의기양양하던 곽도원은 소지섭에 의해서 제대로 물을 먹게 됐다. 곽도원의 실패요인은 해커의 방식을 몰랐기 때문이다. 해커는 본디 정문출입을 즐겨하지 않는다. 애초에 증거물보관소에서 하데스의 노트북을 쓸 때부터 소지섭은 모든 상황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해커라 할 수 없기도 하다.

또한 애초에 하데스 노트북의 비밀번호를 알고, 해킹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문이나 다른 실질적인 증거 없이 현직 경찰을 가짜 신분으로 몰아간 것 자체가 사실 좀 허술한 시도였다. 소지섭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당연히 옹호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유전자 감식이다. 미친소와 소간지의 기싸움 2라운드의 소재는 유전자인데, 이건 터지면 독하다. 이연희가 김우현과 박기영의 지문, 치과기록을 모두 바꿨지만 유전자정보까지는 아직 손을 대지 않은 상태이다. 다행스럽게도 유전자 감식을 하기 위해서는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미친소라도 무작정 하자고 밀어붙일 수도 없다. 그러나 아직도 안심할 수는 없다.

만일 곽도원이 김우현의 베이터베이스 수정날짜를 알게 된다면 그것은 영장을 가능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문이나 치과기록 등은 비교적 조작이 쉬울 수 있지만 유전자는 차원이 다르다. 만약 현안으로 떠오르게 된다면 도저히 피해갈 방법이 없는 외통수다. 아직 현실성이 적다뿐이지 곽도원이 이를 밀어붙인다면 소지섭의 정체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다.

소지섭은 곽도원에게 끌려와 조사실에 앉아 있으면서 이연희에게 모두에게 사실을 밝히겠다는 뜻을 비쳤다. 시청자를 잠시나마 애닳게 하기 위한 트릭이면서도 일종의 복선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직은 곽도원이라 생각하지 못하지만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박기영인 소지섭이 손을 잡을 만한 상대는 미친소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곽도원 역시 마찬가지다. 소지섭과 번번이 기싸움을 벌이면서 결정적으로 수사를 저지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있다. 방해는커녕 대한전력에서는 아이피주소를 적어서 건네주는 등 은근히 협조도 잘하고 있다. 결국 유전자 대조로 곽도원이 좀 더 소지섭을 압박함으로써 그 위기의 순간에 고백과 의기투합하는 반전의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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