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YJ의 박유천 ⓒ연합뉴스
한국의 아이돌문화를 대표하는 한 거대연예기획사와 JYJ의 애매한 의혹은 도통 꺼질 줄을 모릅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가 JYJ 박유천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루는 것으로 예고했다가 정작 본방에선 통편집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이와 관련된 논란과 의혹은 끊이질 않고 있지요. 그리고 여기에는 방송사 예능국과 드라마국의 확연한 입장차이가 엿보입니다.

예능국은 일반 예능과 음악프로그램을 관장합니다. 이러한 예능국으로서는 거대기획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에 아이돌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기획사를 거스른다면 섭외자체가 곤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개개의 스타보다는 꾸준히 스타를 배출하고 공급하는 기획사가 더 소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반면 드라마국 앞에서 거대기획사는 오히려 약자입니다. 아이돌을 연기자로 진입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지요. 아이돌의 수명이 짧다보니 이들의 장래를 위해 다양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고,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연기자는 상당히 매력적인 분야인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거대기획사도 연기자 매니지먼트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기분야에선 진입단계이다 보니 드라마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헌데 거대기획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드라마제작자 입장에선 JYJ의 드라마 섭외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다보니, 해외팬들이 많은 JYJ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처음 박유천이 '성균관 스캔들'에 섭외됐을 때만 해도 그의 경력부족 탓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지만, 이제는 연기력에서도 인정받은 만큼 그 상품가치는 더욱 치솟고 있습니다.

2010년 KBS연기대상식의 축하무대를 JYJ가 꾸민 것은 예능국과 드라마국의 온도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음에도 공중파 음악방송에선 전혀 나오지 못했던 JYJ는 드라마국을 통해서 비로소 공중파 무대에 설 수 있었지요. 반면 MBC드라마 미스리플리의 경우, 자사의 연예보도 프로그램조차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를 외면했습니다. '섹션TV연예통신'은 예능국이 관장하지요.

▲ 그룹 JYJ ⓒ연합뉴스
결국 JYJ와 악연으로 얽힌 이 거대기획사는 드라마국 앞에선 무력하지만 예능국에는 막강한 압력을 행사하여 JYJ를 견제한다는 추론이 가능한데요, 이는 의혹일 뿐입니다. 예능국이나 해당 기획사에서 확인해 준 바가 전혀 없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혹'이란 '확인된 사실'보다 오히려 강력하다는 점입니다. 영원한 의혹이야말로 이미 확정된 사실보다 강력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입니다. 이런 의혹 덕분에 JYJ의 팬들은 더욱 결집하게 되었고, JYJ에 별 관심이 없는 대중도 동정심을 갖게 되지요.

이 거대기획사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소속사 식구들을 단속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켜내는 것과 연예기획사로서의 대중이미지 관리 중 전자를 선택한 셈이지요. 과연 그것이 현명한 선택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이 땅의 문화소비자들이 결정할 일이겠지요. '강자가 약자를 핍박한다'는 의혹이 묵인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고 확신합니다.

Written by 비춤, 운영중인 블로그 : http://willis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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