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를 주고 있다.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친 사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인지, 드라마 <유령>에서도 근래 무척이나 스타를 힘들게 한 사건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듯 보였다. 월화드라마로 방송되고 있는 <추적자>가 권력을 가진 자의 끝없는 욕망을 다뤘다면, 수목드라마인 <유령>은 무감각해져 있는 온라인에서 파생된 범죄들을 다뤄는 기획력을 보이고 있다.

<유령>에선 ‘장자연 사건’, ‘송지선 아나운서 사건’, ‘타진요 사건’ 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장자연’의 사건은 지금도 해결이 되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있다. 성접대 의혹 등 그녀에 관련된 논란과 연결된 부조리한 일들은 모두 덮어져 한없이 억울하기만 한 일로 남게 됐다.

또한 온라인에서 칼만 들지 않은 강도들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써대는 악플은 여러 스타연예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유령>에서도 한 명의 스타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서는 스타 신효정이 성접대 루머와 많은 악플들로 인해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그 속을 살펴보면 자살을 위장한 타살임이 조금씩 드러난다.

한 명의 스타를 죽음으로 몰아간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사이버 수사대 우현(소지섭 분)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 그와는 막역한 옛 경찰대 동기였던 박기영(최다니엘 분)이 유력한 용의자로 그의 앞에 서게 된다.

그러나 이 부분은 너무 쉬운 배치를 보이고 있어 그를 쉽게 범인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게 한다. 첫화에서 범인으로 몰린 박기영은 누가 봐도 용의자 같아 보인다. 모든 상황이 가리키는 범죄의 증거는 모두 그를 향한다. 심지어 신효정이 죽은 동영상 파일에서도 그의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미스터리 양상으로 가는 것은, 이 동영상을 녹화한 것이 해킹을 하던 하데스 박기영이라는 점이다. 신효정의 집 컴퓨터를 해킹하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계단에서 해킹한 스타 신효정의 노트북에서 보인 사건 당시의 모습은 그만이 본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가 녹화한 동영상 파일은 정체가 하데스인 박기영 그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다. 그런데 그 동영상에 그가 찍혀 있다니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패닉에 이르게 된다.

박기영은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친구 우현에게 말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현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추적을 하고, 기영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각자 범인을 찾으려 애쓴다.

드라마를 보면서 벌써부터 엄습해 오는 불안감은 박기영(최다니엘)이 어쩌면 희생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상은 그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자신이 범인으로부터 조종당하는 것은 또 하나의 좌절일 수밖에 없다. 법으로부터 쫓기고 자신을 조종하는 이들에게 이용을 당하면서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것 같다는 생각은 기우이길 바란다.

모든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상황 단 한 명 친구 우현만은 믿어 줬으면 좋겠지만, 증거들이 명확한 부분에서 동기인 기영이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우현의 방황은 기영을 더욱 외롭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스스로 밝힌 증거들을 우현에게 줄 수 있는 시기에 닥칠 그의 희생의 가능성은 생각해 보기도 싫은 결말일 것이다.

<유령>. 이 드라마는 모니터 뒤에 숨어서 아무렇지 않게 연예인들과 타인을 향해서 인격적인 타살을 하는 이들의 행태를 고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낱낱이 보여줌으로 경각심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세세하게 그려지다 보니 시청하는 이들은 나의 일인 것처럼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드라마 <싸인>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작가가 과연 <유령>에서 어느 정도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일단 1화에서 보인 모습은 시청자를 만족시켜줄 만한 짜임새를 보였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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