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배우의 죽음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거대한 음모와 연루되어 있었다. 스테가노그래피라는 생소한 기술로 평범한 파일에 숨겨진 짧은 동영상은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성접대 리스트는 아니었지만 훨씬 더 충격적인 내용과 반전이 숨어 있었다. 고 장자연 사건과 너무 쉽게 일치시켰던 시청자의 안이한 예측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작가의 역공이었다. 분명 시청자의 패배였지만, 기분 좋고 짜릿한 패배였다.

게다가 그 반전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신효정이 숨겨 놓은 동영상에는 살인 장면이 담겨 있었으며 그것이 신효정이 죽게 된 원인이었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사이버 수사대 김우현 팀장의 모습도 있었다.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우현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다만 박기영과 만나기로 한 외딴 장소에서 그만 테러를 당해 숨지게 되어 그 사연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효정을 죽인 팬텀은 김우현과 박기영 둘 다를 죽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박기영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런데 경찰청에 잠입할 때 사용했던 위조 신분증 덕분에 사망자가 뒤바뀌게 되는 반전이 또 일어난다.

박기영은 김우현으로 살면서 자신과 친구를 죽이려 한 유령 같은 존재를 쫓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화상으로 심하게 망가진 얼굴을 몇 차례의 수술을 거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물론 그런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유강미의 적극적인 도움 때문이었다.

유강미가 박기영을 적극 돕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유강미 역시 박기영이 풀어낸 스테가노그래피에서 살인현장에 있었던 김우현을 목격했고, 망가진 휴대폰을 고친 후에 듣게 된 사망 당일 김우현이 남긴 음성메시지에서 뭔가 후회하는 듯한 뉘앙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기영이 돌아가고 복사본 하드 디스크를 다시 확인하려고 했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삭제된 사실로 인해 전반전인 상황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의문을 품고 중환자실의 박기영을 찾아가 지문검식을 한 결과 김우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지만, 박기영이 현장에 다른 누군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좀 더 확신을 갖게 된다. 유강미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부검 때 신원확인용으로 사용될 박기영의 치아기록을 해킹해 김우현의 것으로 바꿔치기 해서 박기영은 완벽하게 김우현이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범죄와 연관이 있었던 김우현은 죽었고, 증거 또한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아직 유령 같은 범인 혹은 조직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다만, 그 유령과 관련이 있었던 김우현에게 이상한 연락이 올 경우 그것을 쫓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일 년 후 박기영은 완벽한 김우현의 모습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그리고 또 다시 신효정 사건 때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

2회까지의 유령은 완벽한 스토리 구조를 보였다. 특히 2회의 연속 반전은 미드가 전혀 부럽지 않을 수준이었다. 특히 수사와 미스테리에서 미드의 절대적인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유령은, 한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짜릿하고 소름 돋는 반전구도를 보였다.

형사가 범인과 연루되고, 페이스오프로 변신하는 등의 소재는 사실 전혀 새롭지 않은 요소들이다.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어차피 상상과 창작은 그렇게 새롭지 않은 재료들을 엮어서 새롭게 보이게 하는 힘일 것이다. 유령은 무엇보다 드라마의 스토리가 매우 탄탄해서 그것을 표현하는 연출과 배우만 잘해내면 아주 드물게 명품 미스테리 드라마 하나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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