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사장님’이라고 표기한 연합뉴스 사규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사의 경우 기사에서조차 높임의 의미인 ‘님’이라는 의존명사를 쓰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사규는 ‘낯 뜨겁다’는 지적이 나오기 충분하다.

연합뉴스는 지난 2011년, 비서팀을 새롭게 만들면서 비서팀의 업무 역할을 명시한 사규 조항을 개정했다. 2011년 1월26일에 신설된 사규 제4조(업무분장)은 비서팀의 역할에 대해 △사장님 종합일정 수립 및 관리업무 △사장님 대내외 활동 보좌업무 △사장님 지시사항 전달에 관한 업무 △사장님 주재회의 주관(연락, 배석, 기록 등) △임원 내방객 접대 업무 등을 명시하고 있다.

▲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연합뉴스
이 사규는 박정찬 사장 재임 시절에 개정됐다. 특히, 연합뉴스의 규칙과 사규의 제정 및 개폐는 사장의 최종결재로 확정된다는 점에서 박정찬 사장 본인 손으로 ‘사장님’으로 표기된 이 같은 사규를 확정한 셈이다. 연합뉴스는 그 이전 사규를 제·개정할 때, 관련 조항에서 모두 ‘사장’으로 표기했을 뿐, ‘사장님’이라고 표기하지 않았다.

‘사장님’을 명시한 이 같은 사규는 연합뉴스가 언론사임을 감안했을 때 다소 이례적인 부분이다. 언론사의 경우 대통령, 회장, 사장 등을 기사에서 소개할 때에도 높임의 의미인 ‘님’자를 붙여 쓰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원수인 대통령도 법령에는 ‘대통령님’ 혹은 ‘대통령 각하’가 아닌 ‘대통령’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과 같은 일반 기업도 사규와 같은 공식 문서에는 사장님이 아닌 ‘사장’이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는 5월31일 발행한 특보에서 “연합뉴스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권위주의적인지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라며 “설령 올렸더라도 사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면 사규에 이런 낯뜨거운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박 사장 시절 연합뉴스의 대다수 사원들은 정도가 점점 심해지는 상명하복식 관료화와 권위주의 문화에 진저리를 쳤다. 노조가 23년 만의 파업에 들어가면서 내건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사내민주화’였다”며 “사규에서조차 사장이 ‘사장님’으로 존재하는 한 사장과 사원들 간의 허심탄회한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존대’를 중요시(?)하는 연합뉴스 내부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는 이 뿐 아니다.

지난 3월9일 연합뉴스 노조 특보에 따르면, 2009년 6월 당시 정치부장은 정치부 기자들을 향해 정보 보고를 할 때 ‘했음’ ‘보였음’이 아니라 ‘했습니다’ ‘보였습니다’로 통일 하라는 사항을 전달했다. 정치부장은 그 이전에도 “정보 보고를 할 때 꼭 관계자의 소속, 직함을 함께 써주기 바랍니다. 윗분들은 그 사람 직함을 잘 모르고 부장에게 묻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그리고 반말조로 하지 말고 경어체로 하도록”하라고 하는 등 기자들에게 존댓말로 정보 보고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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