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연쇄 살인마가 붙잡혔지만 정작 우현이 찾고자 했던 세계지도가 그려진 시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도 죽어야 했던 연쇄 살인마의 마지막 눈빛에서 의외의 이야기들이 후반 등장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하게 합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유령, 그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초반 설정

신효정의 사망 1주기를 맞이하며 이어져 온 연쇄 살인사건은 결국 그녀의 매니저이자 절친이었던 양승재가 범인임이 밝혀졌습니다. 무자비한 악플러들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그저 지독한 집착이 만든 병적인 결과이기에 사이코 살인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양승재가 악플러들에 대해 극단적인 증오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연기자의 꿈을 키워가며 '비단길(비상을 꿈꾸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모임까지 만들며 성공을 다짐해오던 그들이었다는 점에서, 큰 성공을 앞둔 신효정의 죽음은 그가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했습니다.

살인자가 조작에 의해 해커 하데스였다는 사실은 그에게 네티즌의 과도한 집착과 악플이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데스는 이미 죽었고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복수의 대상은 그녀를 집단적으로 공격했던 서진요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여자 친구를 시작으로 서진요의 핵심적인 인물들과 함께 '악플'에 대해 이성적인 기사를 작성한 최승연까지 그의 복수는 명확했습니다.

살인을 하게 된 양승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복수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기영인 우현이 봤을 때는 허망한 상황의 연속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가 알고 있는 실체가 곧 그가 복수하고 싶었던 존재라는 사실을 죽는 순간까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유령'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트는 순간 범죄는 시작된다는 강렬한 반복은 4회 마지막 등장과 함께 등장한 조현민에게서 극대화됩니다. '오페라 유령' 음악을 연쇄 살인자와 조현민와 연결하며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이 인물에 대한 성격과 존재 가치를 명확하게 했다는 점에서 정교한 설정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마술사의 꿈'과 연결된 설정은 곧 사건의 범인이 그 현장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강렬한 이유로 다가옵니다. 이를 통해 갑자기 사라진 강미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시청자에게 다양한 복선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설정이었습니다. 강미가 사라진 상황은 마술이 주가 되는 연극의 하이라이트를 위한 깜짝 쇼였지만, 곧 이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극에 적합한 긴장감이었습니다.

범인 양승재가 과거 '오패라의 유령'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그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내는 과정은 잘 짜여진 각본만큼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미스터리 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공식화된 형식을 그대로 따라갔다는 점에서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오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형식의 틀을 파괴하고 좀 더 강렬한 이야기로 전개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상황에 누구나 예상가능한 상황들로 이어졌다는 점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은 하나의 틀로 구축되고 이런 일상이 되어버린 패턴은 곧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유령'이 추구하는 이야기의 형식적 틀은 큰 줄기에 다양한 가지를 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주는 재미는 다양합니다. 절대적인 악을 잡기 위해 다양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작과 함께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난 상황에서 이런 형식은 앞서 이야기한 식상한 패턴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4회 마지막에 등장하며 극적인 연출로 포장된 조현민의 모습이 맥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숨겨져야만 했던 인물이 초반부터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후 조현민이 아닌 실질적인 범인이 따로 있었다는 설정으로 대반전을 꾀한다면 '유령'을 더욱 유령답게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깜짝쇼를 해줄 존재가 우현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예측가능한 범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시작과 함께 강조된 김우현과 권혁주의 대립 관계가 조금씩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둘 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고 하지만 경쟁자이자 서로에게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둘의 만남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둘이 함께해야만 하는 이유들은 지속적으로 언급되지만 그럴수록 둘의 관계가 더욱 긴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우현이, 우현이 아니라 기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터넷신문 기자인 최승연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희생자 중 하나가 되어 살려난 후 그녀가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극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니 말입니다. 박기영의 죽음 이후 홀로 신문사를 지키며 사건의 실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녀가 우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은 권혁주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요소로 다가옵니다.

생전의 우현을 짝사랑했던 강미라는 존재와 우현이지만 기영이인 그를 흠모할 수밖에 없게 되는 승연의 등장은 재미있는 삼각관계를 만들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현이 살아있을 때 그 역시 강미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승연이 기영을 무척이나 따랐다는 사실은 기영과 우현이 하나가 된 이 존재에게 두 여자가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은 필연적 결과가 되겠지요. 기존의 삼각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색다른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령'은 흥미롭습니다.

하데스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청에서 움직임이 드러났고 권혁주가 하데스 찾기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유령'의 긴박감은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거대한 탑 가장 끝에 있는 두목을 만나기 위해 층별로 존재하는 적들을 무찌르는 과정처럼 '유령'속 우현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그 실체가 누구이고 왜 그랬는지에 대한 해법을 찾게 됩니다.

죽은 우현은 알고 있지만 살아있는 기영은 알지 못하는 사건의 진실. 그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그들의 본격적인 노력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조현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왜 하필 작가는 '악플러'와 '살인자'를 등장시켰을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라고 보기에는 그 안에 담고 있는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왜 작가가 '악플러 살인마'를 등장시켰을까?’에 대한 의문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악플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얼굴을 숨긴 악플러를 끄집어내 살인의 대상으로 삼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등장한 것은 '얼굴'이었습니다. 얼굴을 알지 못하면 복수가 힘겨워진다는 점에서 초반 에피소드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얼굴을 감추고 타인이 된 기영과 얼굴을 숨긴 채 모든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조현민. 그 실체는 가려진 얼굴 속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첫 에피소드를 '악플러 살인 사건'으로 설정한 것은 흥미롭습니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악플러들과 주요 등장인물들을 교묘하게 엮어내며 마지막 반전 역시 이런 숨겨진 '얼굴(=실체)'에 의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유령'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하면서도 시의성을 담은 이야기로 대중적인 호기심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작가는 초반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듯합니다. 악플러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기업에 가한 디도스 공격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조현민의 회사라는 점에서 의문이 들지요. 그는 최고의 해커라는 하데스의 정체마저 알아낼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방비로 디도스 공격의 희생이 되었다는 점은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조현민이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김우현을 만나고 이를 통해 그들의 관계에 대한 복잡다단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디도스 공격은 다시 한 번 조현민이라는 인물을 우현이 알아가는 과정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초반부터 쉽게 정체를 드러낸 조현민으로 인해 범인보다는 '왜?'라는 의구심에 관심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극적인 반전을 위한 특별한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조현민 역시 누군가에 의해 이용당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간지의 매력과 함께 권혁주 역을 맡은 곽도원의 맹활약은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알 수 없지만 시청자들과 매주 두뇌 싸움을 해야 하는 작가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숨겨 놓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작가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단순화된 뇌를 즐겁게 바꿔 놓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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