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과 이연희 투톱이면 어떤 캐스팅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극강의 비주얼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스테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싸인의 작가 김은희가 새로이 도전하는 사이버 세상의 범죄 역시도 일단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새롭게 시작한 수목 드라마 유령은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유령과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그 유령의 첫 번째 실체는 수사극이 잘 먹히지 않는 한국의 분위기다. 두 번째는 연기력이다. 신은 때로 공평해서 어떤 배우에게는 비주얼만 주고 연기력은 봉인시켜 놓기도 한다. 이연희에게는 아직도 연기력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가 없다. 종잇장 하나 들지 못할 것 같은 이미지에 형사를 맡은 것이 그 불안과 논란을 온몸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의도이겠지만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는 도전이다.

아직은 이연희의 연기력에 대해서 결정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다. 다행인지 극중 이연희의 캐릭터가 약간은 어리바리한 얼짱 여형사로 설정되어 있어서 캐릭터에 기준한다면 딱히 나쁜 점수를 줄 필요는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여전히 여형사라는 캐릭터에는 너무 연약해 보이지 않나 싶은 우려는 남아있다.

첫 회의 유령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고 장자연 사건을 그대로 재연한 듯한 인기 여배우의 성상납 루머와 그 리스트 그리고 투신자살의 현장을 소지섭과 이연희가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건에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쫓는 해커 하데스가 관련되어 있어서 사이버 수사대면서도 일반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일단 스토리는 너무도 뜨거웠던 이슈를 차용했기 때문에라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 실체를 다 밝히지 못한 장자연 사건이 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극중 자살한 여배우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명백한 단서로 시작한 것이 작가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상징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죽었더라도 타살인 죽음은 얼마든지 많다.

예컨대 장자연 사건을 밝히지 않는 것도 일종의 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억압된 진실들이 많으며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막강한 수사조직인 경찰보다 소위 네티즌 수사대의 능력에 더 기대게 된다. 그렇지만 사이버상에서 막강한 실력을 보이는 능력자들이 늘상 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유령에 특별출연한 최 다니엘이 분한 하데스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이버 수사대가 아무리 쫓아도 스스로 실마리를 남기기 전에는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존재다. 하데스는 좋은 의도는 아니었지만 죽은 여배우의 노트북을 해킹했다가 우연히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하데스는 소지섭의 경찰대학 동기였다가 중퇴한 동기로 여배우 사건의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

결국 사이버 수사대 소지섭과 이연희 그리고 사이버상 능력자 하데스가 숨어 있는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유령의 첫 수사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는 실패했지만 드라마에서라도 그 몸통까지 접근해서 처벌한다면 억울하게 희생된 여배우들의 넋을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에게 허용되는 허구란 오히려 현실을 드러내기에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된다. 이번 유령이 장자연 사건이라는 현실 한 가운데로 뛰어든 것도 그런 시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끈기과 용기가 필요하고, 또한 응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