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8대 총선보도가 후보들의 동정 따라잡기식 보도에 치우쳐 정책보도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중앙언론이나 지역언론 모두 정책보도 '전무'"

'2008 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 주최,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박석운·정연구) 주관으로 지난 4월30일 열린 <2008년 총선보도 총평가> 토론회에서 '2008년 중앙 언론 총선보도 평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언경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은 "신문과 방송 모두 정책·공약 관련 보도와 후보자 검증보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대운하 교육 부동산 의료보험 민영화 등 주요 의제에 대한 각 당의 공약을 검증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 30일 2008 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 주최,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박석운·정연구)주관의 '2008년 총선보도 총평가' 토론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민언련

이날 토론회에서 '2008년 지역 언론 총선보도 평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병남 강원민언련 사무국장은 "지역 신문과 방송의 경우에도 선거보도에서 단순중계를 벗어난 정책 평가나 검증보도는 부족해 '정책실종' 현상을 보였다"며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불공정보도, 후보중심의 보도, 정책보도의 부재, 경마식 보도, 지역감정 조장 보도 등이 이번 총선보도에서 문제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미디어 선거 가로막는 선거법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 연구원은 "당초 선거법은 한국의 역사적인 환경을 반영해 '입은 풀고 돈은 묶는' 선거법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일부 조항이 오히려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참여와 선거정보 소통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와 같은 선거법 규제환경도 정책선거 실종에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KBS <시사투나잇>을 담당하고 있는 한창록 KBS PD는 이날 발제자들의 '정책보도 부재' 지적에 대해 "솔직히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입장에서 100% 동의하는 이야기"라며 "언론인들 스스로 노력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재용 MBC 보도민실위간사도 "이번 총선에서는 정책보도가 '미흡'했다는 말보다 '전무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며 "노조에서 '정책보도'를 요구해도 MBC는 대운하, 사교육, 경제 부문 등에 대한 정책을 보도할 때 형식적으로 양당의 주장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서정민 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은 "이번 선거는 이슈, 정책, 유권자가 없는 '3무 선거'였다"며 "언론은 정치권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치권을 견인해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언론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3무 선거'가 초래된 원인과 관련해 서 국장은 "출입처 제도에서 오는 근본적 한계"라며 "정치부 기자가 선거보도를 하다보면 은연중에 자신이 취재하는 정치인 틀에 갇혀 유권자보다 정치인에 훨씬 가까운 보도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책 단순나열 넘어서 구체적 사례 통해 보여줘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사전규제 폐지, 총선기획보도단 구성 등 정책보도를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기됐다.

김재용 MBC 보도민실위 간사는 "선거가 얼마 안남았으니까 압박에 못 이겨서 정책보도 하는 게 아니라 취재시스템을 바꿔 보도부문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이슈와 관련된 부처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해서 취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민 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은 "총선에서 언론이 이슈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정치부 등 전 부서를 동원해 '총선기획보도단' 등을 꾸려야 한다"며 "보통 정책보도는 재미없고 유권자들은 누가 떨어지고 이기느냐에 관심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이는 언론사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현재와 같이 정당 별로 분석해서 단순나열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구체적 사례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며 "가령 뉴타운의 경우에도 실제 사례를 통해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진다. 재미있고 유권자에게 도움되는 정책보도를 하자"고 주장했다.

한창록 KBS PD는 "사전규제를 통해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옥죄지 말고 방송법·선거법을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풀어놓고 사후에 불공정보도·편파보도를 제재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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