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문화체육관광부(이후 문화부) 제2차관의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월권 발언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이후 방송통신위)는 침묵하고 있어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지난 25일 제주에서 한국언론학회, 방송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세미나 축사에서 "공영방송의 소유 형태, 신문·방송 겸영, 방송․통신 융합과 같은 문제를 하나씩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디어 관련법을 모두 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9월 정기국회에서 신문법 재개정을 계기로 나머지 미디어 관련법도 한꺼번에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신 차관의 월권 발언에도 방송통신 정책의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 놓고 있지 않다. 다만 이름도 밝히지 않는 방송통신위 관계자 몇몇이 언론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통신위가 지난 2월말 그 오랜 진통 끝에 출범한 이유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환경에서 방송통신 관련 정책의 주무와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방송통신위 출범 이전 방송위원회, 정통부, 문화부, 산업자원부 등은 방송통신 관련 정책을 조율, 협의, 합의를 하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음에도 부처 간의 이기주의와 방송통신 관련 자본 및 사업자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어느 정책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가 출범 했음에도 또 다시 문화부 신 차관의 발언으로 방송통신 관련 정책 주무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은 방송통신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방송통신위는 개점휴업 상황이다. 스스로의 직분을 망각한 채 위원회 내 자리다툼에만 골몰하며 출범한 지 3개월이 다 지나가는데도 어떠한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주무영역에 대해 타 부처가 왈가불가할 정도면 직무유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방송통신위 독립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문화부 신 차관의 월권 발언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보면 교묘한 의도가 있을 것이란 의혹마저 든다. 문화부 뒤에 숨어서 공공성을 폐기하는 방송통신 정책을 슬그머니 의제화 시키겠다는 의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의 업무가 조속히 정상화 돼야 한다. 방송통신위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을 뿐더러 직무유기가 길어질수록 방송통신 정책 주무 관련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전 정책 표류의 혼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 방송통신위는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2008년 4월 2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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