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두 번째 해고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파업에 참여한 일반 노조원 35명에 대해 징계성 인사 조치의 성격인 ‘대기발령’을 내렸다.

MBC는 1일 오후, 안광한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회사쪽이 정한 업무복귀 시한(1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 35명에 대해 오는 4일자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MBC는 이 같은 사실을 이날 저녁 7시 경,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했다. 대기발령을 받은 노조원들의 소속 부서는 보도 부문과 시사교양 부문 뿐 아니라 예능, 드라마, 아나운서, 경영 등 전 부문에 이르고 있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MBC는 ‘부여된 직무를 해태한 자’와 ‘기타 특별한 이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자’를 기준으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취업규칙 및 사규에 의한 대기발령은 적당한 직무를 찾는 과정에서 시한을 두고 내리는 경우도 있어 ‘모든 대기발령 조치가 징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MBC의 경우 ‘직무를 해태한 자’라는 명확한 기준을 대기발령 이유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징계성 인사조치로 풀이된다. MBC는 최대 3개월의 대기발령 시한을 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수첩> 제작에 적극 참여했거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MBC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 집중적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보도 부문의 경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호소하는 성명에 참여했던 이우호 기자, 트위터를 통해 MBC 현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송요훈 기자, 최근 배현진 아나운서 글에 대한 입장을 밝혔던 김수진 기자, <제대로 뉴스데스크> 제작에 참여했던 임명현 기자 등 11명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또, 김재철 퇴진 투쟁에 나섰던 강재형, 박경추, 김완태 등 아나운서 3명이 대기발령을 받은 것을 비롯해 최승호, 이춘근 전 <PD수첩> PD, 김재영 <남극의 눈물> PD 등 시사교양 PD 8명도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와 함께, 신정수 전 <나는가수다> PD, 김민식 <내조의 여왕> PD등 예능과 드라마 부문까지 대기발령이 이어졌다.

이번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송윤석 MBC 정책홍보부 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업무복귀 명령에 대해 불응한 회사 쪽의 조치”라며 “이후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노조원 가운데 35명을 선별한 기준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에서 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여권의 퇴진 압력까지 받은 김재철 사장이 현재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려는 위협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 사장이 여권에서조차 퇴진을 종용받는 등 궁지에 몰리니까 회사가 망가지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고 어떻게든 노조를 이기려는 생각에 막가파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대기발령 상태의 노조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화 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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