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부산일보 대주주) 관련 기사를 문제 삼는 부산일보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대기발령’ 징계를 내린 데 이어, 22일 오전 11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상민 사회부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부산일보가 표면적으로 내건 징계 사유만 봤을 때, 이번 징계와 정수재단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인다. 부산일보는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사유로 △기사불만으로 인한 구독 중지 부수 급증 △노조 기자회견 기사게재 관련 항명사건 등을 밝혔으며, 이상민 사회부장에 대한 징계 사유로는 △기사불만으로 인한 구독 중지 부수 급증 △기사 실명 바이라인 방침 위배(특별취재팀 운용) 등을 밝혔다. 하지만 이 모든 징계 사유가 특별취재팀을 통해 보도됐던 정수재단과 관련 기사와 맥이 닿아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부산일보 사옥 ⓒ미디어스
특별취재팀이 쏟아냈던 기사는?

부산일보 사회부 소속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11월부터 정수재단과 관련한 기사를 잇달아 쏟아냈다. 특히 정수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등 는 회사 쪽 입장에서 불편하다고 느낄 법한 기사들도 여러 건 있었다.

구체적으로, 특별취재팀은 부산일보 노조의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 움직임을 전하는 동시에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로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정수장학회를 말한다’는 기획 기사를 통해 현 정수재단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연속 보도했으며,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정수재단과 관련해 같은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담긴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부산일보 발행 중단 사태의 원인도 정수재단 관련 기사였다. 2011년 11월30일, 특별취재팀은 이호진 노조위원장과 이정호 편집국장 징계에 따른 노사 갈등 양상과 원인을 진단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나 김종렬 사장이 윤전기 가동을 막으면서 결국 부산일보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부산일보의 특별취재팀 운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일보는 지난 2008년에 다문화가정 2세, 지구촌 식량전쟁과 관련한 특별취재팀을, 2009년에는 위기의 청소년과 관련한 특별취재팀을 각각 운용했다. 2010년에 꾸려졌던 ‘신빈민촌 희망찾기’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할 정도로 큰 성과를 보였다. 다만, 부산일보는 기존 특별취재팀은 기자들의 실명을 명시한 반면, 정수재단 특별취재팀은 기자들의 실명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자협회 부산일보 지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최근 한 간부는 특정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표현이 제소 감”이라며 압박하면서 “특별취재팀에 들어가면 좋을 것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간부는 정수재단과 관련한 기사를 쓴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산일보> 쪽은 “본사 이사(간부)가 민주당 배재정 의원의 보도자료 내용이 궁금해 전화를 했고, 해당 기자에게 직접 명예훼손으로 걸 수 있다고 한 말이 아니라 배재정씨가 말 한 내용이 명예훼손 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수장학회에서 배재정씨를 걸 수도 있고 상식적으로 그 내용을 옮긴 기자도 해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는 해명을 <미디어스>에 밝혔다.

▲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과 언노련 대표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부산일보 정수장학회문제와 방송과 연합뉴스 등 언론사 파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통합당 최민희 임수경 배재정 당선자가 함께 참여했다. ⓒ연합뉴스
부산일보 구성원들 “차라리 우리를 징계하라”

편집국장에 이어 사회부장까지 징계하려는 회사 쪽의 조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특별취재팀이 속해있는 사회부원들을 비롯해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기자협회, 편집장 부·팀장들은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어 “이성을 잃은 징계 시도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 행위다. 차라리 우리를 징계하라”며 사회부장 징계 움직임을 규탄했다.

배재정, 최민희 등 민주통합당 당선인을 비롯해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일보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장은 지난 주말 사이, 회사 쪽에서 이정호 편집국장과 관련한 협상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호진 지부장은 “지난 주말 회사 쪽이 ‘징계를 안 할 수도 있다. 단 7월까지 보직사퇴를 하면, 편집국장 자리에서 물러나주면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 있다’는 협상안을 제안했다”며 “결국 대선전에 이정호 편집국장을 반드시 들어내겠다는 의도가 확실한 것이다. 특히 편집국장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부장, 기자들까지 징계 대상으로 삼으려는 꼼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이사장이 ‘정수장학회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답하고 있는데 현 정수재단 이사장인 최필립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임금님으로 표현하는 분”이라며 “대통령을 꿈꾸는 대선주자라면 파업 언론사들에 대한 언론관을 확실히 밝혀라. 침묵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사회부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맞서 부산일보 노조원들은 오늘(21) 오후 사장실 앞에서 집단 항의 시위를 진행한 뒤, 22일 징계위원회를 물리력으로 막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부산일보 쪽은 사회부장에 이어 다른 부장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묻는 <미디어스> 질문에 “현재는 예정된 후속 징계는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부산일보는 “사규 위반 시 누구라도 언제든지 원칙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추가 징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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