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저녁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경남 지역 핵심 지지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고 합니다.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 한 호텔에서였습니다. 김 지사의 전·현직 보좌관과 경남의 지역별 대표 등 60명 안팎이 모였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왜 김두관인가', '전국의 지지자·지지단체 동향', '김두관 지지자의 역할과 기능'을 주제로 삼은 발표가 있었으며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여부와 시기, 도정 전반 등에 대한 토론도 벌어졌습니다.

마지막 결론은 '김두관 지사 대통령 만들기'에 함께하기로 참석한 이들은 뜻을 모았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에서는 출마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 7일치 1면 보도 "도내 김두관 핵심지지자들 '좋은 대통령 만들자' 결집"을 따르면 그렇습니다.

자리에서 좌장 노릇을 맡았던 김종대 창원시의원은 이 기사에서 "여러 계파와 부류가 있어 의견이 분분했고, 지난 참여정부의 실정에서부터 김 지사가 도정을 맡고나서 김두관 색깔을 제대로 내지 못한 데 대한 반성도 오갔다. 그럼에도 김 지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고, 선거에 나오면 훌륭한 대통령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윤학송 전 김 지사 비서실장도 한 마디 얹었습니다. "정말 12월 19일까지 노력을 다해서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제3기 민주정부 수장이 되도록 하자고 마음을 모았고, 김 지사가 7월 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때 가서 정리하면 늦으니까 서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차원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김두관 도지사가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했다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참석하지 않은 데에는 그 자리에 모인 김 지사 지지자들의 분분한 의견과 갑론을박이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까닭이 큽니다.

▲ 6월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두관 경남지사의 저서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에서 김 지사가 정치적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저녁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5주년 기념식'의 뒤풀이 자리에서도 의견 분분과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는 김 지사도 함께했는데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 사람에 따르면 김 지사가 난처해하고 곤란해 하도록 만드는 추궁성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경남도민일보 12일치 5면에 보도된 "6·10항쟁 기념식, 도지사 대선출마 토론회?"를 보면 김두관 지사는 축사를 통해 자기 거취에 대한 뒤풀이 토론을 자청했으며 뒤풀이 자리에서는 '지난 2년 도정 동안 성과가 제대로 있는지'와 '김 지사 뒤를 이을 야권 도지사 후보가 제대로 있는지'가 주로 짚어졌습니다.

이렇습니다. "중도 사퇴 후 대권 도전은 믿음을 준 경남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대선에 도전하기에는 도정 성과가 부족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지사까지 해야 하나. 중도사퇴 실망감이 대선에 나쁜 영향을 줄까 두렵다." "사퇴를 하면 야권 도지사 후보가 마땅히 있는가. 오히려 여권에게 칭찬받을 일이 아닌가?"

물론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고요 김 지사 또한 "결점이 하나도 없는 정치를 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차선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잦다" 등이라 말하며 대선 출마 의지가 굳건함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대권 도전을 두고 벌어지는 경남 지역의 풍경이 이렇습니다. 6월 1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김 지사의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성황을 이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를 비판하는 소리 또한 적지 않습니다.

김갑수 민주통합당 창원의창 지역위원장이 대표입니다. 그이는 11일 페이스북에다 "12월에 있을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김 지사의 중도사퇴로 경남 정부는 저쪽으로 넘어갈 확률이 농후하다. 후진들이 스스로 클 시간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김 지사는 (<아래에서부터>에서) 한국의 룰라가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룰라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든든한 후계자가 정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있다"고 썼습니다. 출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대권 도전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 6월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출마가 유력한 김두관 경남지사의 저서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지역도 그렇듯이 경남도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둘러싼 여론이 한 마디로 잘라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12일 출판기념회를 하고 13일 부산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14일치 중앙일보에 크게 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김 지사로서는 못 마땅하겠지만, 그이를 지지했던 경남 사람들이 볼 때는 뚜렷한 약점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는 지난 2년 동안 펼친 도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도지사직 중도 사퇴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입니다. 그리고 이 두 약점은 대선 국면에서 김 지사가 뛰어넘기 어려운 것입니다.

게다가 경남에서 여권은 똘똘 뭉쳐 있는 반면 야권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의 결집은 김두관 도지사 당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2010년 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지역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한 이달곤 직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세웠다가 재집권에 실패했습니다.

방심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46.5 대 53.5로 7%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진 쪽은 설렁설렁 했고 이긴 쪽은 있는 힘껏 했는데도 이랬습니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은 지고 나서 이 방심을 거둬들이고 이를 깨물었습니다.

올해 4월 1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도 그런 반작용이 나름대로 있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잘못된 단일화와 훌륭하지 못한 선거운동도 작지 않게 작용했지만, 경남 16개 선거구에서창원성산 한 곳을 뺀 모두에서 단일 후보를 내고도 김해갑 한 곳에서만 당선되는 참패를 했습니다. 이를 두고는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김 지사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함양군수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학송 후보가 4명 가운데 3등으로 주저앉은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함양에서 농민운동을 했고 도의원을 지냈으며 군수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는 윤 후보가 얻은 표는 24.9%(5913표)로 1등 한나라당 후보의 37.7%(8955표)보다 3000표 넘게 못 미쳤습니다.

이런 양상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이기려면 경남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해야 한다는 점과 마주치면 치명적입니다. 물론 수도권과 호남 지역 득표만으로도 충분히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나서고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 단일로 나선다면, 호남은 민주통합당이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이 독차지 하다시피 될 것입니다. 여기에 수도권이 55대45로 야권이 앞서는 반면 강원·충청은 같은 비율로 여권이 앞선다고 보면 결국은 경남·부산·울산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김두관 도지사가 중도 사퇴하고 대선에 나선다면 경남에서 득표는 김 지사가 문재인 의원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경남에 있는 야권은 그야말로 제대로 흩어져 있는 반면 새누리당 여권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문 의원이 나서고 김 지사가 계속 지사직을 맡는다면 경남 야권의 득표력은 꽤 높아질 것입니다.

김 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경남 야권은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못할 개연성이 높은 반면 여권은 똘똘 뭉쳐 '중도 사퇴'와 '도정 성과 별무'라는 김 지사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리 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 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경남도민일보가 내는 월간지 <피플 파워> 2012년 2월호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는 국민이 원하고 시대정신이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했습니다. "시대와 역사, 국민이 요구해야 할 수 있는 거죠"라고도 했습니다.

그 때는 없다가 지금은 있는, 그이가 말한 시대·역사·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요? 김두관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자발적인 캠프가 전국 곳곳에 서른 곳 넘게 생겼다는 사실이 그것일까요? 아니면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11명(6월 11일)과 참여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장관급 인물 16명(6월 14일)이 김두관 도지사의 출마를 촉구한 것이 그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리저리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지 않을까요? 김두관 도지사도 말한 바 있는데요, 김 지사의 중도 사퇴와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경남 도민이 전체의 70%라는 사실이 저는 그것이라고 봅니다.

김 지사는 앞서 말씀드렸던 <피플 파워> 인터뷰에서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이것이 정답이라고 보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도정에 전념하는 것이 도지사로서 잘하라고 저를 선택해 주신 도민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고, 저는 도정에 전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 의미 있는 정책 성과가 나올 때 저의 장래가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교과서적으로도 그렇지만 제 마음가짐도 도정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정책 성과가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번에 이렇게 나왔습니다.

1963년 경남 창녕 출생. 1999년 경남도민일보 입사. 1998년 잡문집 <따지고 뒤집기의 즐거움과 고달픔>, 1998년 공동시집 <사람 목숨보다 값진>, 2008년 <습지와 인간-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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