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50일을 넘기며 장기화 되고 있는 국민일보 사태가 노사 합의로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파업 중인 연합뉴스에서도 박정찬 사장의 거취를 두고 긴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업 중인 언론사들의 사태 해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일보 노사는 지난 22일,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 지부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5개월 만이며,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의 사퇴 이후 김성기 사장을 비롯한 회사 쪽 인사 6명과 손병호 노조 쟁의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쪽 인사 5명이 교섭을 진행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 국민일보 지부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3월30일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지면평가위 구성, 노조원에 대한 소송 취하 잠정 합의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 노사는 그 동안 큰 이견을 보이던 점에 대한 합의를 일정 부분 도출했다. 특히 편집권 독립과 공정보도를 제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국민일보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 그 동안 문제 되었던 공정보도와 관련해 노사 간 동수로 참여하는 지면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 동안 종교국에서 쏟아낸 기독교 관련 기사에 대해 “균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많았기에, 공정보도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구인 지면평가위원회를 통해 종교 관련 기사에 대한 지면 평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손병호 국민일보 노조 쟁의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편집권 독립이나 공정보도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문에 명시해놓았기에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 동안 노사 큰 이견을 보았던 노조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

국민일보 회사 쪽이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손해배상소송 등 민사 소송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노조원 23명이 걸려있는 업무방해 혐의 등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에 따르기도 했다. 회사 쪽에서는 이번 파업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노조에서는 “합법 파업”으로 맞서면서 결국 법적 판단에 따르기로 합의한 것이다. 아울러,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 복직 문제에 대해서도 법원 결정에 따른다고 합의했다. 현재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은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밖에,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4.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쟁의대책의원회, 비상 총회 등을 통한 국민일보 구성원들의 찬반 여부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양 쪽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삼규 국민일보 경영기획실장은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가 절차를 밟아야 해서 섣불리 이야기하기가 그렇다. (다만)회사에서 민사 상 소송은 취하하기로 했고, 해고자 문제는 법원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손병호 노조 쟁의대책위원장은 “어제 잠정 합의안에 대해 쟁의대책회의를 열어 상황 설명을 했고, 오늘도 이에 대해 설명을 한다”며 “오늘 오후 2시에 진행된 쟁의대책회의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회의 검토 결과가 좋게 나오면 추후 비상 총회를 열어 (노조원들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결과에 대해) 예상할 수 없다. 노조 내에서도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라서 회의를 통해 비상 총회에 올릴 수 있을지, 상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며 “노조원 찬반투표 과정도 남아있어서 합의안이 실제 타결될 수 있을지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 지난 3월 21일 주주총회가 끝난 후 박정찬 사장이 나오자 노조가 사장 연임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승욱
연합뉴스 내부에서도 박정찬 사장 거취 관련 이야기 돌아

연합뉴스 내부에서도 장기화되고 있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법한 긴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노조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박정찬 사장의 거취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연합뉴스 노사는 공식적으로 “상황 진전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홍기 연합뉴스 기획조정실장은 “(상황이 변화된 게) 딱히 없다. 똑같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대화로 풀어보려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서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이견이 있었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병설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장도 “진전은 없다”면서도 “사장이 각자 안을 갖고 이야기 해보자고 해서 어제 노사가 서로 안을 주고받았는데 기가 막힐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박정찬 사장의 거취를 놓고 노사 양 쪽이 팽팽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연합뉴스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박정찬 사장 쪽이 “올 해 안으로 사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노조에 전했고, 노조는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조합원 총회를 여는 등 사장 거취를 둘러싼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정찬 사장은 실·국장 등이 참석한 간부 회의에서 “오래 할 생각은 없다” “올 해까지만 할 거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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