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를 넘어 정권 윗선에서도 김재철 MBC 사장을 향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정황을 뒷받침 할 구체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정작 사퇴설 주인공인 김 사장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조만간 구성원들을 추가 징계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겉으로는 사퇴설에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지난 5월, 방송가 및 언론계를 중심으로 김재철 사장의 사퇴설이 파다하게 돌았다. 청와대 쪽에서는 이미 김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고, 김 사장이 이에 사퇴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현재, 언론계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쪽에서 김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으나 김 사장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윗쪽에서도 난감해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 같은 정황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박 위원장은 지난 5월3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저 스스로 정부의 고위층을 만나서 그런 강력한 요구를 했고 그 고위층에서도 많은 검토를 했다”며 “상당히 희망적으로 일이 전개됐지만 그제 고위층으로부터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틴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권 윗 쪽에서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긴 발언이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은 이 날이 처음이다.

이 뿐 아니다.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특보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에서 당정의 고위직을 역임했던 한 인사가 최근 김 사장에게 ‘이젠 사퇴할 때’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인사는 김 사장을 직접 만나 ‘용퇴가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밝히려 했지만 김 사장의 거부로 회동이 성사되지 못하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이 인사는 지난 주말과 석가탄신일 연휴 사이인 3일 동안 이 같은 의사를 김 사장 쪽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사장은 당초 지난 28일 오전 9시에 예정됐던 확대간부회의를 하루 전 돌연 취소해 “자진 사퇴 권고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의 또 다른 고위 인사도 김 사장과 접촉을 통해 사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인사는 김 사장의 의혹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무용가 J씨를 둘러싼 아파트 의혹 등이 폭로된 지난달 23일 기점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 징후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야당 추천 위원들에 이어 여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도 MBC 사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0일 “MBC 문제가 심각한 게 사실”이라며 “금명간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야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조만간 김재우 이사장을 불러 MBC 사태에 대한 보고를 들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방문진 여당 쪽 이사도 “여전히 김재철 퇴진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김재철 사장의 비리가 공영방송 사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간 현실은 인정한다”고 MBC노조에 밝혔다.

겉으로는 사퇴설에 아랑곳하지 않는 김재철, 공식 행보도 나서

그러나 MBC 안팎에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는 정작 당당하다. ‘사퇴설’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방송단 발대식’에 직접 참석해 올림픽 중계에 나설 캐스터 및 해설위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격려사를 통해 “속속 많은 분들이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하고 있다”며 “굉장히 어려운 시기지만 올림픽 방송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자”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추가 징계 움직임도 있다. MBC는 박성호 기자에게 두 번째 해고를 내린 데 이어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것을 기준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구성원들에 대한 추가 징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MBC는 지난 5월25일, 사내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직원들은 2012년 6월 1일(금) 09시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며 “이 시점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업무의 정상화와 올림픽 방송의 완벽한 수행을 위하여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복귀명령에 불응한 직원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윤석 MBC 정책홍보부 부장은 이에 대해 “(이미 밝힌 것처럼)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치의 시한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MBC 내부에서는 “회사 쪽에서 각 본부 별로 징계자를 할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조만간 추가 징계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14명의 시용기자 채용을 계기로 “시용기자의 수만큼 노조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기자들을 대기발령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사 쪽 관계자는 “업무복귀 거부자에 대한 대기발령, 해고설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복귀 명령과 관련해 MBC노조는 “MBC 파업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 회사를 정상화했음을 어떻게든 정권 핵심부와 감독 기관, 여야 정치권에 보여주려는 김재철의 다급함의 발로이며 발등에 떨어진 거센 불길을 얄팍한 눈속임으로 피해가려는 초조함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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