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김재철 사장의 입장을 담은 특보를 기자들에게 잇따라 배포하는 등 언론을 통한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는 총파업 돌입이후 줄곧 김 사장과 관련 의혹을 폭로하고 나선 노조를 견제하는 동시에 MBC 여론에 대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MBC는 지난 1월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 돌입 이후, 김재철 사장 및 회사의 입장이 담긴 특보 혹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종종 배포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MBC노조의 주장에 대한 해명 차원을 벗어나 의혹 또는 주장을 적극 반박하는 등 공세에 나선 모양이 뚜렷하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김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를 의식한 듯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등 임원회의에서 나온 김 사장의 발언들을 잇따라 전하고 있다. 또, MBC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더 나아가 언론노조의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특보 통해 김재철 사장 발언에 힘 실어

MBC노조 총파업 이후, 한 동안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김재철 사장. 그러나 최근 특보를 통해 임원회의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먼저, MBC는 지난 11일 발행한 특보에서 “2014년까지 임기는 반드시 채울 것이며,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김재철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을 전했다.

12일 발행한 특보에서도 김 사장의 발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살아있는 것을 보여주려면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 회사는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 김재철 사장이 베트남 고엽제 환자 초청행사 ‘아름다운 동행’의 일환으로 의료 지원을 받은 베트남 고엽제 환자들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MBC
더불어, 이날 특보에서는 ‘따뜻한’ 사장님의 이미지도 엿볼 수 있다.

김 사장은 MBC본사가 주최하고 MBC나눔이 주관한 베트남 고엽제 환자 초청행사 ‘아름다운 동행’의 일환으로 의료 지원을 받은 베트남 고엽제 환자들을 찾았다. 김 사장은 의료진에게 수술 결과와 환자
들의 상태를 묻고, 후속 치료일정을 상세히 체크하는 한편 환자들의 손을 잡으며 “힘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MBC는 밝혔다.

김재철 사장의 확고한 의지(?)를 담은 특보는 14일에도 이어졌다.

김 사장은 13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회사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내년부터 내 연봉도 깍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임기 중에 반드시 노사관계를 정립하겠으며, 그것이 이 시대 MBC 경영진이 해야 할 사명”이라고 강조했다고 특보는 전했다.

“MBC노조 파업= 정치파업”

MBC 특보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MBC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정치파업’으로 몰아가려는 의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MBC는 11일 특보에서 MBC노조가 보인 행태들이 공정방송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행보’였다고 주장하며 MBC노조를 향해 언론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MBC는 “언론노조가 공정방송과는 거리가 먼 정치지향성을 보여 왔기 때문에, 공정방송을 주장하는 MBC노조가 정치적 중립이 의문시 되는 언론노조에 가입하여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과연 공정방송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정치지향적인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에서 빠져나오는 것에서부터 공정방송을 실천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 발행한 ‘무엇이 정치파업인가’라는 제목의 특보에서는 MBC노조 파업이 ‘불법’이자 ‘정치파업’이라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13일 발행한 특보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은 왜 노조 집회로 왔을까’라는 제목과 함께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한명숙 민주통합당 전 대표,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 쪽 의원들만 MBC노조 집회에 왔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12일 오후 7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에 출연해 김재철 사장의 거취 및 각종 의혹에 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tvN
특보를 넘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에 직접 출연해 김재철 사장을 둘러싼 의혹들을 적극 해명하는 회사 쪽의 행보도 눈에 띈다.

김재철 사장의 공식 대변인인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12일 오후 7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에 출연해 김재철 사장의 거취 및 각종 의혹에 관한 입장 등을 밝혔다.

이진숙 본부장은 현재 MBC의 상황에 대해 “무한도전을 빼고는 사실상 100% 정상화에 가깝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적 같은 일”이라며 130일을 넘긴 파업에도 방송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김 사장이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노조 쪽의 비난에 대해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문진의 구도가 여권 6명, 야권 3명인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지난 20여 년 동안 방문진에 의해 선임된 사장은 모두 낙하산일 것이다. 이런 것은 의미 없는 논의”라며 “김재철 사장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선임된 적법한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MBC,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회사 입장 전한다

MBC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의 배경에는 ‘회사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는 앞으로도 특보를 통해 임원회의 발언은 물론이고, 큰 사안에 대한 회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힌다는 계획이다.

송윤석 정책홍보부 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그 동안 노조가 얘기하는 것 대부분은 대응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런 방식이 내부 구성원들한테도 회사의 입장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등 사태를 키웠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반성이 있었다”며 “회사 입장을 설명하면서 노조의 사퇴 요구에 의해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CEO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발표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MBC의 움직임에 대해 노조는 “궁지에 몰렸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그 동안 회사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도 위기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코너에 몰리자 여기저기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기발령 등 인사권 남발을 통해 노조원들에게 위협 의미를 전하고 있고, 정치권에도 ‘자신이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조차 퇴진 압박을 받자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MBC가 지난 2월 노조와 노조 집행부 11명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13일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한창훈 부장판사)는 13일 “노조가 여의도 본사 건물 안에서 집회를 하거나 정문 등 출입구를 가로막고 임직원의 출입을 막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문화방송 건물에 ‘정권의 MBC 김재철은 사퇴하라’는 등의 현수막이나 전단지를 붙이는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그러나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구속영장이 청구된 일부 피신청인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파업 상황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진술했고, 가처분 결정에도 간접강제의 부담을 무릅쓰고 이를 위반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MBC의 간접강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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