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병규의 슬럼프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병규는 89타수 19안타 타율 0.213에 불과합니다. 4월 중순 장딴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바 있는데 부상 이전과 이후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4월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차우찬을 상대로 결승 만루 홈런을 터뜨린 것이 사실상 유일한 활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11일 열린 삼성 대 LG와의 경기. LG 이병규가 5회말 2사 2루 삼진을 당한 후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규의 장점은 특유의 몰아치기입니다. 타격감이 좋으면 한 경기에 3안타, 4안타를 마구 몰아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병규가 올 시즌 출전한 27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것은 단 2경기에 불과하며 그것도 2안타에 그쳤습니다. 3안타, 4안타는 전혀 기대할 수 없으며 2안타가 나올 확률 또한 매우 희박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5경기에서도 이병규의 부진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5월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23타수 3안타 0.130으로 빈타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슬로 스타터라고 하지만 시즌 개막 이후 2달 가까이 슬럼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LG 타선은 박용택과 이진영, 그리고 작은 이병규가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 타선에 배치된 박용택, 이진영과 하위 타선에 주로 배치되는 작은 이병규 사이에서 중심 타선의 정성훈과 이병규의 부진으로 공격의 흐름이 번번이 끊겨 득점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어제 넥센전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회말 박용택과 이진영의 연속 안타로 LG가 2:0으로 앞섰지만 무사 1, 3루 기회에서 이병규는 6-4-3의 병살타로 물러났습니다. 3루 주자를 불러들여 3:0으로 앞서가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사 1, 3루에서 순식간에 주자 없는 2사로 돌변했으며 뒤이은 작은 이병규가 안타를 터뜨렸음을 감안하면 이병규의 병살타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이병규가 병살타가 아니라 진루타만 기록했어도 1사 2루에서 작은 이병규의 타석으로 득점권 기회가 연결되어 4:0으로 빅 이닝을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이병규는 남은 3타석에서도 범타로 물러났는데 특히 2회말 2사 만루에서는 3구 삼진, 6회말 2사 1, 3루에서는 2루 땅볼에 그쳤습니다. 결국 이병규는 3번의 득점권 기회를 한 번도 살리지 못한 채 단 1개의 타점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이병규가 제몫을 하지 못해 LG는 경기 중반 이후 넥센의 추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배드 볼 히터로 빠른 카운트에서 볼에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미는 이병규의 스타일을 상대 배터리는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볼을 던져도 방망이를 끌어낼 수 있으니 굳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고 유인구 볼로 승부해 이병규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과거의 이병규라면 유인구를 기가 막히게 공략해 안타를 만들곤 했지만 올 시즌에는 유인구에 현혹되어 빗맞은 타구를 양산해 타율을 까먹고 있습니다. 이병규의 타구질은 상당히 좋지 않으며 장타 또한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덧 이병규도 우리 나이 마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상에서 회복이 더뎌지고 타격감을 한 번 잃으면 좀처럼 찾기 힘든 나이가 되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나이를 먹을수록 전성기의 스타일을 버리고 변화를 도모하는 법인데 이병규 또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병규도 상대 투수의 공을 초구, 2구에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 없이 이것저것 다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을 좁혀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략하는 것으로 변모해야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LG 김기태 감독의 입장에서도 주장 이병규를 벤치에 앉혀둘 수 없어 꾸준히 선발 출장시키고 있지만 현재 이병규는 서동욱, 오지환 등 후배 내야수들보다 타율이 낮으며 어제 2군으로 내려간 이대형보다 약간 나은 정도입니다. 따라서 이병규를 선발 출장 명단에서 제외하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병규의 기나긴 슬럼프가 과연 언제쯤 끝날 것인지 우려스럽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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