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멕시코 현지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던 특파원에 대한 조기 소환 명령을 내려 ‘징계성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 노조는 사장 출근저지투쟁을 재개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댔던 협상 분위기도 사실상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23일 오후, 멕시코 현지에서 파업에 참여 중이던 양정우 특파원에게 6월25일자로 조기 소환 명령을 내렸다. 특파원 3년 임기 가운데 임기 1년을 앞두고 있는 양 특파원은 현재 해외에 나가있는 연합뉴스 특파원 가운데 유일하게 현지에서 ‘박정찬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가 24일 오전,연합뉴스 사옥이 있는 을지로 센터원 건물 앞 한빛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합뉴스의 조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연합뉴스는 특파원에게 조기 소환 명령을 내린 이유가 ‘파업 참여’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홍기 연합뉴스 기획조정실장은 24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특파원이 해외에 나가 있는데도 일을 하지 않고 있어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특파원은 일반 노조원들과는 달리 특별하다. 특별 체제비도 받아 근무하고 있다.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가 체제비까지 부담하는 것을 계속 용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지부장 공병설)는 임기가 남아있는 특파원에게 현지 생활을 접고 완전히 귀국할 것을 명령하는 것은 전례가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회사 쪽의 조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연합뉴스 사규에는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거나 근무 태도가 현저히 불량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조기 소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연합뉴스 바로 세우기를 염원하며 파업에 참여한 일반 노조원에게 인사발령이란 이름으로 사실상의 징계 보복을 가한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특파원 조기 소환 명령 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연합뉴스 내부 규정에 따르면, 특파원 조기 소환을 결정할 경우 인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인사위원회를 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상무, 전무를 포함한 이사 3명이 인사위원회를 열도록 돼 있으나 현재 연합뉴스는 편집 상무가 공석인 상황이라 3명의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는 점에서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 노조는 24일 아침부터 그 동안 중단했던 박정찬 사장 출근저지투쟁을 다시 시작했다. 이어 오전 11시에는 연합뉴스 사옥이 있는 을지로 센터원 건물 앞 한빛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합뉴스의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박정찬 사장이 판을 걷어차 버렸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금까지 보여 온 이중적 행태를 또다시 드러냈다”며 “이제 박 사장이 바라는 건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통한 연합뉴스 정상화가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징계성 보복 인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조속한 사태 해결의 길은 이를 즉각 철회하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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