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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당원 명부 압수, '정당 탄압' 수단 전락 우려구 당권파의 '물타기' 검찰 수사 빌미 제공
한윤형 기자 | 승인 2012.05.22 11:53

   
▲ 검찰의 통합진보당 압수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당원들이 당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대위원장의 표현을 빌린다면 ‘심장’을 빼앗겼다. 검찰은 22일 오전 2시경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한 당 서버 관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난항 끝에 집행했다. 통합진보당 투표서버 관리업체인 ‘스마일서브’ 서버엔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당의 당원명부를 압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10년 검찰은 청목회 사건을 수사하다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 당비 납부를 인지하게 되었고 이를 문제삼아 당원 명부를 압수하려 했으나 당시 민주노동당이 네 달 동안 버티면서 압수수색을 막은 바 있다.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결사의 자유 문제에서, 누가 가입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 정보는 중요한 개인 정보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을 당시 사회문제로 취급된 상황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당이란 단체의 특수성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교수는 “정당은 헌법에 등장하며, 그런 측면에서 정당에 대한 보호는 헌법 사항이라 볼 수 있다. 정당법엔 정당의 내부 정보는 범죄 수사에 필요했을 때에만 볼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정당의 내부 정보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강조한 조항으로 이해된다. 물론 정당이 성역은 아니지만, 이 정도 혐의로 당원 명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차후 거대 정당 내부에서 비리의 정황이 포착할 때마다 이 정도 수준의 수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자충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인들은 공직선거법 상 정당 내부 경선 문제에 대한 법조항은 금품살포죄 밖에 없기 때문에 형법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검찰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도 혐의로 정당의 당원 명부까지 압수해 간 것은 과잉수사 내지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검찰이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수사에 나서게 된 데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다. 어제 본지의 기사에서 정치평론가 김민하는 검찰수사가 “통합진보당이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논란의 중심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각 정치세력의 유불리에 맞추어 다각적인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숱한 정황을 부정의 증거로 인지하기를 거부한 구당권파의 태도가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높여 주었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는 “백업 프로그램이 없는 이상 투표 관리 업체의 정보만 봐서는 결국 부정선거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온라인 대리투표든, 오프라인 대리투표든, 결국 선거부정 문제를 가려내려면 당원명부를 들고 일일이 대조를 해봐야 가능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수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정희 의원측이 해명한 것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이상한 이들이 유령당원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려면 명부를 들고 확인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진상조사위 권한의 한계를 이용하여 꾸준히 물타기를 하고 당원명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유시민의 지적에 모르쇠로 일관한 구당권파의 태도가 검찰수사를 부추긴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윤호 대표가 “사실 문제의 핵심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을 거란 것”이라고도 말한 것처럼, 검찰의 당원 명부 압수가 부정선거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제한적으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합리적인 상황에서 이 수사가 가져올 파급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내 관계자는 “당원명부가 들어갔는데, 이번 수사 한 번에 쓰고 말겠는가. 전공노나 전교조를 탄압하는데 사용할지, 심지어는 조직 사건을 엮는데 사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에겐 아주 요긴한 자료일 것이며 향후 몇 년 어쩌면 십 여년을 우려먹을 수 있다”고 한탄했다.

경선 부정의 증거를 발굴하기 위해서란 명분의 압수수색이 국가기관의 인권유린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과잉수사 내지 불법수사 논란도 물론 가능하지만 국가기관의 중립성을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실정에서 수사로 인해 습득된 자료의 ‘과잉활용’에 대한 우려가 이번 검찰 수사가 ‘정당 탄압’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중요한 논거라고 볼 수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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