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주 5승 1패의 호조를 보였지만 이번 주 4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치고 있습니다. 야수들의 타석에서의 집중력 상실과 수비 실수로 인해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현재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83으로 8개 구단 중 1위입니다. 지난 스토브 리그에서 주축 투수 3명이 이탈하고 주전 포수마저 떠난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LG 마운드가 이처럼 안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5할이 간신히 넘는 승률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야수들의 부진 때문입니다.

▲ 24일 오후 열린 프로야구 넥센-LG. 경기에서 승리한 LG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중심 타선의 부진이 뼈아픕니다. 정성훈이 4번 타자로 고정 배치되고 이병규가 정성훈의 뒤를 받치는 중심 타선이 주중 넥센과의 3연전까지 가동되었는데 두 타자의 부진으로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물론 팀 타선 전체의 맥이 끊기고 있습니다.

4월 한 달 간 16경기에서 타율 0.310 7홈런 16타점으로 대활약했던 정성훈은 5월 들어 21경기에서 타율 0.257 1홈런 5타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정성훈을 4번 타자에 고정 배치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극도로 부진했던 이병규는 작은 이병규와 타순을 맞바꾸며 어제 경기에서 5번 타자가 아닌 6번 타자로 출전했는데 멀티 히트를 기록했지만 8회초 좌측으로 향한 큼지막한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힌 것을 보면 타격감이 올라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심 타선에 배치된 두 선수의 기나긴 부진은 타선의 대수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4번 타자가 반드시 우타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 또한 이제 수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타격감이 좋은 박용택과 작은 이병규가 분산된 것 또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용택은 주로 1번 혹은 2번 타순에 배치되었고 작은 이병규는 5번 혹은 6번 타순에 배치되었는데 두 선수 사이에 부진한 정성훈과 이병규가 끼면서 공격의 흐름이 번번이 차단되었습니다. 특히 작은 이병규는 득점권 타율은 0.176에 그치지만 출루율은 0.462나 되기에 중심 타선보다는 테이블 세터가 어울립니다. 작은 이병규를 박용택 앞에 1번이나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경기에 한 번 꼴로 실책을 범하거나 실책성 수비로 팀을 패배로 몰아넣는 오지환의 선발 출장도 재고해야 합니다.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해 피로가 쌓였을 수도 있으며 엉성한 수비가 반복되는 부정적인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오지환을 한두 경기 쉬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 오지환을 제외하면 유격수 요원은 김태완 정도밖에 없으며 유격수보다는 2루수나 3루수에 가까운 선수이지만 어차피 수비가 불안하기로 따지면 오지환과 별 차이가 없다면 오지환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양영동의 상시 출전 또한 재고해야 합니다. 이대형이 2군에 내려가며 양영동은 2경기 연속 1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지만 2경기에서 8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으며 단 한 개의 볼넷도 얻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양영동의 타율은 0.157에 불과했으며 올 시즌에도 0.207에 머물고 있습니다. 출루율 또한 0.257로 1번 타자로서는 낙제점입니다. 양영동의 타격 능력 또한 이대형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양영동은 타석에서 소극적이라 스트라이크가 들어와도 가만히 지켜보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뒤에야 방망이를 내고 범타로 물러나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이 같은 약점은 달라지지 않아 상대 배터리는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양영동에게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정면 승부하고 있습니다. 타격 능력의 갑작스런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양영동에게 어울리는 옷은 대주자와 대수비입니다.

타격 잠재력만 놓고 보면 이대형이나 양영동보다는 우위에 있는 김용의의 기용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확실한 수비 포지션을 지니지 못했으며 외야 수비에서 타구 판단에 대해 약점이 있지만 내야에서는 수비가 크게 문제될 만큼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적은 없습니다. 도루 센스는 다소 떨어지지만 빠른 발을 갖추고 있습니다. 타석에서 차분히 공을 고르며 끈질긴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바깥쪽 변화구를 잔뜩 잡아당겨 홈런을 노리다 어이없이 헛스윙을 하는 정성훈을 벤치에 앉혀두고 김용의를 3루수로 기용하는 것 또한 감안할 수 있습니다.

LG는 오늘 KIA전도 힘겨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종범의 은퇴식이기에 전설이 가는 길에 승리를 바치겠다는 KIA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남다를 것이며 새로운 외국인 투수 소사는 낯설다는 점에서 침체에 빠진 LG 타자들에게는 어려운 상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발 라인업의 변화를 통해 LG는 분위기 쇄신과 부진 탈피를 도모해야 합니다.

김기태 감독이 투수진의 구멍을 과감히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해 메우며 LG를 평균자책점 1위에 올려놓았듯이 야수진에서도 기존의 주전과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선수기용이 필요합니다. 개막 이후 두 달 여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된 라인업에 메스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 왔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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