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승률 4할 대 추락의 8번째 위기에서 롯데에 5:3으로 역전승하며 5할 승률을 수성했습니다. 3연패를 끊은 LG는 롯데의 4연승을 저지하며 롯데와의 상대 전적을 3승 3패로 맞췄습니다.

LG의 승인은 우규민 - 유원상 - 봉중근으로 이어진 필승 계투진의 호투입니다. 선발 정재복이 6회말 연속 3안타를 허용해 4:3까지 쫓긴 가운데 2사 2루 동점 위기에 등판한 두 번째 투수 우규민은 조성환을 풀 카운트 끝에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 LG 우규민 ⓒ연합뉴스
이어 7회말 2사 1, 2루 역전 위기에서 등판한 유원상은 전준우를 유격수 직선타 아웃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한 뒤 8회말 홍성흔과 강민호를 삼진 처리하는 등 삼자 범퇴시키며 5월 26일 KIA전 블론 세이브 패전의 부진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 봉중근은 9회말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하며 8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우유봉 필승조’는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를 지키며 팀의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LG 타선의 집중력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5점을 모두 2사 후에 뽑은 것은 인상적이지만 16안타 2볼넷에 상대 실책 3개와 폭투 2개를 묶은 것치고는 너무나 빈곤한 득점력을 노출한 것입니다. 적어도 10점 이상은 뽑으며 편안한 리드를 통해 필승계투조를 아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LG는 무려 5번의 이닝에서 득점권에 주자를 남겨 놓고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4회초 2사 1, 2루, 5회초 2사 만루, 6회초 2사 3루, 7회초 무사 1, 3루, 9회초 2사 2루를 살리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습니다. 그나마 9회초 심광호의 쐐기 적시타가 나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롯데에 종반에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실책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구를 비롯한 구기 스포츠는 근본적으로 ‘실책 줄이기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주 LG는 매 경기 수비 실책을 연발하며 1승 5패로 고전한 바 있습니다.

6회말 전준우의 우중간 가르는 안타에 우익수 이병규가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해 타자 주자를 2루에서 막지 못하고 3루 진루까지 허용한 것이나 홍성흔의 1, 2루간 타구에 1루수 김용의가 베이스를 지키지 않고 다이빙 캐치해 포구하지 못한 것과 투수 정재복이 1루 베이스를 커버하지 않은 것은 분명 아쉬운 수비였습니다. 7회말 2사 후 김주찬의 우전 안타 또한 1루수 김용의의 미트를 맞고 빠져 나간 것이라 아웃 처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용의가 전문 1루수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LG는 기록으로 남은 명백한 실책만큼은 범하지 않은 반면 롯데가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6회말 2실점으로 4:3까지 쫓긴 가운데 맞이한 7회초 무사 1, 3루의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복기해야 합니다. 정성훈 타석에서 1루 주자 이병규는 2루로 향하다 투수 견제구에 의해 아웃될 타이밍이었지만 1루수 박종윤의 악송구로 2루에 안착했고 이어 강영식의 폭투로 무사 3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성훈이 볼넷으로 출루해 가장 득점 확률이 높다는 무사 1, 3루의 기회가 왔습니다. 하지만 이후 김기태 감독은 2명의 타석에서 세 명의 대타 카드를 꺼내 들고도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무사 1, 3루 김태군 타석에서 김태완을 대타로 기용한 것은 적시타보다는 타점을 기대하는 김기태 감독의 의도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김태군은 3타수 1안타 타점을 기록 중이었으며 김태완은 지난 주말 1군 복귀 이후 5타수 무안타에 출루조차 없던 상황입니다. 무사 1, 3루라면 병살타가 나와도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1점차로 쫓기는 LG의 입장에서는 1점을 뽑기 위해 당일 타격 컨디션만을 놓고 보면 김태군이 김태완보다 3루 주자를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김태완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2명의 주자는 꼼짝하지 못했습니다.

무사 혹은 1사 3루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첫 번째 타자가 타점을 올리지 못하면 후속 타자가 부담을 갖기 마련인데 무사 1, 3루에서 대타 김태완의 삼진으로 1사 1, 3루가 되자 김기태 감독은 3타수 3안타 1타점의 서동욱을 제외하고 윤요섭을 대타로 기용했습니다. 아마도 스위치 히터 서동욱이 우타석에서 좌투수 강영식을 상대하는 것보다 지난 주말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우타자 윤요섭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 LG 유원상, 봉중근 ⓒ연합뉴스
그러나 롯데가 강영식을 내리고 우완 파이어 볼러 최대성을 올리자 김기태 감독은 다시 윤요섭을 대신해 이진영을 대타로 내세웠습니다. 대타의 대타를 기용한 것입니다. 아마도 경험이 부족한 우타자 윤요섭보다 경험이 풍부한 좌타자 이진영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진영은 경기 직전 몸에 이상을 느끼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었으며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도 13타수 3안타 타율 0.230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강속구를 앞세우며 단조로운 구종의 최대성에게는 노련한 이진영보다는 파워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며 지난 주말 3타수 3안타로 분전한 윤요섭을 그대로 두는 편이 힘 대 힘 대결에서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대타의 대타 이진영은 최대성을 상대로 초구에 짧은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 타점을 얻지 못했고 이어 오지환의 1루 땅볼로 1점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유원상과 봉중근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LG는 상대가 실책으로 퍼주는 경기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7회초 상황에서 2명의 타석에서 대타 3명을 쓴 김기태 감독의 마음이 다소 급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김기태 감독이 올 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LG를 5할 승률 중위권의 팀으로 변모시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임 감독들과 달리 조급증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 7회초 대타 기용에서는 김기태 감독의 쫓기는 심정이 드러난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주말 시즌 첫 스윕패로 4할 승률 추락 위기에 놓여 오늘 경기 승리에 목마른 김기태 감독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시즌이 충분히 남아 있으니 이전과 같은 선 굵고 차분한 팀 운영을 견지하기를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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