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감옥으로부터 포악하기 짝이 없는 외계인 보리스(제메인 클레멘트 분)가 탈출해 지구로 향합니다. 보리스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MIB 요원 케이(조쉬 브롤린 분)를 살해하자 동료 제이(윌 스미스 분)는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로 올라가 케이를 구하려 합니다.

2002년 작 ‘맨 인 블랙 2’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등장한 속편 ‘맨 인 블랙 3’는 오프닝으로부터 40여 분이 흐른 뒤 남은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과거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합니다. 약 40여 년 전인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아폴로 11호 발사, 뉴욕 메츠의 월드 시리즈 우승,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인종 차별 등과 함께 1947년 로스웰 사건을 엮어 향수를 자극합니다. 이른바 ‘염소의 저주’가 말해주듯 1945년 이후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불운의 팀 시카고 컵스에 대한 농담도 양념처럼 삽입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재는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할 뿐, 미국인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의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소재가 되기 어렵습니다. 한국인 관객 또한 일부를 제외하면 극중에 제시되는 유머 코드와 농담이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의존하는 중반부는 지루합니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라는 소재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등에서 이미 활용된 바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메이저 리그의 결과를 소재로 다루는 것 또한 ‘백 투 더 퓨처 2’에서 제시된 바 있습니다. 악역 보리스가 자신의 별명인 ‘짐승 보리스(Boris The Animal)’로 불리기만 하면 꼭지가 돌아버린다는 설정 또한 ‘백 투 더 퓨처’에서 ‘겁쟁이(Chicken)’이라 불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주인공 마티를 비롯한 맥플라이 집안의 전통을 연상시킵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과거사가 등장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할리우드 영화의 틀에 박힌 주제 의식에 충실한 것 역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익숙하지 않은 과거에서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시간 여행 영화의 전형적인 요소조차 ‘맨 인 블랙 3’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등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 비해 웃음과 감동 모두 떨어집니다.

젊은 케이로 등장한 조쉬 브롤린은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이지만 밋밋한 각본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연기력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관객에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2012년의 72세의 케이와 1969년의 29세의 젊은 케이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인물이라고 극중에서는 강조하지만 두 배우가 맡은 케이는 하나같이 표정이 뻣뻣하기 짝이 없어 무엇이 다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는 제이 역의 윌 스미스는 고군분투하지만 어느덧 40대 중반에 도달해서인지 그가 책임져야 하는 액션 장면은 블록 버스터라고 하기에는 심심하기 짝이 없으며 스케일 또한 작습니다. ‘시간 되돌리기’를 통해 제이가 보리스를 격퇴하는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퍼니 게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말에 등장하는 제이의 어린 시절이 그나마 인상적이며 레이디 가가, 베컴, 야오밍이 외계인이었다는 작은 유머도 삽입되어 있습니다. 보리스는 만화 ‘기생수’를 연상시키며 젊은 케이가 차에 숨겨둔 비밀 병기는 ‘기동전사 V건담’의 SFS 아인라드와 닮았습니다. 엔드 크레딧 이후의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영화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관의 불꺼지는 순간과 책장을 처음 넘기는 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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